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언제까지…충격 ‘가결’에 민주당, 혼돈 속으로

김혜진 매경닷컴 기자(heyjiny@mk.co.kr) 2023. 9.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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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충격에 빠졌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당론으로 ‘부결’시키지 못했다는 책임으로 총사퇴했고, 이 대표는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어 사실상 민주당은 혼돈 상태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 저지’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지 20일을 훨씬 넘긴 상태다. 오는 26일 열리는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되면서 주변에서 ‘단식 중단’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이 대표 본인은 단식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큰 만큼 중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부결 못 끌어냈다’ 책임 물어 원내대표단 총사퇴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39명이 ‘부결’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295표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로 가결됐는데, 국민의힘 110명, 정의당 6명, 시대전환 1명, 한국의희망 1명,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2명이 모두 가결에 투표했다고 보면 120표의 찬성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원내대표단에 책임을 물었고, 압박을 받은 박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사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지난 21일 밤 의원총회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표결은 원내 사안인데, 박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의, 최고위원의 일원으로서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청했고, 설득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설득에 따른 결론이 맺어지지 않은 것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사의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파 갈등 재점화 “해당행위…상응하는 조치할 것”
가결 직후 한동안 잠잠하던 당내 계파 갈등은 다시 불이 붙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를 택하지 않은 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해 색출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정적제거, 야당탄압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기 정치 생명을 이어가려고 검찰에 당 대표를 팔아먹는 저열하고 비루한 배신과 협잡이 일어났다”며 “동지가 아니다. 이런 해당 행위자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김병기 의원도 “민주당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강변은 하지 마시길, 이완용의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여러분이 뭐라고 떠들던 결국 독재 검찰과 국민의힘의 주장에 동조하고 내통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썼다.

지난 22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이 대표와 면담을 마친 민주당 의원들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6일 영장심사 앞두고 ‘단식 중단’ 거듭 요청
민주당은 이 대표가 오는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집중해야 한다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우원식, 정성호, 김성환 등 16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찾았다.

우 의원은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단식을 푸시고 지금 중요한 일들, 해나가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건강을 회복하시라고 강하게 권했다”며 “이 대표는 특별한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뜻을 알았다’고만 답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같은 날 저녁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재차 요청했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도 이 대표 단식 중단 요청을 의결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는 빨리 단식을 멈추고 이번 영장심사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떳떳하다고 한 만큼 당당하게 심사에 임하고,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에게 오히려 상황을 뒤집을 기회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재명, 단식 이어가나…“국민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
다만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후 발표한 첫 입장문에서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늘 전진했다”며 “결국 국민이 승리했고, 승리할 것이다.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고 사실상 단식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영장실질심사와 관계없이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대표는 26일 예정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직접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 심사는 헌정사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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