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발로 북한군 표적 부순다”…KF-21에서 쓸 국산 첨단 무기 위력은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9.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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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전투기로 우리나라 하늘을 지킨다.’ 국산 항공무기로 영공을 수호하는 것은 1949년 공군 창설 이후 수십여년간 이어졌던 꿈이었다. 

지난해 7월 KF-21 시제1호기가 첫 비행에 나서고, 시제기 6대가 차례로 제작되면서 국산 전투기로 영공을 지키는 날이 한층 가까이 다가오는 모양새다.

KF-21이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항공무장이 필수다. 현재 KF-21은 탑재 무장 대부분이 외국산이다. 이는 수출 등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국산 항공무장을 개발, KF-21에 탑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체와 항공무장을 모두 국산화해서 해외 시장에서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전투력도 강화하자는 것이다.

KF-21애 탑재될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상 표적에 탄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사일부터 레이저까지 개발

2020년대 중반에 등장할 KF-21 블록1은 공대공 전투 능력에 초점을 맞춘 기체다. 실질적인 전투력 발휘에 쓰일 무장은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공대공 전투를 위해 탑재하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영국 MBDA, 아이리스-티(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독일 딜에서 만든 유도무기다. 지상공격용 정밀유도무기도 대부분 미국산이다. 

전투기 개발 경험이 없는 한국으로선 성능과 신뢰성이 검증된 항공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기체와 항공무장의 체계통합은 일정과 비용 증가 등의 리스크를 수반하는 작업이다. F-15K와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체계통합에 3년이 걸린 것이 대표적이다. 

개발 일정에 쫓기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 입장에선 혁신적인 기술이 반영된 신형 무장을 탑재하는 ‘모험’을 하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하지만 KF-21 시제기가 완성되고 양산 단계 진입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항공무장 국산화 추진도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산 전투기와 항공무장을 쓰면서도 독자적인 공대공·공대지 무장을 개발한 일본, 대만, 이스라엘의 길을 걷자는 것이다.

KF-21 시제기가 동체 아래에 미티어 공대공미사일 모형 4발을 탑재한 채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최근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항공유도무기 발전전략안에 따르면, 국산 항공무장 개발은 2040년대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탑재가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2026~2028년 개발될 KF-21 블록2에 장착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현재 체계개발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공대지 능력을 갖춘 KF-21 블록2를 개발하면서 미사일 탑재 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탑재 시험을 위해선 KF-21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간 체계통합을 해야 하는데, 기체와 항공무장 모두 신뢰성과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시험 할 때마다 기술적, 항공역학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기존 계획대로 개발 및 시험 일정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KF-21 개발이 완료된 이후 5년이 지난 시점까지는 공대공·공대함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개발을 추진한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F-15K, F-35A에 탑재되는 미국산 AIM-9X와 비슷할 전망이다.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은 KF-21에 탑재되는 미티어처럼 덕티드 램제트를 적용하게 된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KAI 직원들이 KF-21 시제기에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성능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은 주변국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일본은 AAM-4B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2030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중국이 개발한 PL-15는 사거리가 200㎞ 이상으로 추정되며,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탑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도 PL-15에 맞서 록히드마틴이 F-35 탑재용으로 AIM-26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개발중이다.

국산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에 적용될 덕티드 램제트는 공기흡입구로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해 연료와 혼합해 연소한 가스를 고속으로 배출해 추진력을 얻는다. 경량화와 사거리 연장이 쉽고, 빠른 속도로 고기동을 할 수 있어 가능해 적기가 회피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덕티드 램제트를 적용한 미티어는 음속의 3배 이상 속도로 최대 300㎞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공대함미사일도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처럼 덕티드 램제트를 적용한다. 공대지용 탐색기와 탄두를 동시에 개발, 임무에 따라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음속 미사일로 개발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ADD는 오는 2025년까지 ‘다목적 공중발사 초음속 순항미사일 핵심기술’ 연구개발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정비사들이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에 아이리스-티(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당 과제를 통해 공대지 또는 공대함 임무 수행이 가능한 덕티드 램제트 엔진을 설계 및 개발,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중발사 초음속 다목적 순항미사일 설계기술과 핵심구성품을 만들게 된다. 이후 항공기와 미사일을 체계통합해 공중발사시험으로 기술개발 성과를 검증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은 KF-21 탑재 다목적 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정밀유도폭탄은 미국의 GBU 계열처럼 유도방식과 탄체 조합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의 활용성과 무장 운용의 다양성을 높이면서 비용은 절감하는 효과를 추구할 방침이다.

2040년대에는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해 적의 전자기기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전자기 펄스탄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대탄도탄미사일, 레이저 무기, 극초음속미사일, 무인기와 전자전 무기체계와 접목한 항공무장 등을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같은 신개념 무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선행연구, 핵심기술·미래도전국방기술 과제 등을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요·기술·경제성 등 난제 많아

국산 항공무장 개발은 방위산업 발전과 전투력 강화 등의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FA-50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패키지로 제시할 국산 항공무장이 부족해 부가가치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KF-21 수출에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국 공군도 쓰는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나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해외에 널리 판매되는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 등에 기술적 특성이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국산 무장을 개발하면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KF-21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산 항공무장은 KF-21에만 탑재가 가능하다. 소요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예산 제약으로 기존 소요가 줄어들면서 또다시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미국산 항공무장은 미 공군과 해군 항공대, 서방 국가의 주문으로 충분한 소요를 확보할 수 있다. 유럽 항공무장도 유럽을 중심으로 소요를 확보해 비용 상승을 억제한다. 일본의 경우 자국산보다 미국산 AIM-120 주문량이 더 많은 상황이다.

기술개발의 난도도 변수다. 덕티드 램제트를 적용한 항공무장은 미티어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풍부한 전투기, 미사일을 개발 경험을 지닌 국가로서 산업적 체계도 탄탄하다. 프랑스와 독일 등도 개발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개발에 10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공대공미사일 기술의 핵심은 탐색기와 엔진이다. 미티어 구매에 따른 절충교역을 진행해도, 핵심 기술인 엔진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은 기대할 수 없다. 

KGGB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경험만 지닌 한국이 덕티드 램제트 방식 공대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난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 전력화를 서두르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주변국의 공대공미사일 성능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AIM-120 수준의 무기로는 미래 공중전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있다.

공군 무장요원들이 전투기에 한국형 GPS유도폭탄(KGGB)을 장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무인기를 활용해서 항공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군은 국방혁신 4.0의 일환으로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유인 전투기가 통제하는 다수의 무인기가 공중전을 벌이고, 지상 표적을 타격하며, 상승단계의 탄도미사일도 파괴한다. ADD와 방산업계에선 무인전투기 개발도 추진중이다.

유·무인 전투기 복합체계와 무인전투기 운용을 위해서는 무인기용 공대공·공대지 무장 확보가 필수다. 

KF-21에 사용할 항공무장을 개발하면서 무인기용 무장을 별도로 만드는 것보다는 두 기종에서 함께 쓸 수 있는 무장을 통합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통무장 개발을 통해 국산 항공무장 수요를 확대하고,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지하시설이나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전략 표적 타격을 제외한 공군의 공중작전 개념을 바꿔야 한다.

유인 전투기가 100㎞ 이상의 거리에서 비행하는 적기를 향해 고가의 첨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쏘는 대신 스텔스 무인기가 적기나 적 지상표적에 접근, 단거리 공격무기로 타격하고 이탈하는 것이다. 지상 표적은 무인기가 자폭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인 전투기는 북한 내륙 지역 지하벙커를 파괴하는 타우러스급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나 전자기펄스탄, 레이저 무기 등을 탑재하면 무인기와 상호 보완적인 무장 운용을 할 수 있다.

전투기가 전투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탑재 무장의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수한 성능과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갖춘 항공무장을 자체 개발해서 KF-21에 사용한다면, 전투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2030년대 이후의 항공작전 개념과 기술적 변화 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따르면, 개발을 완료하자마자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무기를 만들게 된다. 보다 면밀한 개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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