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김지운-송강호와 작업, 꿈 같은 일... 실망감 주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M]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에서 재촬영을 밀어붙이는 신성필림의 후계자이자 재정담당 '신미도'를 연기한 전여빈을 만났다. '신미도'는 '김감독'의 스승인 거장 ‘신감독’의 조카이자 신성필림 창립자인 ‘신 회장’의 딸로 일본 유학파다. 숙모인 제작자 ‘백 회장’이 일본 출장 간 사이, ‘김감독’의 수정 대본을 읽고 걸작을 예감,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유일한 인물로 '김감독'의 촬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영화 '거미집'으로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전여빈은 "영화인들의 소원이자 염원인 칸 영화제였는데 칸이 고향 같은 송강호 선배 덕에 친숙한 느낌으로 다녀왔다. 약간 긴장은 했는데 전혀 떨리지 않았다. 우리끼리 잠깐 어디 옆 동네 영화 마을에 소풍 다녀온 기분이 든다."라며 영화제 소감을 밝혔다.
그는 "거기서 처음 본 해외배우가 조니댑이었다. 유유자적 거리를 걸어가는 걸 봤다. 칸의 시가지를 많은 사람들이 다 슈트나 드레스를 입고 다니던데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는 것 같았다.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칸 영화제에서 굿즈도 사며 소소하게 즐겼음을 이야기해 웃음을 안겼다.
며칠 전 VIP시사회를 가지며 지인, 업계 동료를 만났다며, 전여빈은 "업계 동료들이 특히 많이 좋아하더라. 영화에 대한 열망이나 갈망에 대한 이야기여서 자기 안의 열정이 간질간질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더라. 일반인 친구는 색달랐다며 김열 감독을 선두로 이끌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각자만의 방식으로 반짝반짝 빛나면서 어느 하나 빈틈없이 연기해 주니까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칸에서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고 우리 언어로 하는 블랙유머에도 외국인들이 웃어주는 게 너무 신기했었는데 한국의 관객들은 더 언어의 맛을 알고 공기의 흐름을 탈 수 있으실 것. 그래서인지 쉴 새 없이 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작품에 대한 주변의 피드백을 전했다.
이 영화는 전여빈에게 아주 각별했다. 김지운 감독, 송강호를 비롯한 연기 잘하는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기 때문. 자신의 인생영화가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이었고 휴대폰 컬러링이 이 영화의 OST인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었다는 전여빈은 "그 영화의 임수정 선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밀정' '인랑'에서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김지운 감독에게 배우로서 디렉팅을 너무나 받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 기회가 온 것.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 간의 20년이 넘는 깊은 인연도 너무 부러웠는데 그 둘의 인연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도 있었고 송강호의 눈을 마주 보고 에너지를 주고받는 꿈같은 일을 실현할 기회가 온 것."이라며 이 영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꿈이 한 번에 이뤄졌는지를 이야기했다.
"꿈의 실현 기회가 왔기에 스스로 마음을 더 잡았다. 차분하고 강하게, 내가 표현할 걸 제대로 하자는 각오를 다졌다. 너무 존경하는 선배, 감독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하자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같이 연기할 때 설레고 들뜨는 마음이 생겨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많았다. 굉장히 원했던 순간, 가장 영화적인 순간을 절대 놓치지 말고 오롯이 느끼고 표현하고 모든 걸 다 받아들이려고 했다."며 어떤 마음으로 현장에서 보냈는지를 드러냈다.
"전과 다른 내가 되어가는 것 같다. 1cm라도 더 커졌다. 그게 무엇이든 내 표현이나 영감의 진폭이 더 짙고 넓어졌다."라며 이번 작품을 마치고 나서 느낀 것을 벅차게 표현하는 전여빈은 "서로 공감하고 경험을 나누면서 큰 기쁨도 맛보고, 살아 있음을 느꼈다."며 진심으로 뿌듯해했다.
김지운 감독은 전여빈에 대해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전여빈은 김지운 감독에 대해 "많은 테이크를 가는 감독인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케이도 함부로 안 내고 한 씬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시더라. 1부터 10까지 항상 집중하고 계시는 분이셔서 저도 제게 주어진 1부터 10까지를 계속 새롭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어주시는 분이셔서 저도 표현을 확장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은 분이시다. 스태프, 단역에게도 존재로 인정하고 함께 하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하는 분이시다. 극 중에서 미도가 김열 감독을 예술가로 존중하는데 저도 전여빈으로 김지운 감독을 존중하며 함께 했다."라며 함께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전여빈은 '광대무변廣大無邊'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한다고. 한없이 넓고 커서 끝이 없다는 이 뜻의 말이 배우의 마음과 닮아 있는 것 같아서라는 그는 "학생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단어다. 예상 못한 표현의 영역이나 생각해보고 싶은 영역의 글을 만나 한없이 깨지고 한없이 넓게 물들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그래서 어떤 방향을 정해놓지 않고 마음껏 쓰이고 싶다."라며 '거미집' '멜로가 체질' '글리치' '빈센조' 등 다양한 장르, 개성 있는 캐릭터로 계속된 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냈다. 그러며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도 하고 싶고 예술가의 생애를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며 번득 생각나는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언급했다.
'거미집'에 대해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전여빈은 "앙상블이 알록달록 향연을 이루는 영화를 찾고 계셨다면. 시네마에 목말랐다면 마음껏 반길수 있는 영화다. 문득문득 피식 웃고 싶고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안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린다. 가을이 왔는데 높아진 하늘 보며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 많아지는 계절인데 자기만의 물음표가 생기는 시기. 그럴 때 이영화를 만나면 같이 고민해 주는 동지를 얻게 될 것."이라며 추석연휴에 볼만한 영화로 추천을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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