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팩토리원'을 가다 2-③]벤츠박물관 "경이로운 스토리"
풍부한 볼거리 통해 브랜드 역사 생생히 전달
[편집자주] 팩토리원(Factory1)은 우리말로 '1호 공장'을 말합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는 완성차 업체들의 팩토리원은 곧 완성차의 역사 자체입니다. 그렇다고 팩토리원이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연기관차 시대를 뛰어넘어 전기차 시대로 가기 위한 치열한 변화가 지금 전 세계 팩토리원에서 불꽃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시스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팩토리원을 직접 탐방해 그들의 제조업 정신과 미래를 향한 도전을 생생히 전해 드리려 합니다.
[슈투트가르트(독일)=뉴시스]안경무 기자 =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 독일 자동차 도시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벤츠) 박물관 정문 앞에는 평일에도 불구, 수십 명의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직업 학교 학생부터 이들을 인솔하는 교사, 외국인 관광객에 유모차를 끌고 온 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서 박물관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부터 특별하다…모든 곳이 '볼거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전망용 창을 바라보니 반대쪽 벽면에 벤츠 역사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을 오르면 관람객들의 시간은 벤츠의 과거로 거꾸로 흐르는 셈이다.
박물관 꼭대기 층에서, 우리를 반긴 것은 자동차가 아닌 '말'이었다.
전시장 앞에는 실제 크기와 똑같은 말 형상이 있다. "불과 200년 전 만해도 인간의 운송 수단은 자동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전시장 내부는 볼거리의 연속이다. '160대' 이상의 차량과 '1500개' 이상의 벤츠 전시물을 꼼꼼히 둘러보려면, 적어도 4시간은 걸린다.
처음 눈에 띄는 것은 바퀴 3개가 달린 자동차다. 이 차가 바로 벤츠 창립자 칼 벤츠가 1885년 만든 '최초의 차'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d Motorwagen, 특허 받은 자동차)'다.
첫인상은 다소 생소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차와 모습이 많이 다르다.
먼저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훨씬 크다. 2명까지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등받이가 있고, 나무로 만든 발 받침대도 보인다. 대부분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녔을 1800년대 후반, 이 차를 타고 거리를 누비며 뭇 시선을 한몸에 받지 않았을까 싶다.
벤츠 박물관에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도 있다. 바로 '300 SLR 울렌하우트 쿠페'다. 차를 개발한 엔지니어이자 테스트 드라이버였던 루돌프 울렌하우트의 이름을 딴 이 차는 보닛 길이가 다른 차에 비해 확연히 길다.
큼지막한 전조등은 잠자리를 연상케 한다. 레이싱 목적으로 단 '2대' 만들어진 300 SLR 중 1대가 지난해 비밀 경매를 통해 무려 '1억3500만 달러(약 1800억원)'에 낙찰됐다.
'유명인이 사랑했던' 벤츠도 만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탔던 방탄차 벤츠 SCV7, 히로히토 일왕이 탔던 770 그랜드 메르세데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가장 사랑했던 고급형 스포츠카 '500SL' 등이 전시돼 있다.
사고 일지부터 광고 전단지까지… 벤츠 역사 만든 '의지'와 '행동'
세계 자동차 역사 속 벤츠 사진 뿐 아니라 안전 강화를 위한 내부 사고 일지, 시대별 광고 전단지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전시물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면, 벤츠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 럭셔리 브랜드로 우뚝 섰는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시선을 끈 것은 1935년 벤츠의 광고 전단지다. 이 전단지엔 'WILLE UND TAT(의지와 행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을 든 사람과 자동차가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벤츠는 이 전단지에 "의지와 행동이 우리 작품(자동차)의 역사를 썼다"는 문구를 넣었다. 88년 전에도 벤츠는 이미 자부심 강한 '역사'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한국인 관광객은 "벤츠 박물관엔 벤츠의 역사와 기술, 스토리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한데 모여있다"며 "오랜 기간 쌓여온 벤츠의 역사를 바라보며 브랜드에 대한 경이로움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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