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전여빈, 인생 영화 꼽은 '패왕별희'만큼 순수한 연기 열정 [TEN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알맹이가 단단한 사람'이라는 수식이 가장 적합한 배우가 있다면 바로 전여빈이 아닐까? 전여빈은 차분하지만, 힘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그 때문에 영화 '거미집'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 '신미도'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이 엿보인다.
배우로서 좋은 재료가 되어 사용되고 싶다는 전여빈은 인생 영화로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1993)를 꼽았다. '패왕별희' 속 우희(장국영)처럼 연기에 대한 순수함으로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2018),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 '빈센조'(2021), '너의 시간 속으로'(2023)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신을 해왔다. 전여빈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다.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 배우 전여빈은 재촬영을 밀어붙이는 신성필림 후계자인 '신미도'를 연기한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공식 초청된 바 있는 '거미집'으로 칸을 방문한 전여빈은 "칸 영화제에 가는 것은 영화인들의 소원이지 않나. 칸 영화제가 고향이신 송강호 선배도 계셔서 친숙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옆 동네 영화 마을에 소풍 다녀온 기분이었다. 전혀 떨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라고 말했다.
'거미집'에서 김지운 감독과 작업하면서 어땠느냐고 묻자 "김지운 감독님은 집요하고 조용히 치열한 방식을 지닌 연출자임을 느꼈다. 많은 테이크를 가게끔 허용하시는 감독님이다. 첫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오케이를 함부로 내지 않으시더라"라고 설명했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의 20년 인연을 언급하며 "되게 부럽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다. 배우로서는 송강호 선배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은 정말 꿈이었다. '좀 더 마음을 강하게 차분하게 먹자. 배우로서 표현할 것을 직면하자'라고 생각했다. 너무 존경하지만,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라며 소회를 털어놨다.
극 중에서 자꾸만 의견이 충돌하고 갈등이 생기는 한유림 역의 정수정 배우와의 호흡과 첫 촬영에 관해 언급했다. 전여빈은 "'정수정 씨를 학창 시절에 마음에 안 품은 여자가 없다'라고 했던 것처럼 아끼는 사람이라서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투 수정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실제로 뺨을 때린 것은 아니라 합을 맞춰서 연출한 장면이다. 서로 각각의 포지션에서 다치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많이 했다. 컷이 끝나면, '괜찮냐'라고 많이 물었었다"라고 밝혔다.
'거미집'에서 유일하게 김감독(송강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신미도와 자신이 닮은 부분이 있다는 전여빈은 "처음 김열 감독과 대면했을 때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지 않나. 미도는 제작자지만, 자신 안에 뭔가를 갈구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김열 시나리오를 보고, 꽂혀버린 거다.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내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도를 구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드라마 '빈센조', '멜로가 체질', '너의 시간 속으로' 등의 작품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전여빈은 연기의 매력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광대무변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 한없이 넓고 커서 끝이 없다는 뜻이다. 배우를 광대라는 말을 쓰지 않나. 배우의 마음을 닮아있는 사자성어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좋은 재료가 되어 사용되고 싶다. 원초적으로 현장에서 연기하는 순간에 희열이 느낄 때 좋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연기만큼이나 영화보는 것도 좋아한다는 전여빈에게 인생영화가 뭐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를 꼽았다. 전여빈은 "'패왕별희'를 정말 꽂혔다. 이유는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사람들을 그리기 때문이다. 우희(장국영)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된 수련을 겪지 않나. 도망갔다가 다시 배우를 하겠다는 장면이 있다. '패왕별희' 속 우희에게서 마치 열정과 사랑, 무언가를 자꾸 느끼는 감정들이 느껴졌다"라고 답했다.
추석을 맞아 함께 개봉하는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와 다른 '거미집'의 차별점이 뭐냐고 묻자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웃음) 잔잔하고 싶은 여운을 안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 '거미집'을 추천드린다. 의문이 생길 때, '거미집'을 만난다면 같이 고민해주는 동지를 만날 거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거미집'은 9월 27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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