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요구가 속임수’ vs 비명 ‘진정성 없어’… 실패한 거래로 촉발된 반란표

김승환 2023. 9.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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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국회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전한 이 대표의 메시지였다.

비명계 의원들이 사실상 부결 투표를 하는 조건으로 당 지도부 변화를 내걸었고, 박 원내대표 등 중진의원들을 통해 이 요구가 이 대표에게 전달됐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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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사실상 ‘지도부 변화’ 요구
“총선 기준은 경쟁력” 李 답변에
“우리가 공천을 요구했나” 반발
정청래 “비명 요구는 ‘페인트 모션’”

“통합적 당 운영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겠다.”, “가장 중요한 총선 기준은 경쟁력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국회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전한 이 대표의 메시지였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 전 이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면담한 터였다.

이 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표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메시지였던 터라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한 막바지 부결 호소란 해석이 당일 나왔다. 
병상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22일 녹색병원에서 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두 번째)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이 대표의 이 메시지는 비명계의 요구에 대한 ‘답변’이었던 것으로 이날 드러났다. 가결 투표의 뜻을 갖고 있던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를 통해 이 대표에게 사실상 ‘당 지도부의 변화’를 요구했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반란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와 비명계 간 거래는 ‘실패한 거래’가 됐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계는 이 거래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이었다. 친명계는 비명계 측 요구 자체가 ‘속임수’였단 입장이고, 비명계는 ‘이 대표가 충분히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에서 이같은 상황에 대해 “리더십의 교체라는 아주 큰 변화든 아니면 지도부가 앞으로 정말 이렇게 한 번 바꿔보겠다고 하는 결의나 결단이든 변화가 확인되면 (부결하겠다는) 분들을 설득하겠다는 움직임이 중진의원들 몇 분 사이에서 보였다”고 전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사실상 부결 투표를 하는 조건으로 당 지도부 변화를 내걸었고, 박 원내대표 등 중진의원들을 통해 이 요구가 이 대표에게 전달됐단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 측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이 이들 요구에 못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공천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 이게 답변으로 전달됐다”며 “가결 고민하는 의원들한테 ‘공천 공정하게 하고 당 운영을 포용적으로, 통합적으로 하겠다, 그러니까 한 번 같이 가자’ 뭐 이렇게 전달됐다. 그러니 가결 고민하는 의원들이 ‘이게 공천 달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냐’(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답변이 비명계 측 요구를 그저 ‘공천 불안’ 때문인 것으로 취급했다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왼쪽 두 번째)이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나와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친명(친이재명)계는 애초에 비명계 측이 이 대표의 답변과 무관하게 이미 가결 투표로 결론을 정해놓았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비명계 요구와 이 대표 답변 상황에 대해 “(비명계가) 형식적으로는 통합 비전 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달라고 했고, 실제로 이 대표가 수용하고 ‘당을 전횡할 생각이 없다. 공천TF도 나랑 가깝지 않은 분들로 구성하지 않았냐. 총선은 경쟁력이 최고의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비명계 요구가 대개 수용했다고 평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대부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 투표한 것으로 추정되기에 “결국 되돌아보니 어떤 경우가 되더라도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생각이었다. 그는 “(비명계가 이 대표에게) 그런 걸 요구하길래 ‘마음을 바꿨나’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페인트 모션(상대편을 속이기 위한 동작)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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