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낙하산·알박기’ 논란…막을 방법 정말 없을까 [정치에 속지 않기]
그런데 대통령의 임명 권한이 여러 법령에 나뉘어 명시돼 있어 대통령 임명권 범위를 일괄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어김없이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다. 전문성 혹은 적합성과 무관하게 대선 ‘공신’ 혹은 측근 인사들을 정부·공공기관 자리에 앉힌다는 비판이 늘 나온다. 또 이전 정부의 ‘알박기‘ 인사와 그 인사에 대한 사퇴 압박도 반복된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의 ‘플럼북(Plum Book)’ 등을 참고해 대통령의 인사 대상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나왔다.
미국 의회가 대선 뒤 발행하는 문서가 ‘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책(United States Government Policy and Supporting Positions)’이다. 겉 표지가 자두색이라서 ‘플럼북’이라고 불린다.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 명단인데, 장·차관을 포함한 9000여 개의 자리를 담고 있다. 임명 방식과 직급, 급여, 임기, 현직자 이름, 필요 조건 등이 기록돼 있다. 정권과 상관 없이 임기가 보장된 자리와 정권과 함께 물러나야하는 자리가 구분돼 있다.
새 정부는 플럼북을 토대로 주요 직위에 관한 인사 계획을 만든다. 이 자료는 공개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떤 자리에 인사를 하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낙하산’ 인사를 100% 막을 수는 없지만 공개 자체가 감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임명‘의 투명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인사혁신처에서 4급 이상 직위에 대해서 매년 두 차례 ‘국가 주요직위 명부’를 공개한다. 다만 4급 이상 공직 직위 명단만 공개되고 임명 방식과 절차 등의 정보는 없다. 행정부에 한해서만 공개된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한국판 플럼북’을 만들자는 의견이 그동안 나왔다. 2022년 8월 정우택 의원은 인사혁신처장이 국가 주요직위의 정보(직무, 자격조건, 임명방식·절차, 임기, 보수 등)를 담은 명부를 작성·공개하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성만 의원도 2022년 12월 행정안전부장관이 국가의 주요 직책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공개토록 하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공무원제도의 운영과 채용이 다르다는 점 등의 지적이 나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플럼북이 제작되는 미국에서도 부적절한 임용행태(정권 교체에 따른 해직을 피하기 위한 신분보장 직위로의 이동, 정권 이양기 ‘알박기’ 형태의 고위직 인선 등)가 나타나고 있고 미국과 한국 공무원 제도가 상이하다며 ’한국판 플럼북‘ 발간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과 영국에선 각각 백악관과 총리실 전체 직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명단에는 이름과 직책, 연봉 등이 포함된다. 우리 대통령실은 원칙적으로 직원 이름, 소속 부서, 직급은 모두 비공개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등을 통해서 일부 직원에 대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홍예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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