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한 달 만에 주가 6배 뛰었는데…대표가 남긴 경고 [신현아의 IPO그후]

신현아 2023. 9.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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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옥스 상장 한 달…김남용 대표 인터뷰
"게임체인저 자신…단기 폭등에 따른 피해는 우려"
김남용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호재성 자료가 단순히 주가에 기대감으로 그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실적으로 시장의 판단을 받고 싶은 바람입니다."

상장 한 달 차를 맞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지난 8월 10일 상장 이후 이달 22일(종가 5만3800원)까지 이 회사 주가는 공모가(1만3000원) 대비 무려 314%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조짐에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게 이 정도다. 시가총액은 이 기간 1040억원 4310억원으로 3000억원 넘게 불었다. 지난 4일엔 장중 고가 기준으로 공모가의 6배 수준인 7만7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흥행 참패 그후…상황 급반전

당초 큐리옥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회사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9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참여기관 688곳 가운데 절반 이상(361곳·52.5%)이 희망가 하단 미만에 주문을 써냈다. 결국 회사는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3000~1만6000원)에서 최하단인 1만3000원으로 확정했다.

당시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 확대(상장일 공모가의 60~400%) 조치에 따른 공모주 열풍 속 수요예측 경쟁률 대다수가 네 자릿수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결과였다. 기술력을 앞세운 적자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 있었던 탓이었다. 이어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도 큐리옥스는 흥행하지 못했다. 일반 청약 최종 경쟁률은 10.12대 1에 그쳤다.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채남기 한국IR협의회 회장(왼쪽부터), 이부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 김남용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대표, 박연채 키움증권 부사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상장 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주가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세계 첫 세포분석 자동화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이 회사 김남용 대표는 최근의 주가 급등이 마냥 달갑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밝힌 회사의 성장 전략이 아직 실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만큼 기대감으로 급등한 주가에 혹시나 손실을 입을 투자자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더군나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조짐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주(9월 15일) 대비 각각 2.52%, 4.68% 하락했다. 김 대표는 "상장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얘기가 쌈짓돈 모아 투자하는 할머니도 있고, 힘들게 아르바이트해 투자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만큼 주가 관리 측면에서 신중해야 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게임체인저 자신…단기변동성은 유의했으면"

때문에 성과가 가시화된 실적으로 시장의 판단을 받고 싶단 바람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다양한 변수와 불확실성으로 실적이 당초 예상치에 못 미칠 가능성을 투자자들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게 소통하면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다"며 "말만 그럴 싸 하게 하고 정작 실속은 없는 '먹튀(먹고 튀는)' 회사가 되지 않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큐리옥스는 아직은 적자 기업이다. 매출은 지난 3년간(2020~2022년) 연평균 29% 꾸준히 늘었으나, 이 기간 적자를 지속했다. 흑자전환은 내년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 추정 영업이익은 3억5000만원이다. 2025년엔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1년 만에 40배 급증한 12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매출은 72억40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약 2배 늘어난 136억원이라는 추정이다.

김남용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대표가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회사의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현아 기자


이러한 전망치는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고금리 환경 속 주요 고객인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조달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연구·설비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타깃 시장인 미국 바이오 시장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어 하반기 예정됐던 주문건들이 내년으로 밀리고 있다"며 "또 다른 시장인 중국 시장도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포분석 공정의 표준을 지정하는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백서가 내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역시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단 점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세포분석 자동화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백서 발간이 지연되는 등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NIST는 연구를 통해 각종 공정에 대한 표준을 정한다. 

김 대표는 다만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해선 자신했다. 그는 "세포분석 전방 시장은 19조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며 "현재 회사의 서너가지 제품만으론 부족하다. 고객사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부단히 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충성고객이 늘면서 고객사 풀도 넓어지고 있단 설명이다. 김 대표는 "회사의 충성고객이 늘면서 소개로 찾아오는 고객사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장기적으로 세포분석계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자신감은 분명 있다. 아직 이상에 경쟁자가 없는 만큼 진단·비진단시장을 무리없이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는 주주들과 그간 한국에 없었던 독보적인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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