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체포동의안' 가결]문재인, '암흑 속' 민주당 '구원투수' 등판할까

높아진 대응 수위…"먼저 건드린 건 尹"
당 내부 일각 "文 말고 마땅한 대안 없어"
친명계 "이재명 리더십 안 죽었다" 발끈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화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단식, 체포동의안 가결 등 야권 내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잊힌 삶을 살고 싶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통계조작 의혹' 등 문재인 정부 공격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 등 정치적 대응 수위도 강해지는 상황이다.

야권의 리더십 위기로 인해 민주당 내부에서 수습을 위한 '문재인 등판론'이 조심스럽게 힘을 얻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와의 앙금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 수사·감사 맞서는 文…'이재명 단식'에도 발걸음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을 맞아 지난해 5월 퇴임 이후 1년 4개월 만에 서울을 다시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진보 정부에서 안보·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며 문재인 정부 안보·경제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9·19 평양공동선언 관련 내용이지만 사실상 통계조작 의혹 등 윤석열 정부의 계속된 전 정부 관련 수사·감사에 맞대응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넘게 문재인 정부 이슈를 집요하게 건드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아무 메시지 없이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을) 보고 싶지 않다면 (윤석열 정부가) 안 부르면 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부친의 친일 의혹을 제기한 박민식 보훈부장관을 사자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단식 이후로 민주당 내 문제에도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 대표 단식 2일차에 격려 전화를 한 이후, 이 대표가 단식 장기화에도 중단 의사를 밝히지 않자 당내 일각으로부터 꾸준히 중단 권유 요청을 받았다. 이 대표가 원로(상임고문)들의 말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중단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야권의 정신적 지주 격인 문 전 대통령뿐이어서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19일 9·19 기념식 참석 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를 찾아 위로하며 직접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 대안적 리더십 부재…총선과 함께 존재감↑

21일 가결정족수 1표차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간의 갈등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이재명 리더십이 일단 흔들린 상황이고, 그렇다고 당으로서 마땅히 대안적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며 "그나마 당내를 정리할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건 문 전 대통령뿐이니 자꾸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함께 셀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친명계와의 관계로 인해 문재인 역할론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개딸'을 비롯한 이 대표 지지자들은 지난 19일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찾으러 온 자리에서 출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당 소식을 접하고 "당의 큰 어른이다. 민주당 지지자라면서 어찌 비난하는가"라며 지지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사실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인 점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재명 리더십도 아직 끝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문재인 리더십이라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와의 관계를 떠나 퇴임 이후 쉬고 계신 문 전 대통령을 다시 현실 정치에 부르는 게 맞느냐"며 "(민주당이)문 전 대통령에게 기댈수록 오히려 자생능력 부족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재명 리더십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평가는 계속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 관련 공격을 계속하면서 문 전 대통령의 존재감을 자꾸 키워주고 있다"며 "아직 민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문(친문재인)·비명 세력은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총선을 치르고 싶어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문 전 대통령이 나설수록 이재명 대표가 묻히는 구조라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