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머니카페] 초단타 매매도 '주가조작'으로 잡혀갑니다
90초간 355번 주문 등 주가 7~8% 올려
증선위 "단타는 처벌, 과징금 대상 될 수도"
당국, 의심 계좌 동결하고 유튜브 감시 강화
금투협, 비상장주식도 급등시 거래정지 추진
홈트레이딩서비스(HTS) 화면을 띄워 놓고 짧은 시간 수도 없이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초단타 매매. 많은 사람들이 ‘유능한 거래 능력’처럼 생각하는데요. 최근 초단타 매매를 하다가 검찰 수사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가 법이 규정하는 ‘주가 조작’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초단타 매매가 왜 주가 조작에 해당할 수 있는지, 금융 당국이 이를 어떻게 막고자 하는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일 정례회의를 열고 21개 상장사 주식을 단주 매매 방식으로 거래해 11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전업투자자를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주 매매는 짧은 시간 동안 10주 안팎의 주식에 대해 반복적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거래 행위입니다. 이른바 단타라고 부르는 거래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전업투자자는 본인과 다른 사람 명의의 총 8개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대량으로 사들인 뒤 수십~수천 회에 걸쳐 소량의 고가 매수 주문을 제출해 주가를 움직인 혐의를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는 1분 30초 동안 1초당 3.7회, 총 355회에 걸쳐 2주씩 시장가에 매수 주문을 내 주문 수량과 횟수를 13배 늘리고 A 기업 주가를 약 7%나 끌어올렸답니다. 6분간 2~11주씩 500회나 매수 신청을 해 B 업체 주가를 8% 이상 상승시킨 적도 있고요.
매수 주문이 집중적으로 올라오면 다른 투자자들은 마치 그날 해당 종목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줄 착각한다고 하는데요. 주가 조작 혐의자는 그 순간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이 혐의자가 매수 주문부터 차익 실현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2분에 불과했고요. 증선위에 따르면 그는 증권사에서 단타 매매와 관련해 총 27차례나 수탁 거부 등의 조치를 받고도 여러 금융투자 회사를 옮겨 다니며 본인과 다른 사람의 계좌를 번갈아 사용했습니다.
금융위는 단타 행위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따른 형사처벌,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따른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이 과거부터 단주 매매를 통한 시세조종 행위를 지속적으로 적발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 주식 카페 등에서 합법적인 매매 기법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증권사에서 수탁 거부 조치를 받으면 자신의 주문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초단타 매매뿐 아니라 중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대응 체계도 대폭 끌어올렸는데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정각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김유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방안은 4월 이른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이기도 합니다.
당국은 우선 주가조작 사건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계좌를 동결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영국·일본·호주 등과 달리 당국에 자산 동결, 통신 기록 확보 권한이 없어 당국 차원의 제재 수단이 미비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당국의 계좌 동결 추진안은 법무부 협의와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뒤따라야 해서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당국은 통신 기록 확보 권한도 추진 사항에 포함하려다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에 이번 발표에서는 제외했다고 합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주가조작 전과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금융회사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5월 발의했다는 사실을 재차 상기했습니다.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내년 1월 시행합니다.
당국은 또 불공정거래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익명 신고제를 도입하고 포상금 지급 한도를 현 2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포상금 재원도 내년부터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감독부담금에서 정부 예산으로 변경하기로 했고요.
당국과 검찰은 나아가 중대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 초기부터 정보를 즉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 사안이 긴급한 사안은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신속하게 검찰에 통보해 수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고요. 모든 사건은 증선위를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거래소·검찰 등 4개 기관이 상시적인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당국은 아울러 조사 인력들의 강제·현장 조사권, 영치권(제출된 물건이나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권리)도 초기 물증 확보, 신속 조사 등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금감원은 그간 일반적인 사건에는 강제 조사권을 쓰지 않았거든요. 복합 위법 행위는 증선위가 종합 심의하면서 기관·부서 간 조사 칸막이를 허물기로 했습니다.
시세조종 분석 기간은 최대 100일에서 6개월·1년 등으로 확장하고 금융 당국 조사 조직·인력도 추가로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유튜브·블라인드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게시판, 주식 리딩방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감시 대상도 확대하고요.
증권사 직원이 범죄 혐의를 받는 고객에게 당국 조사 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금융투자협회 표준 내부 통제 기준도 개정합니다. 증권사 직원이 조사 정보를 흘린 사실을 적발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엄정 제재하기로 했습니다.
당국은 여기에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에 놓였던 비상장 주식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기로 했는데요.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금융위와 비상장주식 장외시장인 K-OTC에 3단계 시장경보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시장 경보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됐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한 상장 종목에 대해서만 투자 위험을 고지하는 제도인데요. 그간 금투협은 K-OTC 문제 종목에 대해 별다른 위험 단계 구분 없이 모두 ‘투자유의’로 분류해 공시하기만 했습니다. 금투협은 거래소의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등 상장사 대상 3단계 시장 경보 체제를 적극 참고해 K-OTC 시장의 특성에 맞는 방안을 낼 방침이랍니다.
금투협은 또 비상장 주식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을 때 매매 거래 자체를 아예 정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답니다. 이전까지는 비상장 기업이 파산하거나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등 재무 안정성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에만 매매를 중단시켰습니다. 이번 대책은 10월 말쯤이면 구체화될 것이라네요.
김 위원장은 “유관 기관들이 한 팀이 돼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 무관용 원칙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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