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 '도움'까지 받았지만 낯설었다…'3피홈런 5실점' 류현진 최악투, WC 또 위험해진 TOR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전혀 '코리안 몬스터'에 어울리지 않는 투구였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주심의 도움 속 3개의 피홈런을 내주는 등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토론토는 0-5으로 뒤지던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손에 넣었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투구수 89구, 7피안타(3피홈런) 4사사구(3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62에서 3.31로 대폭 상승했다.
류현진은 지난 8월 빅리그로 돌아온 뒤 다섯 번의 등판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의 성적을 남기며, 올 시즌이 끝난 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높였다. 좋은 흐름은 계속됐다. 류현진은 9월에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이날 등판 전까지 4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8월과 달리 9월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좋은 투구 내용에도 불구하고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불펜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것은 물론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승리 없이 2패만을 떠안았다. 그리고 시즌 4승과 함께 토론토의 와일드카드 진출을 위해 마운드에 섰는데, 무려 758일 만에 3개의 피홈런을 내주는 등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그 결과 9월을 승리 없이 마치게 됐다.
# 되풀이된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악몽'
류현진은 이날 등판 전까지 통산 탬파베이와 총 다섯 차례 맞붙었는데, 평균자책점 2.25의 훌륭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모든 등판에서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데 탬파베이를 상대로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20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류현진은 토론토를 상대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당시 류현진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았는데, 1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7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자책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불운도 있었지만, 2회를 매듭짓지 못한 가운데 8피안타, 2피홈런의 투구는 부정할 수 없는 아쉬운 투구였다.
이날 경기 초반은 마치 2020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드는 듯했다. 류현진은 1회 시작부터 '폭격'을 당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얀디 디아즈와 맞대결에서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6구째 89.4마일(약 143.9km)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디아즈의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였고, 무려 100.1마일(약 161.1km)의 속도로 뻗어나갔다.
리드오프 홈런을 맞은 뒤에도 실점은 계속됐다. 류현진은 해롤드 라미레즈와 주니오 카미네로에게 각각 볼넷을 내주면서 2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는데, 이번에는 조시 로우에게 2B-2S에서 던진 6구째 87.9마일(약 141.5km)의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됐고, 105.7마일(약 170.1km)의 속도로 비행한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류현진은 두 개의 피홈런으로 4실점을 허용한 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지만, 이날 경기 초반은 마치 지난 2020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와 맞대결을 연상캐 만드는 투구 내용이었다.
# 주심의 도움 속 변명거리도 없었던 부진
이날 주심은 류현진이 던진 공에 매우 관대했다. 그 장면이 돋보인 장면은 3회였다. 3회말 1사 1루에서 류현진은 로우에게 던진 초구 83.7마일(약 134.7km) 커터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낮은 코스로 향했다. 이때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이런 장면은 한 번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매뉴얼 마고와 승부에서도 1B에서 던진 2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났는데, 이를 주심이 잡아주는 모습이 이어졌다.
심판의 '태평양' 같은 스트라이크존 속에서 2~3회를 무실점으로 마쳤지만, 4회 류현진의 실점은 이어졌다. 이번에 일격을 당한 상대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였다. 베탄코트는 KBO리그 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로 지난 2019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53경기에 출전해 8홈런 29타점 타율 0.246의 처참한 성적을 남긴 뒤 유니폼을 벗었다. 하지만 빅리그로 돌아간 뒤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
류현진은 0-4로 뒤진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베탄코트와 맞붙었는데,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난 바깥쪽 높은 코스에 87.2마일(약 140.3km)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런데 이 볼에 베탄코트가 방망이를 내밀었고, 좌월 솔로홈런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는 지난 2021년 8월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758일 만에 '3피홈런' 경기로 연결됐다.
류현진은 이날 평소와 달리 제구도 좋지 않았지만, 구속도 눈에 떨어진 모습이었다. 포심 패스트볼의 경우 최고 구속은 89.4마일(약 143.9km), 평균 구속은 88마일(약 141.6km)에 불과했는데, 평소보다 0.6마일(약 0.66km)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밖에도 체인지업, 커브, 커터, 싱커가 모두 눈에 띄게 구속이 하락했는데, 특히 커터의 경우 1.9마일(약 3.06km)가 덜 나오는 모습이었다.
모든 구종의 구속이 떨어지면서 탬파베이 타선은 류현진의 공의 대부분을 정타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인플레이 타구 18개 중 타구속도 95마일(약 152.9km) 이상의 '하드히트' 타구는 무려 11개에 달했다.
불안불안한 투구 속에 류현진은 또다시 5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4이닝 5실점으로 이미 최악의 투구를 펼친 류현진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삭 파레디스에게 볼넷, 로우에게 안타를 맞는 등 1사 1, 2루에서 결국 강판됐다. 다행이었던 점은 승계 주자들이 홈을 밟지는 못하면서 4⅓이닝 5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 뒤늦게 터진 타선, 류현진을 패전에서 구해낸 토론토. 하지만…
현재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토론토는 류현진이 3개의 피홈런을 맞으면서 5회까지 0-5로 끌려갔다. 그러던 중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타선이 조금씩 활기를 띄게 시작하더니, 탬파베이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그 결과 류현진이 패전 투수가 되는 것을 막아냈다.
토론토는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탬파베이의 실책이 쏟아지면서 1,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조지 스프링어가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리고 보 비셋이 안타를 쳐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캐반 비지오가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며 6회말에만 4점을 쓸어담으며 4-5로 탬파베이를 쫓았다.
토론토는 6회초 이어지는 2사 2, 3루에서 맷 채프먼이 침묵했고, 7회초 1사 3루에서는 케빈 키어마이어의 좌익수 뜬공에 3루 주자였던 위트 메리필드가 홈을 향해 내달렸지만, 해롤드 라미레즈의 '보살'에 동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하지만 8회초 2사 3루에서 상대 '폭투'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냈고, 류현진은 패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토론토는 내친김에 역전까지 만들어냈다. 토론토는 폭투로 행운의 동점을 얻어낸 뒤 게레로 주니어와 비지오의 연속 볼넷, 맷 채프먼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만루찬스에서 메리필드가 역전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며 6-5로 경기의 주도권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경기 막판 다시 원점이 됐다. 탬파베이는 9회말 무사 1, 3루 찬스에서 미드가 극적 동점타를 터뜨리면서 6-6으로 균형이 맞춰졌다. 그리고 로우가 끝내기 안타를 쳐내며, 토론토는 연승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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