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오염수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미디어 리터러시]

‘방사능 논란에도…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는 2021년 4월13일 공식 결정됐다. 이튿 날 〈조선일보〉는 위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일본이 방류를 결정했다는 뉘앙스의 제목이다. 그러면서 일본은 왜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이는지, 오염수는 안전한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기사에 담았다. 특히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해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기준치 이하의 삼중수소는 당장 피해를 주지 않는다” “다만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해양 생태계나 주변국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불확실하다”라고 전했다. 즉, 안전성을 확언하지 않았다.
8월24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도쿄전력이 오염수 방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결과 오염수가 얼마나 규제 기준보다도 낮은지에 대해 썼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는 “오염수 안전성 어떻게 담보하나”라며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사설에서는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방류로 우리 국민들이 섭취하는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주장은 과장 정도가 아니라 날조와 다름없다고 설명한다”라고 썼다. ‘과학자들’ 입을 빌려 안전을 단언했다. 그러면서 바다와 수산물에 대한 우려를 “괴담”이라 지목했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안전 확신’은 흔히 보수언론으로 묶이는 ‘조중동’ 중 ‘중앙·동아일보’의 태도와도 다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다수의 과학자는 일본이 방류 계획을 제대로 지키면 해양 생태계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과학적 설명만으로 현실적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긴 힘들다”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성을 보증했다지만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아무리 공신력 있는 과학적 평가일지라도 그 불확실성에 기인한 불안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했다.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 누가 더 신뢰할 만한가?

무엇이 달라져서 〈조선일보〉 논조가 바뀌었을까
2021년 〈조선일보〉가 취재한, ‘이 정도 규모로 오염수가 방류된 적이 없어 생태계나 주변국에 대한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한 전문가들은 어디 갔을까? 2년 전과 현재, 무엇이 달라졌기에 이렇게 논조가 달라졌을까. 일본의 계획이 본질적으로 달라졌을까? 국제사회나 과학자들의 우려가 사라졌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의 방류 계획에 중요한 부분은 ‘다핵종 제거 설비’, 이른바 알프스(ALPS)라는 장치다. 알프스는 방사성 물질 중 일부를 제거할 수 없다는 문제를 갖고 있고, 2018년까지 매우 불안정했으며, 아직도 해마다 고장이 난다. 일본의 이 같은 방류 계획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과학자들(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 패널)도 있다. 오염수에 무엇이 들었는지, 방류가 언제 끝날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 제8장 사실과 의견의 구분 제2조 논설 조항에선 ‘정확하고 엄격한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의견이 대립되는 쟁점에 대해서는 공중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은 100%를 장담하는 과학은 없다는 점이며, 오염수, 하물며 ‘처리수’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동력 삼아 전례 없는 일을 실행한 일본 정부에 과정의 투명성이라도 제대로 요구할 수 있고,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위해 국제 연대라도 강화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이 정권에 따라 논조를 바꾸고, 그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과학’의 이름으로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길을 택하자고 한다. 이것이 ‘사실을 바탕에 두고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이 할 일일까.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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