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옷 벗은 그녀, 스페인 미술 최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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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는 안절부절못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지난번 그림은 수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고야가 다시 그린 그림이 '옷 입은 마하'(1805)이며, 이전에 고야가 마누엘에게 그려준 그림은 '옷 벗은 마하'(1800?)였다.
엄격한 종교 국가였던 스페인에서 여성이 벗은 모습 그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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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프란시스코는 안절부절못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지난번 그림은 수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느긋한 표정의 마누엘은 비웃듯이 말했다.
"그 그림은 내가 특별히 부탁한 건데 고치다니, 있을 수 없소!"
프란시스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제가 한 점 더 그리겠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거 같습니다."
벨라스케스 이후 스페인 최고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와 스페인 국왕 아래의 권력자, 마누엘 고도이의 대화를 상상해 봤다.
고야가 다시 그린 그림이 '옷 입은 마하'(1805)이며, 이전에 고야가 마누엘에게 그려준 그림은 '옷 벗은 마하'(1800?)였다.


엄격한 종교 국가였던 스페인에서 여성이 벗은 모습 그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권력자의 요청에 그린 것이었지만, 고야는 곤란했을 것이다.
고야의 제안이었던지, 마누엘의 요청이었던 건지 같은 포즈에 옷을 입은 모습을 한 점 더 그렸다. '마하(Maja)'는 '여자' 혹은 미녀'라는 뜻이다.
그러면 이 그림 모델은 누구일까? 마누엘의 애첩이었다는 설도 있고, 고야가 사랑한 알바 공작 부인이라는 설도 있다.
끊이지 않는 소문이 계속 이어지자 1945년엔 공작 부인 후손들이 그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무덤의 유골 검사까지 했다. 그녀와 합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야는 당시 이 그림 탓에 종교재판에 회부됐고, 궁정화가 자격도 박탈당했다. 실각과 더불어 청각 장애를 겪은 탓인지 말년에는 은둔했다. 그리고 저택에 벽화 14점을 남겼다.
벽화들은 놀랄 만큼 광기와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검은 그림'이라고 부른다.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질환이 겹친 영향이라고 추측한다.
'검은 그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들을 삼키는 사투르누스'(1823)다.

'옷 벗은 마하'를 보며 누드화와 나체화의 차이에 대해 생각한다. 미술에서 '누드(nude)'와 '나체(naked)'는 다르다.
신화나 역사의 이름을 빌려 여성의 벗은 몸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린 것이 누드화며, 옷 벗은 현실의 여성을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은 나체화다.
영국 평론가 케네스 클라크는 "누드는 옷을 입은 나체다"라고 말했고, 유명 비평가 존 버거는 "누드는 복장의 한 형식이다"라고 말한 사실에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스페인에선 누드화조차 드물었다. 스페인 미술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화가로 인정받으며 궁정화가로 활약했던 벨라스케스도 누드화는 딱 한 점 그렸다. 그마저도 스페인에서 그린 것이 아니었다. 국왕에게 간청해 겨우 이룰 수 있었던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그렸다.

'거울을 보는 비너스'(1651)다. 침대에 누운 비너스는 큐피드가 들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그림은 '위장'이다.
큐피드를 그리지 않았다면, 제목에 '비너스'를 붙이지 않았다면, 이 그림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 그림 주인공은 이탈리아 시절 그의 애인이었던 플라미니아 트리바라는 앳된 여성이었다고 한다.
'갑툭튀'처럼 갑자기 등장한 고야의 '옷 벗은 마하'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인인 데다 체모까지 그렸다. 서양 미술 역사상 최초의 나체화로 기록된다. 권력자 마누엘도 이 나체화를 숨긴 채 몰래 감상했다고 전해진다.
누르면 튀는 법이다. 가장 강력한 금욕과 종교적 엄숙함을 표방하던 스페인에서 최초의 나체화가 생산됐다는 건 아이러니의 결정판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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