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송편으로 통하고, 인권으로 밝히고
[앵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넉넉한 수확의 계절, 추석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말일텐데요.
우리 민족은 추석 때마다 햅쌀로 송편을 빚어 왔지만 만드는 속 재료는 남과 북이 약간 다르다고 하네요.
올 추석을 앞두고 탈북민과,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청년들이 함께 어울려 송편빚기 행사를 열었다고 합니다.
송편을 나눠 먹으며 넉넉한 인심을 나누고, 북한에 대한 관심도 공유하면서, 통일 한국의 미래를 그려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그 현장을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탈북민들과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청년들이 한 상에 마주 앉았습니다.
북한 송편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보들보들한 반죽을 조물조물 만지며 동그란 모양을 만들고 맛있는 소를 채워 나갑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손짓과 눈길로 속도를 맞춥니다.
누구에게는 익숙하고 누구에게는 낯설다 보니 빚어지는 송편도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추석이라 마음만은 넉넉합니다.
다음 주로 다가온 민족대명절 추석을 맞아 탈북민들이 벽안의 청년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송편을 빚고 있는 현장입니다.
북한의 추석에는 귀성정체는 없지만 우리와 똑같이 송편을 즐긴다고 하는데요.
이들이 송편을 빚으면서 떠올린 고향의 기억은 과연 무엇일까요.
북한의 송편은 깨나 콩, 녹두 고물을 주로 넣는 남한과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에지 옥불리/미국인 : "송편에는 어떤 것들로 채 울 수 있나요?"]
[최사라/탈북민 : "팥 넣고 하는 지역도 있고 야채 넣고 하는 지역도 있고 지역마다 다 틀려서..."]
고질적인 식량난 때문에 송편은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최사라/탈북민 :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특별하게 명절 한식, 추석, 설날 이런 날만 특별하게 해 먹고 있어요."]
남한에서 여섯 번의 추석을 보냈다는 에스더 씨는 북한의 추석은 매우 소박하다고 기억합니다.
[김에스더/탈북민 : "보통 일반집에선 수육국밥을 돼지국밥이라 그래요. 송편에다가, 그 다음에 전 부쳐 먹고..."]
북한에서는 지난 1988년에서야 추석을 민속 명절로 규정하고 단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김에스더/탈북민 : "(남한에서는) 며칠씩 쉬니까 그게 신기한 거예요. 거기서는 추석이라고 해서 하루, 설 하루 쉬거든요. 거기는 (북한은) 고향을 가려면 통행증이란게 있어요. 그걸 해서 가야돼요. 그래서 그게 귀찮기 때문에 고향들을 다 안 가고..."]
미국 등 4개 나라에서 건너온 6명은 하나같이 북한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수잔 씨는 네덜란드 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잔 부이/네덜란드인 :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일 출신의 니코 씨는 부모님 때문에 한반도 분단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니코 뷔트너/독일인 : "제 아버지는 동독 출신이고, 어릴 때 서독으로 오셨습니다. 이후에 저희 엄마를 만나셨습니다. 제가 남한과 북한 관계에 관심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들 모두는 지난 15일에 열린 북한 인권 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관심도 크지만 추석이라는 문화와 음식도 매우 흥미 있는 주제라고 입을 모읍니다.
[에지 옥블리/미국인 : "저는 이곳에 다른 문화, 특히나 음식을 경험하고 배우러 왔습니다."]
어느새 김이 오른 찜기에 면포와 솔잎을 깔고 부지런히 만든 송편을 올립니다.
청년들이 기대감 넘치는 눈빛으로 먹음직스럽게 익은 송편을 바라봅니다.
그 맛은 어떨까요.
["(방금 만들었어요. 하나씩 먹어보세요. 어때요?) 진짜 맛있다."]
한국어 감탄사가 절로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비 라주/남아프리카공화국인 : "저는 송편을 처음 먹어보는데 저희 할머니가 저 우울할 때 만들어주던 그런 맛이에요."]
완성한 송편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에게 전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송편 빚기를 끝낸 이들은 북한식 순대와 두부밥을 점심으로 즐기며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송편 하나로 마음을 열었던 이들이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인데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알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과 외국 유학생으로 구성된 ‘북한인권아젠다발굴단’이 준비한 자립니다.
보드게임과 웹툰 등을 통해 젊은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게 하는 방식인데요.
[정호영/북한인권아젠다발굴단 : "저희는 '북한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라는 주제를 통해서 설명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2년 전 탈북한 농업 전문가 조충희 박사도 행사장을 찾아 소감을 전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이렇게 공론화한다면 결국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조충희/(사)굿파머스 연구소장/2011년 탈북 : "북한 인권이 제가 있을 때보다 더 많이 퇴보 되지 않았나. 그다음에 사상과 관련한 이런 통제는 지금 점점 더 심해지고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돌리는 걸 보고 '북한 인권 문제도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도 가지게 됩니다."]
체험회에 참여한 외국인 청년들도 국제사회에서도 점차 북한 인권의 실상에 주목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니코 뷔트너/독일인 : "설문조사에서 독일 젊은이들이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 문제를 정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는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 정치에서 외면받았던 것도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보는데요.
[에지 옥불리/미국인 : "여러 회의에서는 핵무기나 비핵화가 중심이고 인권에는 그다지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어요. 저는 이러한 부분이 중요한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북한 인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대한민국 정부의 변화도 북한 인권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지 옥불리/미국인 : "한국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에 주의를 귀 기울이고 다른 국가들이 노력하게끔 압박하고 같이 노력하게 하는 일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통일 활동가로의 미래를 그리는 사라 씨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나름의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사라 아도니니시오/북한인권아젠다발굴단 : "(인권이란) 사람들이 그냥 기본적인 권리를 가지는 거예요. 예를 들면 가족들과 밥을 먹고, 명절을 즐기는 겁니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면 처벌받겠지, 이렇게 생각할 수 없겠지'를 신경쓰지 말고 그냥 자유라는 권리를 가지는 거 저는 그걸 꿈꿉니다."]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탈북민들과 송편을 빚은 각국의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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