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얼마나 어떻게 보도했나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공공운수노조는 9월부터 11월까지 하반기 대규모 공동파업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정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번 공동파업은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며 “정부가 나서 평등하고 안전하게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국민의 권리를 유린하고, 국민의 삶을 두 동강 내고, 국민의 재산을 재벌의 사익을 위해 팔아치우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철도노조 “민영화 막고 공공성 지키는 투쟁”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는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의 일환으로 △수서 KTX 운행 △성실교섭 △4조 2교대 도입 등을 요구하며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1차 총파업을 벌였습니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2013년 SR 고속철도 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23일간 파업투쟁을 전개”하는 등 “10년 동안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누구나 고속열차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의 철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 죽어가는 SR 회사를 국유재산법 시행령까지 개정해 3600억여 원의 국민 혈세를 퍼부어” 가며 살려주는 등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철도노동자들은 2013년 이후 다시 철도민영화를 막고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1차 총파업 이유를 말했습니다.
철도노조는 9월19일 “철도 노사와 국토교통부가 대화를 시작하고 10월 초부터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2차 파업 일정은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철도노조 파업, JTBC 3건으로 가장 보도량 적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4사 방송 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지면 기사를 대상으로 철도노조 파업 하루 전인 9월13일부터 파업 종료일 18일까지 관련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KBS가 42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15개 언론사 평균은 약 13건입니다. JTBC, 채널A, 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평균에 못 미치는 보도량을 보였으며, JTBC는 3건으로 가장 적은 보도량을 보였습니다.
철도파업 보도 65.8% 부정… 조선일보매일경제 100% 부정
보도태도를 긍정, 부정, 중립으로 분류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 전체 보도 중 부정보도 비중이 65.8%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전체 보도에서 중립 혹은 긍정 태도를 취한 반면,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는 보도 전체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MBC, JTBC,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은 시민 불편을 강조하며 15개 언론사 전체 평균 65.8%를 웃도는 부정보도 비중을 보였습니다.
시민 불편, 산업차질 부각 76.2%
철도노조 파업 관련 보도를 내용을 △파업 이유 나열 △파업 쟁점 설명 △시민 불편산업 차질 부각 △파업 지지 입장 전달 △철도노조 입장 전달 △정부여당 입장 전달 △철도노조 파업 비판 △정부 파업 유발 비판 등 8개 항목으로 분류했습니다. 보도에서 등장하는 모든 내용을 중복 집계했는데요.
우려한 교통대란 없었다… 동아일보 “철도파업 탓 빵지순례 못해”
철도노조 파업 관련 보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내용은 시민 불편과 산업차질을 부각한 보도로 전체 193건 중 147건(76.2%)을 차지했습니다. 철도노조가 1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9월 13일 서울역 매표소 풍경을 전한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사진기사만 비교해도 언론이 시민 불편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경향신문 <4년 만의 철도파업>(9월14일 성동훈 기자)은 철도노조의 파업 이유를 간략히 설명한 반면, 조선일보 <열차 운행 여부 확인하고 역에 가세요>(9월14일)는 “총파업 기간 나흘간 열차 1000여 편의 운행 중단이 예고돼 미리 열차표를 구입한 시민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고 있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동아일보 <“파업에 열차표 없어 천안까지 택시”… 주말 일정 취소도 속출>(9월18일 이채완최미송오승준 기자)은 “주말에 대구의 유명 빵집에 놀러 가려고 했는데 대구행 열차가 다 매진이라 포기했다”는 목소리를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TV조선 <숙소렌터카 예약 취소 속출… 관광지 '울상'>(9월16일 이승훈 기자)도 “철도노조 파업에 주말 나들이객 발목이 묶이면서,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주요 관광지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코레일 예상치보다 높은 운행률을 보이며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열차 운행이 줄며 일부 시민이 불편을 겪고 화물열차 운행률 급감으로 물류분야에서도 일부 차질을 빚었습니다. 다만 경기침체 영향으로 화물 적재율이 60~70% 수준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철도파업으로 줄어든 화물 물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TV조선 보도는 당초 예상보다 시민 불편이나 산업 차질이 크지 않은 탓에 발생하지 않은 시민 불편을 섣불리 '확신'하거나 주말 여행객과 관광업 종사자들이 겪은 불편을 침소봉대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습니다.
파업쟁점 설명 5.2%, 파업지지 입장 2.6%
한겨레 <“유럽 곳곳 공공성 축소, 시민들 노조 파업 지지”>(9월14일 방준호 기자)는 “(유럽에서 우파나 극우파 집권으로 정부가) 공공 노동자를 악마화하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공공 노동자의 노동, 공공성의 가치를 시민에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리처드 폰드 유럽공공노련(EPSU) 단체교섭국장 발언에 이어 “코로나19를 경험하며 공공 영역을 시장의 기업처럼 바라보는 시각의 위험성을 국민이 절감”해 “노조에 대한 반감을 키우려는 일부 정부 움직임에도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동자에 대한 시민의 지지는 커지고 있다”는 케이트 라핀 국제공공노련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총장 발언을 차례로 전했습니다.
철도노조 파업과 같이 공공노동자들의 파업이 일부 불편을 유발하지만, 공공성을 지켜내려는 공공노동자들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된다면 시민들도 공공성을 지키는 움직임을 적극 지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철도노조 1차 총파업에 대한 언론보도는 이와 달랐습니다. 철도노조의 파업 이유를 기계적으로 나열한 보도는 114건(59.1%)이지만, 파업 쟁점을 심층적으로 설명한 보도는 10건(5.2%)에 불과합니다.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 목소리를 전한 보도도 5건(2.6%)에 불과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강행 및 공공성 후퇴 정책에 맞서는 8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시민사회 공동행동'과 '철도민영화저지 하나로운동본부' 등이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이런 사실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전했습니다. 정부여당 입장 전달은 102건(52.8%)으로 철도노조 입장 전달 72건(37.3%)에 비해 1.4배 많았으며, 철도노조 파업 비판은 18건(9.3%)으로 정부 파업 유발 비판 4건(2.1%)에 비해 4.5배 많았습니다.
조선매경 “코레일 하루 이자만 10억, 파업은 정부개혁 거부”
철도노조 파업 보도 전체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인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는 코레일 부채를 강조하며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성이나 파업 이유를 폄훼하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 <코레일, 1조 적자에도 파업>(9월15일 채성진 기자), <코레일 경영평가 꼴찌…5년간 매일 이자 10억 갚아야>(9월15일 채성진 기자)는 “정상적인 경영을 해도 하루 이자 비용만 10억원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정치 파업에 돌입한 것”이라는 국토교통부 및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입장에 더해 “코레일은 지난 6월 정부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최하위인 'E(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다”는 점 등을 전하며 '코레일 부채 규모'와 '경영평가 꼴찌'를 강조했습니다. <사설-방만 철도노조 파업을 전면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9월15일)에서는 “정부가 철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는데도 (노조가) 억지를 부린다”고 정부 주장을 대변하며 “결국 SRT와 서비스 경쟁하기 싫고 편한 철밥통이 되고 싶다는 것이 이번 파업의 진짜 이유일 것”이라고 폄훼했습니다.
매일경제도 <올해 부채 21조 육박 코레일 구조개혁 외면하고 '거리로'>(9월15일 이진한송광섭 기자)에서 코레일 부채 규모를 강조한 뒤 <사설-철도노조 추석 앞두고 총파업, 시민과 물류 볼모로 삼을 셈인가>(9월15일)에서 “정부는 철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고 공언했다”며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철도 파업은 공공기관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거대 노조의 반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착한 적자' 필요, 공기업 경영평가 방식 개선돼야
공기업 코레일이 감당해야 할 부채 규모는 작지 않습니다. 그러나 코레일의 부채 규모와 적자 폭이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착한 적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코레일은 일반 철도 이용자뿐 아니라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설치와 편리성 향상에 힘쓰는 만큼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의 실적을 진단하는 경영평가 방식 또한 개선돼야 합니다.
인천언론인클럽 콘퍼런스 <시민의 발, 만성적자 어떻게 볼 것인가?>(2021년 10월25일)에서 이순민 인천일보 기자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부채, 적자는 특수성을 지니며 공기업의 수익은 공공서비스 요금으로 창출”되므로 “모든 적자의 책임을 공기업에 떠넘기면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시시비비-철도의 날 꿈꿔보는 지하철역 이름, 전태일역과 촛불광장역>(2022년 6월21일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철도는 도로교통과 달리 건설비 등 막대한 투자 비용과 일상적인 유지보수 비용으로 인해 운임수입만으로는 상업적 성공을 이루기” 어려우며,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방만 운영을 이유로 철도 시장화를 추진했지만, 비용절감은 대형사고로 이어졌고 요금 자율화는 운임 인상을 불러왔다”고 철도 민영화로 인한 악영향을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 “철도노조 태업” VS 철도노조 “안전규칙 준법투쟁”
조선일보 <철도노조, 9일에 한 번꼴 태업>(9월18일 채성진 기자)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철도노조가 최근 4년간 9일에 한 번꼴로 태업(怠業)을 하면서 평균 40여 분씩 지연 운행해 열차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전하며 “철도노조의 상습적인 태업으로 열차 이용객들이 수십만 시간을 날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동아일보 <“파업에 열차표 없어 천안까지 택시”… 주말 일정 취소도 속출>(9월18일 이채완최미송오승준 기자)도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태업을 했다는 것은 코레일의 일방적 주장일 뿐입니다. 여성신문 <지하철 늦는 원인이 '태업'? 철도노조 “안전규칙 준수하는 준법투쟁”>(8월26일 박상혁 기자)에 따르면, 코레일이 주장하는 '철도노조 태업'은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에 해당합니다. 철도노조가 “출퇴근 시간 열차 간격을 좁히고 출입문 개방 시간을 늘리는 등의 지시, 2인 1조로 운영되는 작업을 혼자 작업하는 등 위험한 업무를 거부”하며 준법투쟁을 했는데, 코레일은 일방적으로 열차 이용객에게 “철도노동조합 태업으로 전동열차 지연 운행 중”이라고 안내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서범수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만 인용하고 철도노조 입장은 묻지 않은 채 “(철도노조가) 9일에 한 번꼴 태업”을 했다고 보도해 철도노조에 부정적 인상을 덧씌웠습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3년 9월13~18일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철도노조 파업' 관련 방송 뉴스 / ② 신문 : 2023년 9월13~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철도노조 파업' 관련 지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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