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도 이걸로 닦는다고?”…거센 중국 공세 속 안방 지키기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입력 2023. 9. 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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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에코백스 코리아]
문제 하나 드리겠습니다. 가전제품입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과 중견 · 중소기업 간 기술력의 차이가 크게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브랜드가 새롭게 이름을 알리고 있고, 특히 중국 기업의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척 높습니다. 가전제품 중 유일하게 자율주행이 가능하거든요. 짐작 가시는 게 있을까요? 정답은 ‘로봇 청소기’입니다.

유선청소기에서 무선청소기로의 교체가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일어난 게 불과 몇 년이 안 됩니다. 때문에 로봇청소기를 두고 “아직은 낯설다” “없어도 그만이다” 등의 얘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로봇청소기 시장만을 놓고 보면 이미 3, 4세대 제품으로까지 기능을 업그레이드 한 브랜드 간 경쟁이 한창이고요. ‘세컨드 가전제품’ 취급을 받던 로봇청소기가 어느 새 신혼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으며, 향후 가정용 로봇 시장의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앞으로 청소기 시장에서 일어날 지각 변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성장하는 시장...플레이어들은 누구?
삼성전자가 내놓은 2023년형 비스포크 제트 봇 AI [사진출처 = 삼성전자]
글로벌 시장정보 기업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900억원으로 전년(2100억원)과 비교해 약 41% 성장했습니다.

전체 청소기 매출에서 로봇청소기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2%를 기록, 2019년 9%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3년새 2배 넘게 늘어났습니다.

로봇청소기 수요는 해외에서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15년 8억1000만달러(한화 1조773억원) 수준이었으나 2025년 49억8000만달러(한화 6조6238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뿐 아니라 에브리봇과 같은 중소기업 그리고 로보락, 샤오미, 에코백스 등 중국 기업이 포진해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경쟁은 주로 한국과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센데요.

낮은 품질에 AS 미흡 등 국내 소비자 사이 불만을 접수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 전담 콜센터를 세우거나 최대 2년 무상보증 기간을 제공하는 식으로 노력 중입니다. 톱스타 현빈 등을 기용해 마케팅에 쏟아붓는 돈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때문에 최근 한국의 1세대 로봇기업인 유진로봇이 가정용 로봇 청소기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가정용 로봇청소기 시장이 악화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요즘엔 시장점유율을 높인 중국 기업들이 국내 제품보다 더 비싼 제품을 출시하는 등 한국 기업들을 직접 겨냥한 모습이다”고 말했습니다.

로봇청소기에 이런 게 들어간다고?
에코백스 로봇청소기 [사진출처 = 에코백스 코리아]
로봇청소기에는 진공 청소가 가능한 모델과 물걸레 청소가 가능한 모델이 있습니다. 물론 이 두가지 기능을 모두 담은 모델도 있고요.

로봇청소기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기술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에 활용하는 라이다(LiDAR) 등 첨단 센서 등이 꼽힙니다.

가령 로봇청소기의 인공지능 감지센서부의 라이다는 사람으로 치면 눈의 역할을 하는데요. 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춰서 사물까지의 거리와 방향, 속도, 온도 및 특성 등을 자동 감지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로봇청소기를 다른 일반 청소기와 구분해주는 중요한 부분이죠.

3D 뎁스 카메라 등 고성능 센서와 부품들 역시 중요한데요.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며 발전하고 있는 고성능 센서와 이미징 기술이 로봇청소기의 성능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제트 봇 AI에는 인간의 뇌 신경망 구조를 구현한 인텔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장착돼 있기도 합니다. 이 NPU는 PC에 주로 적용되는 반도체로 초당 수조~수십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데요.

이를 통해 사물 이미지를 명확히 인식해 청소 구역을 분류합니다. 예컨대 반려견의 대소변을 피해 가는 것은 물론, 바닥의 작은 장난감, 물컵, 전선 등을 로봇청소기가 모두 감지해 피해가는 식이죠.

가전제품 중 유일하게 집안 곳곳을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인간과 대화하는 기술이 추가되거나, 내부 화재 위험 등 안전감지 기능을 보유한 로봇청소기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김도훈 GfK 연구원은 “핸드스틱 청소기 대신 로봇청소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 인공기능 기술과 융합해 그 편리성과 만족스러운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제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로봇청소기)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中기업 올인하는 ‘올인원 로봇청소기’…국내는?
[사진출처 = 에보백스 코리아]
올인원 로봇청소기란 자율주행을 하는 로봇청소기 한 대로 먼지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동시에 하는 제품을 말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현재 절반 가량을 이 올인원 로봇청소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가전의 발전 방향이 소비자들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보다 편리하게 하는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실제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중국 기업 로보락은 올해 자사 제품 중 가장 강력한 흡입력을 갖추고 비브라 라이즈 물걸레 시스템을 도입한 ‘S8 프로 울트라’ 제품을 출시했고요.

중국 로봇 청소기 시장 1위인 에코백스는 온수세척이 가능한 프리미엄 올인원 로봇청소기 ‘디봇T20옴니’를 선보여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기업인 에브리봇이 지난 2019년부터 물걸레와 진공 청소를 함께 지원하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해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고 있습니다.

LG전자의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R9 [사진출처 = 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따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미정이다”라는 게 양사 공통된 입장입니다.

대신 두 기업은 기존 물걸레와 진공청소 각각의 기능에 충실한 로봇청소기 제품에 집중하며 다양한 기술 적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2023년형 비스포크 제트봇 AI를 보면 업그레이드 된 사물인식은 물론 사람 인식 기능을 이용하면 외출시에도 영상으로 직접 자녀의 귀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시 사전 녹음한 메시지를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고, 일상 녹화를 통해 반려견의 이상행동을 알려주고 원격 돌봄이 가능하게 합니다.

LG전자의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R9’의 경우 약 300만장의 사물 이미지를 학습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실내공간과 장애물을 더 정확하게 인지해 청소하고요. 흡입력이 강력해 최대 90분간 청소할 수가 있습니다. 물걸레 전용인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M9’은 약 2kg의 하중이 회전하는 2개의 물걸레를 눌러줘 바닥을 닦는 얼룩제거 성능이 탁월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기업들은 무선청소기 시장을 더 키워야하는 등을 이유로 로봇청소기 개발을 놓고 뒷전인 모습”이라며 “하지만 그러는 동안 중국 기업 공세가 워낙 거세 우리 기업들이 맥을 못추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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