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3년 만에 인생투, 4008일 만에 8이닝→개인 최다 12승...왜 "반성 많이 해야 한다" 했나
[OSEN=잠실, 한용섭 기자] LG 투수 임찬규가 프로 데뷔 13년차에 인생투를 펼쳤다. LG는 한화를 3-1로 꺾고 정규 시즌 우승 매직 넘버를 '11'로 줄였다.
임찬규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8회까지 단 1실점으로 막고 호투했다. 최고 148km 구속이 나왔고, 직구(27개) 커브(26개) 체인지업(43개)를 던졌다.
1회 선두타자 이진영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최인호를 1루수 땅볼 병살타로 2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LG에서 함께 뛴 채은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홈런 한 방을 맞은 후 5회 1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의 위력투를 과시했다.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3개 구종으로 한화 타자들을 제압했다. 5회 1사 후 오선진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삼진과 내야 땅볼로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6회 선두타자 박상언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삼진과 병살타로 이닝 종료. 7회는 3~5번 중심타선을 삼자범퇴. 8회 2사 후 이도윤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박상언을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포효했다.
임찬규는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기록했다. 8이닝 투구는 개인 최다 이닝 타이 기록, 2012년 10월 2일 잠실 삼성전 이후 무려 4008일 만이다. 12승은 2018년 11승을 뛰어넘는 개인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이다. 임찬규는 경기 후 12년 만에 8이닝 투구, 개인 최다승 기록을 언급하자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3개 구종만 던졌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했다.
이틀 전부터 (박)동원이 형이랑 얘기를 많이 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SSG전부터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뭔가 찬 기운이 돌 때 그 느낌이 있다. 여름에 많이 덥고 좀 힘이 부쳤던 것이 있는데, (이)정용이나 다른 투수들이 버텨줬기 때문에 이제 올라올 때가 됐다.
오늘 구종은, 구종 가치를 떠나서 내가 마음대로 조절을 했다. '이래서 이랬다' 설명이 안되는 몇 안 되는 날 중에 하나인데, 오늘이 마침 그런 날인 것 같다. 오늘처럼 어떻게 해야 될지 좀 많이 생각을 해봐야 될 부분인 것 같다.
-박동원 선수와 호흡이 점점 잘 맞는다.
경기 중에 대화를 진짜 많이 한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긴장도 많이 풀리고, 동원이 형 같은 경우는 되게 와일드하다. 나도 와일드한데, 초반에 그 와일드한 부분으로 조금 효과를 봤던 것 같다. 여름에 조금 힘이 부치면서 동원이 형도 생각이 많아졌다. 좋았을 때를 서로 연구를 많이 하고, 밤에도 카톡도 많이 하고, 정말 많이 공부한다. 오늘 고개를 몇 번 흔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매번 '그냥 던질게요'라고 하는데, 동원이 형은 '너는 그냥 던져. 나는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믿고 따른다. 안타를 맞더라도, 사인 때문에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정확하게 못 던져서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뢰가 서로 두터운 것 같다.
-오늘 개인 기록이 많이 나왔다. 2012년 이후 처음 8이닝 투구, 개인 최다승이다.
반성도 많이 해야 한다. 현대 야구는 8이닝~9이닝까지 안 던져도 된다라고 얘기를 하지만 나는 던지고 싶었다. 던지고 싶었는데 내 역량이 많이 부족했다. 감독님께서 지난 SSG 경기 끝나고 주문하셨던 게 있다. 5월달에 좋았을 때, 그냥 가운데를 보고 계속 던졌는데, 공교롭게 제구가 핀 포인트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또 숫자(승리)가 보이고, 잘하려다 보니까 핀 포인트를 보고 던지더라. 그렇게 던지다 투구수가 많아지고 안 좋았다.
오늘 감독님께서 끝나고 '결과가 어떠냐. 똑같은 케이스인데 몇 이닝 던졌냐' 라고 하셨다. 오늘 그냥 가운데를 보고 던지자고, 해보니까 결과가 (좋게) 나왔다. 감독님이 저를 잘 파악하셨다. 내가 가운데를 보고 던지면 가운데로 가는 공이라면, 감독님께서 그렇게 주문 안 하셨겠죠.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을 올해 많이 깨달았다. 진작에 이런 느낌으로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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