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상처만 남기고 끝났다…'체포동의안 가결·당 갈등' 초래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이 치명적…"단식 명분 스스로 허물어"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시작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투쟁이 24일째인 23일 끝났다. 장기간 단식으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의 깃발은 올렸지만, 실익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막판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다, 당 계파 갈등 또한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등 이 대표의 단식투쟁은 상처를 남기고 끝나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 폭력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면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을 시작하며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과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명분과 목적, 출구가 불분명한 단식이라는 지적이 당 내외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숙원 과제였던 당내 통합과 결집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친명(친이재명)계뿐만 아니라 당 원로나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도 이 대표를 응원하거나 손을 맞잡고 단식을 만류했다.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전해철 의원도 단식 천막을 찾아 이 대표를 응원했고, 정치적 라이벌인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를 찾아 "건강을 지켜야 한다"며 단식을 만류하기도 했다.
병원 이송 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아 입원 중인 이 대표를 방문해 손을 잡았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은 단식 초반 매일 같이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들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도 했으며, 정부·여당의 무관심에 대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단식 중이었던 이 대표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모두 응했다. 지난 12일 두 번째 출석 조사가 2시간이 채 안 돼 끝나자, 당내에서는 "도대체 왜 또 부른 것이냐"며 정부와 검찰 규탄 여론이 가열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식 22일째이던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공든 탑'이 허물어져 버렸다. 당내에서 29표에 달하는 이탈표가 나온 결과다.
혼란에 빠진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서로에게 고성과 욕설을 쏟아냈고, 이 대표의 당내 통합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비명계가 주축인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당일 사퇴했다. 뒤이어 탕평 인사의 상징이었던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이날(23일) 사퇴했다.
대규모 이탈표를 두고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지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0일(단식 21일차) 발표된 입장문이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 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요청했다. 그러자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했던 '불체포권리 포기' 약속 번복이라는 지적과 "결국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나왔다.
진보 성향 논객인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는 최근 라디오에서 "(이 대표 부결 요청 입장문이) 2100자인데, 아무리 짧아도 (작성에) 3시간이 걸린다"며 "이 대표가 지금 누워서 말도 못 하는데 언제 썼느냐. 미리 써놓은 것이다. 단식의 명분을 결국 본인이 스스로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 단식은, 초유의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통과라는 상처를 남기고 실익 없이 끝나게 됐다. 이 대표는 오는 26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단식을 마친 이 대표는 치료에 집중하며 의료진과 협의해 법원 출석 등 일시적 일정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료 명분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 의사 결정이 아니고 의료진의 강력한 권고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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