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대한 항명 중단하라”…대통령실 앞으로 달려간 해병대 예비역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원대복귀 촉구 집회
“사건에 외압 가한 자들에 대한 처벌 선행돼야”
해병대 예비역들이 23일 고 채모 해병대 상병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원대복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를 방해하는 세력의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상규명 촉구한다’ ‘(박 대령의) 직무복귀 명령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공정수사 안 되면 될 때까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해병대 빨간티를 입은 예비역 400여명이 참여했다.
박 대령과 동기인 김태성 해병대 81기 동기회장은 “전역 후 전국 각지에 모인 해병대들이 오늘처럼 모인 것은 해병대 창군 이래 처음일 것”이라며 “채 해병 진상규명과 군 수사권 보장은 우리의 염원이다. 박 대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사건에 외압을 가한 자들에 대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다른 동기인 김성 신부는 “아들 같은 해병이 어처구니없는 명령을 이행하다 죽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박 대령의 소신을 군 당국은 항명이라고 했다”며 “이 나라의 부모가 자식을 군에 안심하고 보낼 수 있도록 대통령이 나서서 박 대령을 복직시켜달라”고 했다.
김규현 변호사는 “모든 군 사망사건을 바로 경찰에서 수사하는 게 아니다. 먼저 범죄에 의한 사망인지 확인하는 게 수사단의 의무이고 박 대령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며 “범죄 수사권이 없으니 아무 것도 해서는 안 됐다는 건 사실을 현혹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비역들은 군 당국이 진실을 덮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해병대 예비역 김태완씨는 “모든 죽음은 슬프지만 20대 초반 청년의 죽음은 더욱더 슬프다. 책임자 엄중 처벌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며 “채 해병의 사망 사건은 군 신뢰도를 저하하는 사건이다. 군 조직은 사기로 좌우되는 집단이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예비역 이우설씨는 “박 대령은 외압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해병 정신의 표본을 보였다. 정부에 임진왜란 당시 육지에서 싸우라는 왕의 명령을 어기고 해전을 벌인 이순신도 항명이라고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해병대 예비역 전원철씨는 “해병대 수사단 수사가 국가안보실의 입맛에 맞게 재단됐다. 이런 군대를 국민이 믿을 수 있겠나”라며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고 ‘누구의 혐의를 빼라’고 지시한 자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 대한 항명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전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집회를 조직했다. 전씨는 “박 대령은 8명의 혐의를 적시했는데 경찰은 결국 2명 대대장에 대한 수사만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의 사임도 일종의 꼬리자르기로 보였다”며 “이대로 두면 수사가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 집회를 주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군 당국 대응에 따라 동력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채 상병의 유족에게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방부·정부 당국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 진상규명과 박 대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국회는 국정조사와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외압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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