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제대로 못 풀고 나왔는데… 맥카티 대신한 오원석 역투, 위기의 SSG 구했다

김태우 기자 2023. 9. 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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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상황에서 긴급 등판해 팀을 구해낸 오원석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8월 이후 뚜렷한 성적 저하에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지며 연패에 빠진 SSG는 23일 인천 롯데전에서도 초반 위기에 몰렸다. 1회 에레디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선발 커크 맥카티가 2이닝 만에 강판됐다.

맥카티는 1회와 2회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최근 부진을 씻어내는 것 같았다. 최고 시속 149㎞까지 나온 빠른 공은 힘이 있었다. 그러나 2회 수비를 하던 도중 복사근 쪽에 통증을 느껴 더 이상 투구를 이어 갈 수 없었다. 맥카티는 2회가 끝난 뒤 테이핑이라도 해보며 투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테이핑을 하고도 통증이 있었다. 잘못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신중해야 했다.

맥카티가 2회만 끝나고 강판되는 상황은 사실 SSG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SSG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다 최근 불펜에 합류한 좌완 오원석(22)이 급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대로 몸이 풀렸을 리는 만무했다. 1-0으로 앞선 3회 마운드에 오른 오원석은 가벼운 캐치볼에 이어 급히 전력 투구를 하는 등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적으로 몸을 못 푼 데다, 그렇다고 한 두 타자 시간을 벌어줄 투수도 아니었다. 오원석이 사실상 선발 투수의 몫을 해야 할 판이었다. 몸도 못 풀었는데 많이 던지기까지 해야 했다. 3회는 당연히 흔들렸다. 선두 황성빈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김민석의 번트가 뜨며 아웃돼 한숨을 돌렸지만 이어 한동희 타석 때 연이어 폭투 두 개를 던져 주자의 3루 진루를 허용한 뒤 한동희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다만 정훈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을 때 1루를 돌아 3루로 뛰던 한동희를 잡아낸 뒤로는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준비를 하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집중력을 바탕으로 롯데 타선의 발걸음을 잡았다.

4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오원석은 몸이 풀린 듯 구속도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있었다. 5회에는 선두 서동욱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황성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김민석을 투수 병살타로 처리하고 고비를 넘겼다. 6회에는 선두 한동희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정훈을 병살타로 처리하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실상의 선발 몫을 충실히 해낸 오원석 ⓒSSG랜더스

득점 지원이 없었지만 오원석은 묵묵하게 던졌다. 7회 마지막 위기도 잘 넘겼다. 선두 유강남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구드럼을 삼진으로 잡고 정대선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서동욱 타석 때 포수 플라이를 조형우가 놓쳐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볼넷까지 내줬지만 기분을 최대한 억누르며 김민수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SSG는 1-1로 맞선 7회 3득점하며 잘 던진 오원석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8회 승계주자가 홈에 들어오며 실점 하나가 추가됐지만, 그래도 5⅔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으로 잘 버티며 SSG가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오원석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원형 감독의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선발 자원이었다. 매년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이유였다. 실제 5월까지는 그런 기대치에 충족하는 투구를 했다. 하지만 6월 이후 성적이 떨어지면서 고전했다. 최근 10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7.57에 그쳤다. 5월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3점대였던 평균자책점은 9월 22일 현재 5.59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 팀을 구하면서 7월 30일 한화전 이후 첫 승도 챙겼다. 개인적으로도 기분전환이 될 만한 한 판이었다. SSG 역시 연패를 끊고 기분전환에 성공했다.

오원석은 경기 후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가게 됐지만 긴장하지 않고 빨리 몸을 풀려고 집중했다. 첫 이닝에 2아웃을 잡으면서 서서히 몸도 풀리고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오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투구를 했다. 그동안 연습을 통해 가다듬은 구종을 많이 투구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또한 오늘 야수 선배님들이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득점까지 뽑아 오랜만에 승리를 한 것 같다. 특히 (김)광현 선배님과 곽현희 코치님께서 조언해 주신 부분이 오늘 피칭에 도움이 돼 감사드리고 싶다"면서 "남은 경기 팀이 가을야구에 갈수 있도록 어느 자리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시즌 7승째를 수확한 오원석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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