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왜 그러는데?…친기업 나라인 줄 알았더니 ‘반전’ 있었네 [홍키자의 빅테크]
인터넷 브라우저를 어떤 것을 쓰고 있으신가요? 저는 구글 크롬을 씁니다.
구글 크롬이 인터넷 브라우저의 압도적 지위를 확보한 지는 꽤 됐습니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는 구글 크롬으로 66.13%였습니다. 2위는 애플의 사파리로 11.87%였고,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엣지(11%)가 차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엣지가 현재는 3위까지 쳐져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만,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기 전을 상상해보면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을 연다’는 것은 ‘윈도우에 들어가서 익스플로러에 접속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1990년대 말, 일명 ‘브라우저 전쟁’이 펼쳐졌는데, 그 전쟁에서 승리한 회사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죠.

마이크로소프트는 브라우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브라우저 끼워팔기’라는 공격적인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윈도우를 설치하면 곧 익스플로러가 자동으로 설치돼 고객들이 이용할수밖에 없게 만들었죠. 윈도우를 켜면 한켠에 ‘e’모양의 아이콘이 늘 배치돼있던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사람들은 별도로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를 다운받아쓰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았고, 결국 회사가 매각해야할 처지에까지 놓이게 되며 시장 점유율을 뺏깁니다. 1998년, 넷스케이프는 42억달러에 매각되고 맙니다.
이때 브라우저 전쟁의 승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미국 정부가 나서 철퇴를 내려치려고 합니다. ‘반독점법’. 끼워팔기로 경쟁을 저해한 책임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이었고요. 미 법무부와 20개주는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MS가 독점을 획책하고 경쟁을 저해했다고 지적했고요. MS를 2개 회사로 분리하고, 이후 10년간 재결합하지 못하도록 판결했습니다.
MS는 즉각 항소했고, 2002년께 법무부가 회사 분할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MS와 합의안을 도출했죠.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반독점법에 대한 강경한 대응 모드를 철회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친기업’의 나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친시장’의 나라입니다. 친기업과 친시장의 의미는 다릅니다. 친기업은 이미 지배적 위치에 있는 기업의 이익을 지켜주려고 노력하지만, 친시장은 경쟁 상황을 조성해 지배적 기업 이외에도 다른 기업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하고자 합니다. 미국은 이런 점에서 철저히 친시장의 나라가 맞습니다.
굳이 이 옛날 역사를 구구절절 얘기하는 까닭은, 구글도 여차하면 쪼개질 수 있는 상황이 2023년 9월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소송의 요지는 구글이 미국 검색엔진 시장에서 90%에 달하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느냐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검색엔진 점유율(스탯카운터)은 구글이 87.71%, 빙 6.72%, 야후 2.92%, 덕덕고 2.26% 등이죠. 구글이 압도적입니다. 전 세계로 확장해봐도 구글은 검색 공룡이죠. 지난해 기준 구글의 전 세계 검색엔진 점유율은 92.48%, 빙 3.08%, 야후 1.3% 등입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인 모두가 검색을 할 땐 구글에 들어가서 쓰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집니다만, 미국 정부는 구글이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자사 검색엔진을 먼저 탑재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썼다고 봤습니다. 이게 ‘불법’이라고 지적한 것이죠.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를 비롯해 AT&T 등 통신사에 매년 100억 달러(13조3000억원)를 지불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0년부터 이미 독점 기업이 된 구글이 지난 12년동안 일반 검색 시장에서 독점권을 남용해왔다는 게 미 정부의 지적입니다.
기시감이 들죠. 일종의 끼워팔기입니다. 이용자들은 탑재돼 있는 검색엔진을 ‘자연스럽게’ 이용할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새로운 검색엔진을 설정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윈도우에 깔려있는 익스플로러를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지적에 구글의 설명은 다릅니다. ‘서비스 품질이 좋아서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이죠. 검색 엔진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쓸만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쓸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게는 일반적인 마케팅 비용과 적시에 보안 등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유지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상 비용을 집행했다는 설명입니다.
구글 측에서는 맥 운영체제에서도 단 두번의 클릭이면 기본 브라우저를 사파리로 바꿀 수 있다고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검색어가 ‘구글’이라는 얘기도 꺼냈죠. 즉 사람들이 많이 써서 압도적인 비율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치열한 소송전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다만 법원이 미 정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구글에 사업 일부를 매각하거나 문제가 된 사업 관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일부를 쪼개는 해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서 펼쳐지는 이번 재판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로 구글에게 철퇴를 내려칠까요? 그리고 다음 정부가 공화당 정부로 2024년 11월 선거 이후 들어서면, 혹시 2000년 초처럼 이 소송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반독점법은 언제 생긴 것이냐는 의문이 듭니다. 무려 1890년에 제정된 ‘셔먼법’에서 시작됐습니다. 반독점법의 역사가 무려 100여년도 훌쩍 지난겁니다. 이 법은 공화당 의원인 존 셔먼 의원이 발의한 법인데요. 기업 간 어떤 방식의 연합과 독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이때 석유왕 ‘존 D 록펠러’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록펠러가 1870년에 세운 정유회사 ‘스탠더드오일’이 미국 각지의 석유 기업을 인수하면서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의 88%까지 점유하게 됩니다. 당시 미국 경제의 핵심이었던 석유업을 한 기업이 독점한데 대해 문제를 삼고, 1909년 미국 법무부가 셔먼법 위반으로 제소하게 됩니다.
1911년 대법원이 미국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이 회사는 지역 석유회사 등 34개 기업으로 쪼개졌습니다. 이후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이 이 회사의 후신으로 설립됐죠. 스탠더드오일이 쪼개진 1911년에 미국 담배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던 아메리칸 토바코도 16개 회사로 분할됐고요. 1942년에는 방송 산업을 독점했던 NBC를 미국 정부가 강제 분할하기도 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핵심 산업도 바뀌죠. 핵심산업에서 독점적이라고 여겨지는 회사들에 대한 철퇴를 꾸준히 내려친것이죠. ‘석유->담배->방송·통신->인터넷·컴퓨터->스마트폰’ 등 특정한 시기에 1등인 회사들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겁니다.

이들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구글에 MS, 애플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게 혁신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반면 플랫폼의 정의부터 다시 세워서 플랫폼이 무분별하게 모든 카테고리로 손을 뻗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의견도 있죠. 공정위를 내세운 정부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후자의 의견이고요.
플랫폼 기업들이 우리 일상 속에서 당장 없어지면 생활이 안될 기업들로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독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구글의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소송이 승리로 끝나면, 네이버나 카카오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구글이 혁신을 만들어왔고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압도적 우위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국내 플랫폼들에 대한 지지도 다시 이어질 수 있겠죠.
어떻든간에 25년만의 미국 정부와 빅테크 사이의 소송 결과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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