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남발 불거지는 '안보리 무용론'
◀ 김필국 앵커 ▶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을 우려하는 여러 이유 중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란 점도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유엔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바로 유엔 안보리인데요.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택할 수 없게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최근 일각에선 유엔 안보리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개혁이 가능한지 또 문제는 뭔지 김윤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9월 17일]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세르게이 쇼이구 동지는 성의어린 선물을 드렸습니다."
털모자를 쓰고 웃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우주비행사들의 사인이 담긴 사진부터 모형 비행기와 칼, 털모자까지 북한 매체는 김위원장이 러시아 방문 도중 받은 다양한 선물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매체에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선물들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5개의 공격용 자폭 드론과 1개의 정찰 드론, 그리고 방탄복을 선물한 겁니다.
선물이라 해도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는 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 위반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9월 19일] "금수품의 직접·간접적인 제공을 금지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는 모두 10개.
무기류의 수출입 통제부터 개인과 단체의 이동 금지, 재산 동결, 정유제품 공급량 감축, 농산물 수출 금지까지 범위도 종류도 다양합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이 결의안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한계도 존재합니다.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보리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대북제재 결의를 지키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또 다른 결의안을 만드는 일 뿐입니다.
[임상훈/인문결연구소장] "국제법을 이야기할 때 국내법하고 다른 것이 그것을 어겼을 때 제재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죠 무역 거래 안 한다 화폐 거래 안한다 정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대상이 될 때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 조차 쉽지 않습니다.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가 통과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국입니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쏠 때마다 안보리 회의를 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번번이 성과 없이 끝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유엔 주재 미국대사 (2023년 4월) "(계속된 안보리 무력화로 인해) 우리와 다른 많은 회원국들이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황준국/유엔 주재 한국 대사(2023년 4월)] "안보리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과, 동북아의 위험한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둔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열흘 내에 유엔 총회를 열어 이유를 설명하게 만들었지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박흥순/선문대 명예교수] "(러시아가) 총회에 출석해서 설명한 경우가 두 번 있었거든요 국제사회에서는 의례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것이지 그 누가 신경을 쓰지 않죠 말하자면 그들의 그런 입장을 빤하게 주장할 것이고‥"
유엔 안보리가 이처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워지면서 무용론도 제기됩니다.
지난 19일 뉴욕에서 열린 78차 유엔총회, 상임이사국 정상 중엔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참석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불참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해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수낵 영국 총리까지 불참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인도의 모디 총리까지 불참했습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가장 큰 건 역시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죠 막강한 권한을 상임이사국이 전쟁을 하다보니까 유엔 자체의 무용론, 기능에 대한 명확한 문제 의식들이 생겨 이전보다 훨씬 유엔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를 이번 총회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토니오 구테우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안보리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유엔 사무총장] "세계는 변했습니다 유엔은 그러지 못했고요. 우리는 효과적으로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보리 개혁 드라이브를 가장 강하게 걸고 있는 건 미국입니다.
기존 5개국 외에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을 상임이사국에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기사도 잇따랐습니다.
상임이사국 수를 늘려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계산이라는 분석입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안보리에서 너무 자주 합의를 가로 막는 교착상태가 벌어지는데 이것을 깰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인도를 반대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독일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브라질의 진출을 강력 반대하는 등 국가간 역학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찬성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전쟁 범죄 같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국가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거부권을 5~10년에 걸쳐 없애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방안 모두 유엔 헌장을 바꿔야 하고 상임이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박흥순/선문대 명예교수] "세계가 지금 70년 전보다 바뀌었는데 이걸 안 바꾸는 게 이상한 거죠 왜냐면 다 원하는데‥ 유엔에서 실제로 지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요 하나도 결론이 못 내고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와 있는 상태로 지금 계속 끌고 가고 있는 거죠."
러시아는 유엔 대북제제 틀 안에서 북한과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협력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은 북러간 무기거래가 현실화되면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거라 경고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에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이 러시아와 다른 나라의 협력을 위협하는 이중성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며 반발했습니다.
평화 보장과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설립된 유엔이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는 속에서 정세는 한층 복잡해지고, 갈등을 풀 방법을 찾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김윤미입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2770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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