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전여빈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중꺽마',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키워드" [인터뷰M]

김경희 2023. 9. 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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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에서 재촬영을 밀어붙이는 신성필림의 후계자이자 재정담당 '신미도'를 연기한 전여빈을 만났다. '신미도'는 '김감독'의 스승인 거장 ‘신감독’의 조카이자 신성필림 창립자인 ‘신 회장’의 딸로 일본 유학파다. 숙모인 제작자 ‘백 회장’이 일본 출장 간 사이, ‘김감독’의 수정 대본을 읽고 걸작을 예감,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유일한 인물로 '김감독'의 촬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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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거미집'의 시나리오를 받고 미도에 대해 불도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전여빈은 "그 불도저가 쇳덩이긴 한데 그게 누군가에게 위협되는 느낌이 아닌 다소 귀여운 느낌의 사이즈였다. 사이즈는 작지만 그 엔진만큼은 누구보다 강렬할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며 캐릭터의 특징을 짚었다.

배우들과 1:1 대본리딩을 자주 하며 캐릭터 만드는 데 적극적이라는 김지운 감독은 전여빈에게 미도로서의 연기도 직접 시연해 주며 힌트를 줬다고 한다. 전여빈은 "감독님이 보여주신 것에 더해 나만의 색을 입히고 싶었다. 미도의 열정이 사랑스러워 보이길 바랐다. 드디어 온몸을 바쳐 사랑할 대상을 만난 사람이 불나방같이 달려가는 마음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해 그런 사람이 한편으로 우둔해 보일지라도 생에 언제고 못 올 수 있는 순간을 잡아보겠다는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라며 섬세하게 캐릭터의 마음을 설명했다.

1970년대가 배경인 '거미집'에서 배우들은 레트로 스타일의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을 입고 열연했다. 전여빈은 "몇 번의 가발을 쓰고 커트도 해보며 가장 미도스러운 걸 찾아내려 했다. 감독님이 너무 섬세하셔서 셔츠와 조끼도 몇십 번을 갈아입었고 심지어 원단샘플을 한 다발 가져와서 그걸 일일이 보며 찾기도 하셨다."라며 김지운 감독이 배우들의 의상도 엄청나게 신경 쓰며 미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려 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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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미도는 베스트와 가죽 재킷을 입는 보이시한 스타일일 것 같았는데 그런 생각이 감독님과 맞아서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게 되었다. 미도의 옷이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들었다. 직업이 배우가 아니라 제작이어서 메이크업은 힘주지 않고 70년대 더벅머리 스타일의 가발로 완성했다."며 지금 봐도 매력적인 미도의 스타일을 이야기했다.

영화 속 미도는 유림과 함께 머리끄덩이를 잡고 따귀를 때리는 등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인다. 정수정과 함께 펼친 장면에 대해 전여빈은 "다소 과격해 보였지만 실제로 저희는 서로를 굉장히 아꼈다. 진짜 뺨을 때리지는 않고 합을 맞춰서 연출한 장면이다. 머리를 잡아당길 때도 내가 잡으면 수정이 머리를 더 뒤로 젖히고 말리는 사람들도 저희의 움직임이 더 크게 보이게 잡아주는 걸로 사전에 엄청나게 합 맞추는 리허설을 했었다."라며 보기와 달리 실제로는 신체적인 불편함은 없이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그러며 "제가 제작보고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학창 시절에 크리스털(정수정의 아이돌 활동명)을 마음속에 안 품은 여자가 없지 않았나. 정말 아끼는 사람"이라며 정수정에 대한 애정을 너스레를 떨며 밝혀 웃음을 안겼다.

'거미집'에서 가장 큰 웃음의 지분은 미도가 김 감독 앞에서 연기를 하는 장면이 차지한다. 이 장면을 촬영하며 현타가 왔다는 전여빈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정말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씬인데 사랑스럽고 귀엽기도 해야 했다. 연기하면서 우스꽝스러웠는데 전여빈으로는 멋있고 싶은데 정말 이 장면을 잘 살리려면 우스꽝스러워야 해서 창피했다가 다시 '아냐, 나는 미도야!'이러면서 집중했다가 다시 컷 하면 전여빈으로 돌아와 창피해했다. 나 자신을 그렇게까지 풀어헤쳐야 하나 싶어 경이로웠다. 송강호 선배가 옆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라고 좋은 재료를 퐁당퐁당 던져주셔서 넙죽넙죽 받아가며 연기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방어기제가 작동해 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본능 때문에 더 표현했어야 하는데 덜 표현하려는 모습이 느껴지더라. 내 마음속 장벽? 유리벽? 그 벽을 깨자니 내가 다칠 것 같아서 녹여내려고 노력했다."는 말로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 게 심리적으로 얼마나 복잡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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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전여빈은 "앙상블 영화고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신성필름이라는 공간적 제한이 있었기에 이 세계에 어울리는 톤 앤 매너를 가지려고 배우들을 정말 열심히 지켜봤다. 특히나 송강호, 장영남, 정수정의 연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지켜보면서 그들과 호흡에 집중하고 리듬과 에너지를 고취시키려고 했다."며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어울림을 위해 그들의 연기를 참고해 톤을 맞추고 그 안에서 자기 색깔을 입히려는 노력을 했음을 이야기했다.

김열 감독의 걸작을 만들고자 하는 미도의 광기는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커진다. 전여빈은 "편집되었던데 처음에는 김열 감독이 추가 촬영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미도가 뜨뜻미지근하다. 그런데 혼자 김감독의 바뀐 시나리오를 보면서 눈물 콧물 흘리며 감동하는 장면도 연기했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사랑을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인생의 의미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에 초점을 뒀다가 나중에는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는 명분이 집념과 집착에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 타협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미도가 왜 그렇게 경주마처럼 김감독의 영화 완성에 몰두하는지를 해석했다.

걸작을 만들고자 하는 김감독도 '중꺽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지만 미도도 똑같았다. "미도는 정확하지만 거칠고 저는 정확하지만 좀 더 유연한 방법을 택한다. 미도는 열정이 있지만 귀를 열거나 남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지는 않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소통의 방식이 아주 서툰 사람. 내가 미도는 아니지만 포기 못하겠는 마음은 미도와 많이 닮아 있다. 나도 내 열정을 신체로, 내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배우다.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인데 내가 아무리 마음이 뜨거워도 선택받지 못하면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배우를 포기하지 못하겠더라. 우리가 꿈을 꾸며 달리는 동안 얼마나 꿈이 꺾이는 순간이 많았겠나. 안된다고 해도 그냥 계속하는 마음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인물에게도 그런 좌절과 역경이 계속되는데 이들은 계속 뚫고 가려는 마음이 있었다."라는 말을 열정적으로 하는 전여빈은 영화의 메시지도, 자신의 인생에서도 '중꺽마'는 정말 중요한 키워드라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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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전여빈은 영화 '거미집'과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를 동시에 공개하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의 촬영도 2~3개월 겹쳐서 했는데 공개도 이렇게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봄에 뿌려놓은 씨앗이 가을에 잘 수확된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멋있는 일을 완성해 냈고 그걸 이 세상에 좋은 작품으로 내놓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작품을 보고 누군가 기뻐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시간이어서 더욱 감사하다."라며 바쁜 행보의 소감을 밝혔다.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 '거미집'은 9월 2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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