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결 호소' 승부수 띄웠지만 실패… 26일 '운명의 날' 온다

최우석 2023. 9. 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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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21일 가결됐다.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체포동의안을 두고 이 대표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은 결국 가결됐고 민주당은 원내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현재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날은 지난 6월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알지 못했다. 이 대표 특유의 승부수는 통하는 듯했다. 방탄이라는 오명을 벗고 당을 혁신할 것이란 기대가 떠올랐고, 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도 불체포 특권 포기를 권고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비회기 영장청구’를 고집했다. 검찰의 회기 중 영장청구가 당의 분열을 노린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검찰은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첫 승부수가 통하지 않자 이 대표는 또 다른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내걸었다. 이번 단식 역시 예상하지 못한 수였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방향 전환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을 요구했다. 명확한 중단 조건이 없는 단식이었고 여당 등 일각에서는 방탄 단식이라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당은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요? 잘 모르겠습니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이재명표 단식, 웰빙 단식을 하는 ‘단식 쇼’”(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라는 등 이 대표를 조롱했다.

이런 여당의 태도는 이 대표가 단식을 길게 이어가며 급변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이 대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를 막론하고 이 대표를 찾아왔고 당내 세력이 하나로 뭉치는 듯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
세력 결집의 하이라이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가 치료받고 있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온 장면이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두 분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손을 꼭 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통령의 출당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은 당의 큰 어른이다. 민주당이 하나로 단결해 적과 싸워야 할 지금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데,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어찌 비난하는가”라고 지적하며 화답했다.
그러던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 마지막 수를 띄웠다. 지난 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이 생명인 검찰권을 국회겁박과 야당분열 도구로 악용하는 전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했다. 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수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가결을 요청하고 당은 정치적 부담을 덜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선택은 부결이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그룹은 부결 하겠다는 의원 명단을 공유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 대표의 부결 요청은 역효과를 냈다. 지난 1차 체포동의안(18표)보다 찬성표가 11표가 더 나오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기존 이탈표인 38표와 비슷한 39표가 이탈을 했지만 기권과 무효에서 가결로 돌아선 ‘반란표’가 많아지며 이 대표의 세 번째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이 대표에게 남은 것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6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고 전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주십시오. 검사독재정권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주십시오”라고 밝혔다.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이 대표가 26일까지 또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는 알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만의 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수들이 국민과 역사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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