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팩토리원'을 가다 2-②]종이가 귀한 벤츠공장…왜?
"탄소중립 실현" 공장 에너지 소비 '4분의 1'로
'인간 중심적' 설비 구성 돋보여
[편집자주] 팩토리원(Factory1)은 우리말로 '1호 공장'을 말합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는 완성차 업체들의 팩토리원은 곧 완성차의 역사 자체입니다. 그렇다고 팩토리원이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연기관차 시대를 뛰어넘어 전기차 시대로 가기 위한 치열한 변화가 지금 전 세계 팩토리원에서 불꽃처럼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시스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팩토리원을 직접 탐방해 그들의 제조업 정신과 미래를 향한 도전을 생생히 전해 드리려 합니다.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 진델핑겐 공장 내 '팩토리56'의 홍보 담당자 마뉴엘라 슈나이더 씨에게 기자가 명함을 달라고 하자 그는 "명함이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슈나이더 씨는 "100%는 아니지만, 팩토리56에선 종이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이 없애고, 에너지 소비 줄인 '친환경 공장'
슈나이더의 말처럼 팩토리56의 어떤 작업장에서도 화장지를 제외하면 종이를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100% 디지털화'가 도면 없는 공장을 가능케 했다.
종이에 적어야 하는 모든 내용은 공장 내 공정을 연결하는 5G 네트워크와 디지털 생태계 'MO360(Mercedes-Benz Operation 360)'를 통해 작업자들의 디지털 기기로 바로 공유된다. 이를 통해 팩토리56은 연간 10톤의 종이를 절약한다.
벤츠는 팩토리56 에너지 소비도 4분의 1로 줄였다. 그만큼 생산 공정에서 탄소 발생이 적다.
벤츠는 '공급' 자체도 친환경적으로 한다. 팩토리56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벤츠는 이를 통해 팩토리56 연간 전력 요구량의 30%를 감당한다. 벤츠 관계자는 "전력 중 일부는 혁신적인 직류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어, 공장 운영 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인간을 위한 자동화" 미래 공장 '표준' 제시
예컨대 팩토리56에서 조립하는 차체는 파란색 블루 암(Blue arms)을 통해 최대 60도까지 세워진다. 통상 완성차 공장에선 차량 하부 조립을 위해 차체를 지상으로부터 수 미터 띄우고, 그 아래 노동자가 자리를 잡고 시선을 위로 한 채 작업한다.
하지만 공정에서 차체를 옆으로 눕힐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일하는 분위기를 크게 바꾼다. 먼저 작업자 시선이 '위'에서 '앞'으로 바뀌며 작업장에 한결 활기가 돈다. 이를 통해 팩토리56 작업자들은 정면을 보며 차체 하부 작업을 하면서도, 옆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공장 내 자리 잡은 널찍한 휴식 공간은 작업자에게 잠깐의 여유를 준다. 30평 규모의 이 휴식 공간은 크게 의자와 책상이 모여 있는 곳과 음료 등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곳으로 나뉜다.
노동자들은 책상 주위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노트북을 켠 채 의자에 앉아 유튜브 영상을 보며 쉬기도 한다. 슈나이더씨는 "공장이 워낙 커서 오래 걸리는 작업이 있을 때는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며 "휴식 공간은 팩토리56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팩토리56에선 작업자 중 누구도 '헬멧'을 쓰지 않는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다. 머리 위로 차체가 이동하기에 자칫 위험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슈나이더 씨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공장 설계 과정에서 노동자 안전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라진 종이, 줄어든 에너지 소비, '인간 중심'의 기계 설비가 넓은 휴게 공간과 만나 팩토리56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워라벨을 높인다. 팩토리56이 '완성차 업계의 미래'로 불리는 이유는 어쩌면 '자동화' 그 이상의 '일하는 행복'이 자동차를 만들기 때문인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ak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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