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기업과 경쟁하는 中企 ‘강릉초당두부’… 동해물이 맛 비결
오너 2세, 순두부 맛 통 아이스크림 준비
지난 20일 강릉역에서 차로 약 4㎞를 달리니 순두부 가게들이 즐비한 ‘초당순두부길’이 나왔다. 여기에는 1983년부터 4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릉초당두부 본사가 있다.
초당두부는 조선시대 허균·허난설헌의 아버지인 허엽 선생이 집 앞 약수로 콩을 불리고 깨끗한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한 500년 전통의 강릉 대표 향토 음식이다. 초당은 허엽의 호다. 초당두부는 동해의 심층 해수(海水)를 사용해서 만든다. 바닷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콩물이 응고될 때 눈이 내린 듯 몽글몽글 순두부(초두부)가 되는 것이 다른 두부와의 차이점이다.
강릉초당두부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생협 등 대형 유통사 두부 매대에 꾸준히 올라간다. 중소기업 두부가 매대에 꾸준히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영세 기업은 마트가 요구하는 상시 행사에 대응하거나 다양한 품목으로 구색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500~1600개가량의 영세 사업자 위주로 돌아가던 두부 시장은 이제 풀무원, CJ제일제당, 대상 등 3대 업체가 전체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유통사 자체 브랜드(PB)와 강릉초당두부 등이다. 강릉초당두부는 대기업이 장악한 두부 시장에서 특유의 단단함과 감칠맛으로 입소문을 타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에는 약 600억원(강릉 본사·서울 영업법인 합산)의 매출을 올렸다.
두부 제조는 콩을 세척한 뒤 불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강릉초당두부는 크기가 크고 고른 대립종 대두를 찬물에 10시간가량 불린다. 잘 불린 대두를 맷돌 역할을 하는 마쇄기로 간 뒤 솥에서 끓인다. 콩비지를 걸러낸 끓인 콩물에 청정 해수를 넣어 응고시킨다. 최영수 강릉초당두부 이사는 “두부는 단백질과 수분 덩어리여서 좋은 콩과 물이 핵심”이라며 “상수·심층수를 쓰는 게 아니라 동해 물을 정수해 넣는 것이 맛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몽글몽글 순두부 꽃이 피면 순두부가 완성된다. 이를 성형 틀에 붓고 일정한 압력으로 눌러주면 판두부가 만들어진다. 제품별로 크기에 맞게 물 속에서 절단한 뒤, 용기에 포장한다. 유통기한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된 제품을 열냉탕 처리로 한번 더 살균한다. 콩을 불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포장두부가 나오기까지 총 13~15시간이 소요된다. 부지 1만1000㎡의 공장에서 100여명의 직원이 하루 5만개가량(대표 제품인 550g 포장두부 기준)의 두부를 만들 수 있다.
강릉초당두부의 사훈은 ‘정직한 사고·청결한 환경·최고의 품질’이다. 사훈대로 공장 청결을 최우선 순위로 둬 공장 가동 전 1시간, 가동 후 2시간 동안 끓인 물을 기기에 흘려보내며 청소한다. 바닥에 물이 고여있지 않도록 공장 가동 시간 내내 찬물을 흘려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강릉초당두부는 창업자 최선윤 대표를 이을 2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그의 아들인 최영수(33) 이사는 20대였던 8년 전부터 회사에 들어와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이후 공장 관리, 재무를 맡으며 경영 수업 중이다.
그는 10~11월 중 유통업체인 제스트코와 손잡고 강릉초당두부 통 아이스크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은 계승하되 신규 사업으로 활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제스트코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 아이스크림을 내서 인기를 끌었다. 곰표 아이스크림을 내기 전인 2020년 1월 강릉초당두부 브랜드를 활용해 ‘강릉초당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먼저 출시한 바 있다.
최 이사는 “초당순두부 28%에 강릉 해양수를 활용해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으로 당시 편의점 등에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유통업체 간 갈등으로 사업을 접었었지만, 이번에는 통 아이스크림으로 브랜드를 살리면서 건강한 맛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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