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의 악몽과 한국 핵무장론 [편집인의 원픽]
“원자 폭탄이 무기고의 신무기에 불과한 것이 된다면, 인류가 로스앨러모스와 히로시마의 이름을 저주할 날이 올 것입니다.”
최근 크리스터포 놀란 감독이 영화로 다뤘던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1945년 10월16일, 원자 폭탄 산실이었던 로스앨러머스의 총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 말이다. 그에 대한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오펜하이머의 공산주의 성향, 스파이 논란에 많은 부분이 할애됐지만 그가 원자 폭탄 프로젝트에 성공한 뒤 어떻게든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쓴 이력 또한 상세하게 기록돼있다. 전쟁 승리를 명분으로 핵 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한 그에게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위력은 너무 참혹했던 탓이다.
북한 핵 수준이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보수 정치권 중심으로 우리도 자체 핵무장 논의를 본격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한·미 원자력협정 파기에 따른 국제 제재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론에 막혀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핵자강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진영을 불문하고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이다. 세계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 포럼에는 보수 성향 인사가 3분의2, 진보 성향 인사가 3분의 1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을 정리한 책 ‘왜 우리는 핵 보유국이 되어야하는가’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폐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해 남북간 핵균형을 이루고 감축 협상을 통해 제도적인 핵 관리체제로 이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게 최소한 일본이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 수준으로라도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공감대는 제법 넓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원자력 협정을 맺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5년 개정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상용화 등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 공동연구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1988년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얻어 추출한 플루토늄을 쌓아두고 있다. 일본이 현재 보관중인 플루토늄은 약 50t으로 핵탄두 6000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우리는 우라늄 농축의 경우도 20% 미만으로만 한미 간 협의를 거쳐야 할 수 있다. 20% 미만 우라늄 저농축은 전면 허용, 당사자 합의시 20% 이상 고농축도 가능하게 한 미·일 원자력협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재처리와 고농축을 금지하는 이유로 핵무기 전용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상시적인 북핵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일본 수준과 형평성을 맞춰야한다고 미국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정치인·전문가 담론에 그쳤던 핵자강론이 저변을 넓히는 배경은.
“하노이 회담 실패에서 보듯이 북한이 더 이상 외교적 협상을 통해 비핵화 논의를 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협상으로 핵을 포기하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것이 한국도 핵 자강을 통해 남북간 핵균형을 이뤄야한다는 구상이다. 한·미 당국간에 합의한 핵협의그룹 등 확장억제 협의체 활동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국핵자강전략포럼에는 어떤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나.
“포럼을 이끄는 정성장 대표는 오래전부터 독자 핵무장론을 펼쳐왔다. 보수 성향의 군 안보 전문가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 시기 대사와 진보 매체 관계자 등도 자주적 관점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비공개로 참여하는 교수, 군 장성, 핵공학자들도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미·일 협정 수준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방미 때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가 이뤄지지않을까 기대하긴 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 반응 등을 감안하면 이와 관련된 움직임은 현재 없는 것 같다.”
‘핵자강’에 보혁 공감대… 韓·美 원자력 협정 개정이 관건 [뉴스 인사이드-자체 핵무장론 2.0]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91151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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