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자력갱생 북한의 경공업 정책
◀ 김필국 앵커 ▶
얼마 전 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에서는 전략무기 대신 트랙터가 등장하고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죠. 오늘은 북한의 공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먼저 최근에 개최된 북한의 민간 무력 열병식. 트랙터와 노동자들이 등장했던 장면부터 보시죠.
◀ 김필국 앵커 ▶
지난 9일 열린 열병식. 북한이 전면에 내세운 건 주력부대가 아니었습니다.
"리용근 지배인을 선두로 한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로농적위군 종대. 당찬 방직공 처녀들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무기도 전략무기가 아니라 트랙터나 트럭에 실은 재래식 무기가 주로 등장해서 통상의 열병식과는 다른 장면을 연출했죠.
"민간무력 위장방사포병 구분대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룡악산 샘물 등 경공업 공장 소속으로 보이는 트럭 컨테이너에 방사포가 장착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 땅에 뜨락또르, 자동차 한 대도 무심히 보지 말라."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것처럼 트랙터가 무기를 끌거나 트레일러에 노농적위군 병사들이 도열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로 치면 예비군, 민방위가 주축이 된 민간 무력 열병식이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정창현 ▶
제가 주목해서 봤던 것은 지금과 같은 위성이 거의 북한을 거의 다 보는 그런 상황 속에서 저렇게 민간 시설들을 이용을 해서 어떤 위협적인 요소를 과시하려고 저런 행사를 기획한 것이 아닌가. 지금 한창 긴장된 국면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강하게 특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조충희 ▶
트랙터가 포 끌고 가는데 연기 많이 나고 그래서 저거 서울에서 저렇게 연기 나는 트랙터면 당장 들어서 버리겠는데.
◀ 차미연 앵커 ▶
맞아요.
◀ 조충희 ▶
그런 생각이 났고요. 북한이 항상 군사 인원을 이야기할 때 현대전은 전선과 후방이 따로 없다. 후방도 지켜야 한다는 그런 것들이 군사 건설의 원칙이거든요. 그래서 그걸 과시하는 것으로 보였고 최근에 만든 트랙터인데 연기 좀 안 났으면 좋겠는데 연기 나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 차미연 앵커 ▶
저 열병식에 등장한 공장이 보면 용악산 샘물 공장, 김정숙 방직공장, 또 기업소들도 많이 참여했는데요. 이런 것들이 북한 공업에서 중요한 공장들과 기업들인 거죠?
◀ 조충희 ▶
사실 저는 대동강맥주공장이 등장했으면 했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트랙터를 만든다든지 기계를 생산한다든지 아니면 중화학공업, 화학공장 이런 것들은 주로 북한에서는 중공업이라고 표현을 하고 경공업은 식품을 만드는 거 그리고 천 짠다든지 필수품 만드는 건 경공업이라고 하죠. 북한이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는 경제 건설 원칙이 있지 않습니까?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게 기본 건설 원칙이고 이런 원칙들을 보여주는 그런 장면들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공업 발전 과정은 우리나라랑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분단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 정창현 ▶
북한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 중국식의 어떤 경공업 우선 발전 노선을 채택할 것인지 또 소련식의 중공업 우선 중심으로 갈 것인지를 논쟁을 하게 되는데 연안파들이 숙청을 당하면서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고 하는그런 병진 노선이 시기마다 국면마다 조금씩 강조되는 측면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2021년도 8차 당대회 같은 경우에.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제공하는데서 절대적인 몫을 차지하는 경공업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이 언급되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얼마 전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는 경공업 부장이 동행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경공업을 상당히 강조해왔다고 합니다.
"경공업부문에서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명제품, 명상품들을 더 많이 내놓아야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TV는 이런 흐름에 맞춰서 경공업 부문을 자주 소개하고 또 성과를 선전합니다.
◀ 김필국 앵커 ▶
옷이며 신발 같은 제품을 둘러보는 사람들. 지난 8월 열린 소비품 전시회 모습입니다. 200여 개 경공업 기업소가 참여해 식료품과 가정용품 39만 개가 선보였는데요. 성과를 낸 공장도 소개됐습니다.
"제품을 생산하자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중심을 주고 제품을 생산해 왔습니다. 공장에서는 빵과 과자의 모양도 개선하고 특산물인 오미자 단물, 다래 단물도 자연 맛이 그대로 나게 생산을 진행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에서는 이런 전시회가 종종 열리고 북한 TV는 또 자주 소개합니다. 지난해 열린 여성 옷 전시회. 전시회장에서는 경공업 혁명이라는 구호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전시회에서는 제품뿐만 아니라 포장 디자인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여성들의 기호와 취미에 맞게 아주 잘 형상하고 잘 설계된 옷들이어서 마음에 퍽 들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정은 집권 이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김 위원장이 경공업을 강조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 정창현 ▶
북한에서는 지금 크게 세 가지 구호가 정치적으로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가 제일주의. 그다음이 인민 대중 제일주의. 그다음에 자립 경쟁 노선. 그중에 인민 대중 제일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어쨌든 북한 주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의 어떤 생활 경제적인 어떤 향상. 이런 부분들이 나와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경공업 부문에서의 생산 독려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성과를 집중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조충희 ▶
먹는 문제도 그렇고 입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경공업을 강조를 하고 있고 90년대 이전하고 차이가 나는 것은 경공업 생활 필수품은 그냥 만들어서 수량만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질도 이제 강조한다는 거예요. 이전의 계획화 시기에는 그냥 찌그러지든 뭐하든 숟가락 100개만 만들면 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시장에서 조금 비싸도 찌그러지지 않은 숟가락을 사야 하니까 요즘에 북한 노동당이 굉장히 강조하는 게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라는 거예요. 그래서 경공업을 강조하는 건 이전과의 다른 점이 그게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경공업을 강조하면서 특히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요. 최근에는 관련 법까지 개정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가 진행됐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난 5일 조선중앙TV 보도입니다. 품질 감독법을 비롯한 민생 관련 법안들의 수정 보충 내용에 관한 문제를 심의하고 해당 법령을 채택했다고 밝혔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노동당 기간지 노동신문은 경공업 제품의 질 제고는 증산이자 절약, 애국이라고 강조하며 평양창관옷공장과 류원신발공장 등 주요 경공업 공장들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품질감독법. 이게 경공업을 강조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정창현 ▶
평양에 지금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 가면 'ISO 22000. 표준인증체계를 통과하였습니다'라고 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제품들이 주로 나오고 있습니다. 2008년 같은 경우에 화장품에 독성이 약간 들어가 있어서 이게 평양시에 굉장히 큰 문제가 됐거든요. 이런 것들을 이제 국가 단위가 감독하고 그 품질을 보증하는 이런 체계를 만들고 그렇게 해야만 이 상품이 장차 수출한다든지 국제시장에도 나갈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품질 감독법의 가장 중요한 취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러니까 표준화도 그렇고요. 중공업이든 경공업이든 종국에는 주민들 생활 안정이 최고여야 할 텐데요. 북한의 공업 정책은 경제 활동, 주민들 민생에는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조충희 ▶
사실 공업 정책이 주민들이라든가 또 개별적인 공장이나 기업들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조금 더 유연한 제도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필국 앵커 ▶
요즘 특히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공업 정책이 앞으로 변할지도 궁금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점들도 있을까요?
◀ 정창현 ▶
북측에서도 기업이나 공장의 경영 전략, 실리, 수익 부분들이 굉장히 강조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 자본 유치도 해야 하고 무역 확대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국제적인 환경이 조성이 될 수 있도록 북한 지도부에서도 좀 큰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북한이 대외적인 개방이나 개혁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조충희 ▶
물론 이제 군 산업 쪽으로 굉장히 많이 투자가 될 것이고 그쪽에 집중도 되겠지만 앞으로 북한의 경공업이 다양성과 품질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 같고요. 그다음에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젊고 눈이 높은 게 앞으로 전체적인 공업 총 생산액에서 경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더 늘어나는 쪽으로 변화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가 됩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은 경공업을 중심으로 북한의 공업을 살펴봤는데요. 발전의 혜택이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 김필국 앵커 ▶
두 분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2770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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