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즈 킬러’의 성능은 확실했다… 오태곤 3안타 대활약, ‘김원형 승부수’ 최항까지 성공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8월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걷고 있는 SSG는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지며 6위까지 떨어졌다. 팀에 여유가 없는 건 분명했다. 어쨌든 이겨서 팀 분위기를 바꿔야 했는데, 최근 그렇지 못했다.
23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도 경기 전망이 썩 좋지는 않았다. 선발인 커크 맥카티가 최근 들어 다소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반대로 롯데 선발인 찰리 반즈는 절정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즈는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에서 63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했다. 최근 10경기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준 경기라고 해봐야 3점이었다.
SSG는 반즈가 좌타자에 아주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착안해, 9명의 선발 타순을 모두 우타자로 도배했다. 아시안게임에 간 최지훈 박성한을 빼더라도, 추신수 한유섬 최주환 등 주축 타자들을 모두 선발에서 빼는 강수를 선보였다.
이 라인업에서 가장 꼭대기에 선 선수는 팀의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오태곤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와 4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오태곤은 한유섬을 대신해 최근 팀의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다만 그와 별개로 개인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222, 4홈런, 2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21에 머물고 있었다. 득점권에서도 그다지 강한 면모가 아니었다.
하지만 1번에 올라갈 명분은 확실했다. 이날 선발인 반즈의 천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태곤은 개인 통산 반즈를 상대로 타율 0.545(11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6안타 중 3개가 2루타였다. 반즈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개인 상성은 확실했다. 공격의 활로를 뚫어달라는 SSG의 기대를 오태곤은 100% 부응했다. 시작부터 안타를 터뜨리며 시종일관 반즈를 괴롭혔다.
오태곤은 0-0으로 맞선 1회 시작부터 2루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의 발판을 놨다. 반즈의 2구째 투심패스트볼을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오태곤은 2사 후 에레디아의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을 책임졌다.
3회에는 1루수 뜬공에 머물렀지만, 5회 2사 1루에서는 다시 깔끔한 좌전 안타를 터뜨리며 일찌감치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 다시 적시타를 치며 이날 경기의 수훈갑 중 하나가 됐다.
SSG는 1-1로 맞선 7회 1사 후 김성현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여기서 대타 한유섬 카드가 삼진으로 끝났지만, SSG는 다시 좌타자인 최항을 대타로 넣으며 승부를 걸었다. 최항은 올해 퓨처스리그 42경기에서는 타율 0.375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지만, 1군에서의 타율은 13경기에서 0.188로 그렇게 높지 않았다. 여기에 반즈를 상대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김원형 SSG 감독은 최항의 타격감을 믿었다.
그런 최항은 반즈의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결대로 이를 밀어 좌익선상을 타고 나가는 적시 2루타를 치며 팀에 귀중한 점수를 선물했다. SSG가 기세를 탔던 그 다음은 오태곤의 차례였다.
최항 다음에 타석에 들어선 오태곤은 중견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적시타를 치며 3-1을 만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SSG는 김강민이 우중간 안타를 치며 1,2루를 만들었고, 최정의 가벼운 부상 때문에 라인업에 들어가 있던 김찬형이 적시타를 치며 순식간에 4-1로 달아났다. 결국 SSG는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4-2로 이겼다.
경기 후 오태곤은 "오늘 목표는 매 타석 출루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3안타가 나온 것 같다. 상대 투수 상대로 나쁘지 않아 좋았던 느낌을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바깥쪽 공략이 잘 이뤄진 것 같다"면서 "(7회은)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어떻게든 1점을 더 뽑아 불펜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싶었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반드시 가을야구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항도 "박정권 코치님께서 100%는 아니지만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계속해서 준비하라고 하셨다. 타석에 나가기 전 미리 마음가짐과 몸을 준비하고 있었고 감독님께서도 선뜻 선택해주셔서 기회가 온 것 같다"면서 "보통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인식있지만, 개인적으로 좌투수를 상대하면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만을 생각하면서 편하게 타석이 들어간다. 정권 코치님이 나의 이런 성향을 2군에서부터 보셔서 추천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타석에서 최대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공략하려고 했고 마침 존에 공이 들어와 안타가 나왔다"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함이 생겼고, 시즌 끝날때까지 우리팀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잘 할거라고 믿는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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