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도시 군위, 청년들이 앞장설래요"
2017년 군위 읍내 식당 내 맛집 소문, 두 번째 창업
군위 생산 자두 이용한 특산품 '자두빵' 히트 조짐
공항도시 군위 미래 모습 공부하는 기회 가지고 싶
성장하는 공항도시 군위, 청년들 꿈꾸기 딱 좋은 도시
2017년 대구시 군위군으로 귀촌한 강지연(32)씨는 벌써 2모작에 도전 중이다. 1모작은 식당이었다. 잘 안돼서 2모작 업종으로 갈아탄 것이 아니었다. 4년 만에 군위에서 손꼽히는 신흥 맛집으로 일어섰다. 다만 더 흥미진진한 사업 아이템을 접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할머니의 자두밭에서 얻은 사업 아이템
강씨의 두 번째 도전은 지인이 던진 화두에서 비롯됐다. 군위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기념선물'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군청에도 요청을 했지만 뾰족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한우가 맛있다"는 지인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또래들에게 기념품으로 추천하기엔 고가였다. 문득, 기념품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군위 농산물을 활용한 기념품을 고민하던 중 친할머니의 과수원에서 키우는 자두를 떠올렸다. 그 자두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할머니 과수원의 자두를 비롯해 군위산 자두를 사들여 가루로 만든 다음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자두빵'을 기획했다.
2019년 봄에 연구를 시작해 2020년에 첫 제품을 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오히려 기회였다. 비대면 접촉이 늘면서 택배로 간단하게 부칠 수 있는 기념품 수요가 늘었다. 화본역 앞 커피숍 등 군위 곳곳의 주요 매장에 비치되어 있고 유명 배달업체를 통해서도 택배로 구매할 수 있다. 올해 예상 연매출은 2억이다.
"자녀들이 초등학교 졸업하면 떠나자" 했던 귀농 청년들...
강씨는 군위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대학은 대구에서 졸업했고 결혼을 하면서 군위로 다시 돌아왔다. 대학진학과 함께 대도시로 진출했던 친구 5명 중 4명이 돌아왔다. 가장 큰 귀향의 이유는 육아였다. 대도시에서 살자니 아기를 맡길 곳이 없었다. 귀향해 아이를 키우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고향의 매력도 재발견했다. 무엇보다 한없이 넓은 녹지가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나 화본역, 화산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만족감이 더 없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편리한 교통도 장점이다. 강씨는 "이제는 대구가 되었지만, 대구로 편입되기 전에도 교통이 편리해 대구 생활권이었다"고 말했다.
"고향에 들어올 때는 아이들이 4학년쯤 되면 다시 대구로 나간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여기서 대학까지 보내도 되겠단 생각을 해요. 군위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여길 거예요. 사는 것도 편하고 교육여건도 잘 갖춰져 있거든요."
강씨는 본인처럼 사업에 관심이 많은 ‘야심가’들에게도 귀촌을 시도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그에 따르면 예전부터 농사를 지은 분들은 잘 모르지만 젊은 사람들 눈에는 시골에 오히려 사업화할 아이템이 더 풍부하다. 농업과 관련된 6차 가공업이다.
'공항 도시 군위' 미래 모습 미리 보고 싶어
올해부터는 공적인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군청에서 운영하는 군위청년정책참여단에 이름을 올렸다. 군위군청에서 청년이 제안한 정책을 군정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올해 4월에 출범한 단체다. 17명의 군위 대표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지역의 현안과 발전방향을 논의한다. 지난 9월에는 전원도시로서의 정서적인 안정감이라는 장점과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단점을 놓고 다양한 토론을 펼쳤다.
미래를 살아야 할 세대인 만큼 신공항에 대한 관심도 많다. 강씨는 "신공항이 들어서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이 있고 우리 힘으로 이루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논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설계도를 그리느냐에 따라 군위의 미래가 많이 바뀔 것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년고도의 색을 잃지 않은 경주처럼 군위만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단점을 극복해나가는 방향이 뭘까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그러면서 "신공항이 확정되었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기 힘들어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보다 정확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외에는 '공항 도시'가 아직 막연한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군위군 분들도, 대구시민들도, 심지어 '인천에 공항이 있으면 됐지 지방엔 왜 짓냐'고 묻는 수도권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보다 확실하게 그려줄 수 있는 공항전문가나 교통과 경제의 관계를 조명하는 인문학자의 강의를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대구시와 군위군에서 주민들을 위해 그런 자리를 자주 마련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씨는 "세계 최대의 전자 박람회로 유명한 LA나 창이 공항이 있는 싱가폴, 스키폴공항이 있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같은 곳이 너무 궁금하다"면서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는 그런 곳에 청년들과 함께 견학 가서 배워오고 싶다"고 말했다.
"군위가 저보다 더 젊은 도시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젊은 군위를 따라잡기 위해서 더 젊고 도전적으로 살아갈 계획입니다. 청년정책참여단 친구들과 더 고민하고 공부해서 군위의 미래를 기꺼이 짊어지겠습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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