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희한하다"…'1947 보스톤' 하정우, 곁에서 본 '연기돌' 임시완(종합) [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임시완은 싹싹하고 성실한 막내다. 미워할 구석이 없는데 적당히 엉뚱하다.”
하정우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故 서윤복 선수 역을 맡은 임시완에 대해 “촬영장에서 몸을 만들고 식단 조절하는 걸 보면서 놀라웠다. 그만의 성실한 면모가 서윤복 선생님을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라고 이 같이 칭찬했다.
두 사람이 연기 호흡을 맞춘 새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콘텐츠지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빅픽처)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난 2020년 초 크랭크업했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개봉을 연기했다가 올 추석 연휴를 맞이해 선보이게 됐다.
하정우는 “‘1947 보스톤’은 명절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가족 단위가 아니어도 쉽게 관람할 수 있는 감동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며 “스포츠 영화보다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거 같다. 부담 없이, 고민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극장 관람을 바랐다.
이어 그는 ‘연기돌’ 임시완과 하며 느낀 점을 전했다. “임시완은 ‘1947 보스톤’의 상견례 때 처음 봤다. 인사하러 나가더니 (배우 및 스태프) 150명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더라. ‘영화를 끝까지 뛰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무섭고 희한한 친구다.(웃음) 그동안 많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만났는데 임시완의 첫인상은 굉장히 독특했다. 맑은 눈의 광인 에너지가 있다. 일반 사람들과 다른 바이브를 갖고 있다. 그런 열정을 가졌기에 임시완이 ‘1947 보스톤’을 잘할 수밖에 없었던 거 같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하정우는 “시대극이다 보니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진행했는데 얘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깊다는 느낌도 받았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다. 리액션도 좋다”면서 “임시완에게 ‘서윤복 선생님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형 덕분이다. 형이랑 영화를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하더라”는 일화를 들려줘 웃음을 안겼다.
하정우는 만남을 고대하던 강제규 감독과 첫 작업을 이뤄 뿌듯하다고 했다. “감독님은 대학교 선배셔서 오가며 인사를 드렸었다. 언젠가 강제규 감독님이 연출부와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었는데 그날 ‘나도 저기에 끼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이웨이’(2011) 이후 저를 안 불러주시나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캐스팅 당시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선후배다.
강제규 감독에 대해 하정우는 “역시 디렉션이 주효했다. 말씀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현장 상황을) 보고 나서 짚어주시는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다. 제 대사 중 감정이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었는데, 보통 1차원적 상황으로 판단해 디렉션을 하실 법도 한데 그 정도 (슬픈) 감정선은 아니라고 하시더라.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절제를 하셨다. 전체 감정선에 있어서 쿨한 느낌이 들었다”고 함께 작업한 소감을 털어놨다.
故 손기정 선수 역의 하정우는 “손기정 선생님은 유명하신 영웅이다. 저는 연기할 때 보통 내 자신에서 출발하는데, 이 영화는 손기정 선생님을 먼저 생각했다. 손기정 재단을 통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전해 듣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자신의 해석과 기준대로 표현하지 않고 실존 인물의 스타일과 가치관을 재현하려 했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시나리오를 많이 보는 편인데 더 좋은 대사가 있을지 고민했다. 대사 한 마디가 주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로도 캐릭터를 대변할 수 있으니까. 촬영 전까지 대사를 연구했고, 현장에서 감독님에게 검사를 받았다”고 연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하정우는 무릎 수술 후 ‘1947 보스톤’의 촬영에 임했기에 초반엔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했다. “2019년 상반기에 영화 ‘백두산’을 찍으면서 군화를 신고 자갈밭에서 액션을 했다. 불규칙한 돌이 놓인 곳에서 뛰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무릎이 손상됐다. 그 전부터 농구를 많이 해서 무리가 간 상태였는데, 그 날의 충격이 컸다. 촬영 마지막 날이라 응급처치를 받고 했는데 방향 전환을 급하게 하다 보니 주저앉은 거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연골판이 찢어져 있다고 하더라. 반월상 연골판 수술을 받으며 양쪽 무릎에 연골을 40%씩 도려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보스톤’의 촬영을 진행했다. 초반에는 뛸 수 없는 상태라 목발을 짚고 다녔고 재활치료를 하면서 촬영했다. 지금은 완쾌됐는데 농구는 아예 하지 말라고 해서 골프에 입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제게 ‘손기정 선수와 너무 똑같다’고 하시더라. 저도 사진을 보니 어느 정도 비슷한 거 같더라. 점점 ‘그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손기정 선수는 일본이름 ‘손 기테이’로 1936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당시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손기정이 입은 선수복에 새겨진 일장기를 지워서 보도했다.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인해 해당 신문들은 일정 기간 정간당했고, 손기정은 일본 경찰의 핍박을 받아 선수 생활을 하지 않겠다며 은퇴 선언을 했다. 해방 후에는 감독으로서 1947 보스톤 마라톤 대회 출전을 위해 서윤복 선수를 훈련시켰다. 영화는 손기정이 감독으로서 서윤복을 키우는 순간부터 보스톤의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까지 생생하게 펼쳐냈다.
하정우는 배우 겸 감독으로서 현재 새 영화 ‘로비’를 촬영 중이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이후 세 번째 연출작이다.
“5회차 촬영을 마쳤다. 사전에 배우들과 10번의 리딩을 했다. 신 바이 신으로 했고, 배우 개별로 만나 얘기하면서 리딩을 거쳤다. 배우들이 각자 준비해 온 애드리브도 보여주니까 좋은 것은 제가 기록을 해뒀다가 시나리오에 반영한다. 현장에서 새롭게 요구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저는 미리 시간을 갖고 해결한다.”
출연, 연출, 제작 등 왕성하게 영화 활동을 하고 싶다는 하정우는 “거창하게 제작자, 감독이라는 타이틀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영화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소망을 이뤄가는 단계”라고 표현했다.
한편 하정우는 촬영을 마친 ‘야행’(감독 김진황)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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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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