[아시안게임] '리바운드' 강양현 감독 "또 뛸 사람 없을 때?…다 준비돼 있다"
김동현 "금메달 따면 아버지한테 자랑"…김승기 감독은 은메달뿐
(항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그때처럼 또 뛸 사람이 없을 때요? 그런 상황까지 다 고려해서 준비했습니다."
강양현 감독이 농구 경기에서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겪었다는 사실은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부산중앙고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 출전했다. 선수는 6명이었다.
이마저도 1명이 다쳐 남은 5명이 교체 한 번 없이 결승까지 뛰었다. 결승전 4쿼터에는 2명이 퇴장당해 3명이 당대 최강 용산고에 맞서는 진풍경도 나왔다.
63-89 완패로 끝난 강 감독과 선수들의 이야기는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로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강 감독의 새 도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강 감독과 서명진(현대모비스)·이원석(삼성)·이두원(kt)·김동현(KCC)과 3대3 농구팀을 꾸려 지난 22일 중국 항저우로 넘어왔다.
공교롭게도 3대3 농구는 정원이 4명이다. 엔트리에 12명을 등록하는 '본류' 5대5 농구만큼 여러 선수가 교체하면서 뛰는 종목이 아니라서다.
12년 전처럼 후보 선수는 딱 1명뿐이다. 1명이 다치면 남은 선수가 교체도 못하고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지는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야 한다.
강 감독은 또 이런 불상사가 닥치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대비하는 여유가 생겼다.
강 감독은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변수를 다 생각하고 있다. 3명이 뛰는 상황까지 다 생각하고 훈련했다. 그 부분은 받아들이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생각하는 '변수'의 범주에는 불의의 부상 외 여러 상황이 포함돼 있다.
특히 강 감독은 5대5 농구만 해본 프로농구 선수들이 3대3 농구의 특성, 심판들의 성향 등에 빨리 적응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왔다.
직전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우승을 눈앞에서 놓은 아쉬움을 강 감독도 안다.
당시 중국과 결승전 정규 시간 종료 4.4초 전 김낙현(상무)이 외곽슛을 시도하는 상대 팀 황원웨이에게 반칙을 저질러 자유투 2개를 허용, 다시 동점이 됐고 연장전에서는 역전을 허용해 졌다.
김낙현의 수비 장면은 5대5 농구라면 충분히 반칙으로 볼 수 있는 동작이지만, 보다 거친 몸싸움을 허락하는 3대3 농구에서는 이런 수비가 숱하게 나오는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반칙에 대해서 많이 교육했다"며 "또 3대3 농구는 감독이 벤치에 없다. 선수들이 직접 판단해야 해서 경기 운영을 많이 지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경기에서는 5대5와 3대3 농구가 다른 점이 많다고 짚었다.
강 감독은 "숨 돌릴 틈이 없다. 공격 시간이 12초라서 더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10분 만에 승부를 보는 종목이고, 1점·2점 슛이 확연히 나뉘어져 있는 데다 몸싸움도 훨씬 격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25일 항저우 인근의 후저우 더칭 지리정보공원 코트에서 이란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금메달을 향한 첫발을 뗀다. '1차 목표' 8강 토너먼트 진출이다.
강 감독은 "내가 3년째 3대3 농구 대표팀 감독을 하고 있는데 아시안게임은 처음이다. 와보니 선수촌에 선수들도 많고, 이런 환경 자체가 처음"이라며 "그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다 첫 경험인데 좋은 결과를 챙기면 앞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꼽는 '주목할 선수'는 김동현이다. 고양 소노를 이끄는 김승기 감독의 아들인 김동현(190㎝)은 프로 무대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시즌을 보낸 적 없는 '미생'이다.
다만 아버지의 현역 시절처럼 체격이 탄탄하고 개인 공격에 자신을 보여 3대3 농구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5대5 농구에서는 수비가 많고 코트가 좁아서 세밀한 움직임과 동료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중요하다.
반면 3대3 농구는 공간이 넓다. 김동현은 수비수들의 방해 없이 이 공간을 이용해 마음껏 공격할 생각에 들떠있다.
김동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공격이 특기였다. 겁 없이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며 "3대3 수비가 거칠어서 외곽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형들도 내가 저돌적인 것을 알아서 공격을 밀어준다"며 "농담 섞어 21점 중 12점은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 반쯤 미친 것처럼 공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동현은 "누가 막아서 내가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며 특히 1대1 공격에 자신을 보였다.
이어 금메달을 따면 일단 아버지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했다. 김승기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다. 1994 히로시마 대회에서 은메달만 땄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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