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공산주의 이끈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전 대통령 98세로 별세
균형 잡힌 정책으로 이탈리아 재정 안정에 기여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38년을 이탈리아 의회에 바친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 지난 22일(현지시간) 로마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98세.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공산당 출신이다.
1925년 6월29일 나폴리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무솔리니의 파시즘 독재에 염증을 느끼며 성장했으며 나폴리 대학에 다니며 저항 운동가가 됐다.
1945년에는 이탈리아 공산당(PCI)에 가입해 1953년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며 정치 인생의 막을 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당내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반대한 당내 세력을 맹비난했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제 및 외교, 문화 관련 정책에 관여했다.
하지만 이후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과 공산당은 소련식 공산주의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1991년 공산당을 해체하며 완전히 결별했다.
이후 공산당은 기독교민주당과 합당해 민주당이 됐으며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원으로서 하원 의장이 됐다. 첫 대통령직 임기는 2006년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과 국제 전문가들은 그를 현실적이고 솔직한 지식인으로 평가한다. 대통령 임기 9년과 의회에서 보낸 38년 동안 그는 수십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이탈리아 공산주의를 사회민주주의 운동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후 '스캔들 제조기'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각종 부패 스캔들과 탈세 혐의를 받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대통령 등과 대조되는 이유다.
특히 두 번째 대통령직은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를 떠맡다시피 하며 시작됐다. 2011년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세금과 물가 상승, 임금 및 연금 삭감이 예상되는 재앙적 상황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이탈리아 경제가 붕괴할 경우 유럽과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고령을 이유로 연임을 만류한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이었지만 마리오 몬티 과도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 정계 지도자들의 간곡한 부탁을 끝까지 뿌리치지는 못했다.
다시 한번 이탈리아의 사령탑이 된 그는 수개월에 걸쳐 세금 인상, 연금 개혁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부채 상환 능력을 올려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이같은 전략은 이탈리아 재정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지율은 8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으며 이탈리아 잡지 '와이어드'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 등 세계적인 리더들이 그의 리더십을 지지했다.
나폴리타노 리더십은 지지자들에게는 균형 잡힌 태도와 신사운 매너가 호평을 샀지만 반대로 비평가로부터는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5년 같은 당 출신 엔리코 레타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고 1월14일 사임했다. 이후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은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각종 정계 인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현직 총리는 "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했으며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탈리아와 유럽의 사회 발전, 평화와 진보를 위해 중요한 전투를 벌였다. 노동자의 직장 내 사망이라는 악순환에 맞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추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의 아내 클리오에게 전보를 통해 "이탈리아 정치에 대한 지성과 진지한 열정을 보여줬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은 1959년에 아내 클리오 마리아비토니와 결혼했으며 아들 두 명과 손자 2명을 거뒀다. 소싯적에는 이탈리아의 마지막 왕, 움베르토 2세와 닮은 용모로 '붉은 왕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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