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갈림길' 선 이재명…민주당의 운명은?[국회기자 24시]
친명계·강성지지층 '수박 색출' 압박 나서
李, 단식 24일차에 종료…26일 영장심사行
당일 새 원내대표 선출…분열이냐 봉합이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대표는 ‘구속 기로’에 놓였고,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사태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했습니다. 자칫 민주당 지도부가 흔들리거나 공백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23일 단식 24일차를 맞은 이 대표는 결국 이날 무기한 단식 농성을 중단하고 회복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8일 단식 여파에 따른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돼 수액 치료를 받은 지 6일 만입니다. 의료진은 이 대표에게 즉각적인 단식 중단을 강력히 권고해왔습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당분간 현재 입원한 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아울러 의료진과 협의해 법원 출석 등 일시적인 외부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당초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전면적인 국정 쇄신과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논란이 있었던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교체 등 일부 2차 개각이 이뤄졌지만 이 대표는 달라진 게 없다며 단식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사실상 이 대표의 단식 농성이 출구가 막힌 상황에서, 건강 악화에 따른 입원과 강제 중단은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오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구속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날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회복 치료에 들어가면서, 영장심사 기일에 맞춰 출석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할 전망입니다.
앞서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에서 두 사건을 병합해 지난 18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죠. 적용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증교사 등입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구속 갈림길에 서는 이달 26일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 투표를 실시합니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전날(22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하고, 오는 24일 오후 6시까지 후보자 등록 접수와 26일 오후 2시에 정견 발표 이후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일정을 밝표했습니다.
다소 촉박한 일정이지만, 추석 연휴 시작 전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원내 지도부 공백기를 최소화하고 당내 혼란을 수습하겠다는 방침에서죠. 현재까지 친명(親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3선 홍익표 의원이 가장 먼저 후보로 등록한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지도부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1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제21대 국회 재적의원 총 298명 중 295명이 참여해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습니다.
당시 해외 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10명과 정의당 의원 6명, 여권 성향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하영제·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2명 등 총 120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가정할 때,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167명(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 제외) 중 최소 29명에서 많게는 40명 가량이 찬성표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 내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 사이에서 ‘수박(겉은 파란색(민주당)이지만 속은 빨간색(국민의힘)이란 은어) 색출’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 날인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이탈표’를 겨냥해 “용납할 수 없는 해당(害黨)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강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면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 강조했죠.
그래서일까요. 민주당에 따르면 비명(非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송갑석 최고위원이 전날 이 대표에게 지명직 최고위원직의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표는 이날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민정 최고위원 역시 전날 회의에서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위원이 당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는 것은 이미 신임을 잃은 것”이라며 “제 거취는 당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만약 이 대표가 오는 26일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될 경우 사법리스크와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며 당내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따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후폭풍에 따른 분당(分黨)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 “(당이) 쪼개진다는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며 “부결을 희망하던 세력들은 가결표를 던진 사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한동안 갈 것이고, 소위 강성 지지층 ‘개딸’들은 (수박) 색출 작업에 들어가면서 서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지위는 회복 되겠지만, 이미 크게 상처 받은 리더십은 쉽게 회복이 안 될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통합적으로 (운영을) 잘 할 거냐도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비 온 뒤 분열이냐 봉합이냐, 민주당의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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