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ROTC 절반이 정원 미달 초급간부 확보 ‘빨간불’…수도권 대학 심각

올해 2월 2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육군학생군사학교 제공

ROTC운영 108개 대학중 54곳 후보생 정원 못채워…송옥주 “혁신적 대안 마련해야”

육군 학군장교(ROTC)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의 절반은 후보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대학 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육군의 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선 데 이은 것으로, 군의 허리인 초급 간부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육군 학군단을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가운데 후보생 정원이 미달한 학교는 54곳으로 집계됐다.

경인교대 학군단은 36명이 정원이지만 재학 중인 ROTC 후보생은 5명에 불과했고, 교원대 학군단은 69명이 정원이나 23명의 후보생만 재학하고 있었다. 한양대는 54명 정원 중 25명만, 서강대는 정원은 43명이지만 후보생은 20명에 그쳤다.

이는 병사는 복무기간이 짧고 봉급이 인상되는 데 반해, 초급간부는 복무기간이 긴 데다 처우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현재 병 복무기간은 육군 병사 기준 18개월이지만 ROTC는 군별로 24∼36개월로 최대 2배까지 길다. 2025년이면 병사(병장기준 월 205만원)의 봉급이 소위(월 178만원, 순수 월급 기준) 등 장교보다 많은 급여 역전에다 군가산점제도 폐지와 사라진 장교 취업우대, 열악할 복지 등으로 인해 MZ(밀레니얼+Z)세대가 지원을 꺼리는 게 주원인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수도권 대학 ROTC 후보생 경쟁룰은 0.92대 1(2022년 기준), 중도탈락 인원까지 포함하면 심각한 수준으로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육군은 올해 전반기 ROTC 후보생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저인 1.6대 1에 그쳐 지난 1일부터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을 받았다. 모집 인원보다 지원자가 많긴 하지만 입영 후 중도에 포기하는 후보생들이 적잖아 자칫 졸업 후 임관하는 학사장교 인원이 목표치를 하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ROTC 경쟁률은 ▲ 2015년 4.8대 1 ▲ 2021년 2.6대 1 ▲ 2022년 2.4대 1 순으로 해마다 하락 추세다. 송옥주 의원은 “우리 군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국방부가 우수한 초급장교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면서 “국방부는 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해당 사태의 원인 파악과 함께 학군장교 충원율의 대대적 향상을 위해 급여 인상, 복무기간 단축 등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