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병’ 송중기의 지옥탈출, ‘화란’[한현정의 직구리뷰]
18살 소년 연규(홍사빈)에게 하루 하루는 지옥이다. 존재만으로 공포 그 자체인 의붓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야구방망이를 휘두른다. 걸어잠근 방문 틈 사이로 그의 인기척만 느껴져도 가슴이 떨린다. 집 밖도 지옥이긴 마찬가지다. 또래들은 인규의 불우한 상황을 깔보며 툭하면 시비를 걸고 폭력을 휘두른다.
연규의 유일한 꿈은 돈을 모아 엄마와 같이 ‘화란’(네덜란드), (사회 복지가 잘 돼있어) 다들 비슷비슷하게 산다는 그 곳으로 떠나는 것.
인규보다 더 일찌감치 지옥에서 살아온 청년, 바로 치건(송중기)이다. 훨씬 오랜 시간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어느새 지옥의 일부가 돼버린 그는 자신을 닮은 인규를 만나 내면 깊숙한 곳에 넣어뒀던 오랜 욕망을 비로써 꺼내놓는다. 충동적이고도 건장한 소년과 호리호리하지만 자제력 있는 청년의 슬픈 연대.
‘화란’은 이처럼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느와르 드라마. 희망 없는 세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인 감독 김창훈의 장편 데뷔작이다.
의도된 폭력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버둥친다. 하나같이 극단적이요, 해결책이란 없는 예상 가능한 절망의 노선을 향한다. 자연스레 이야기도 폭력의 폭력을 따라 극단으로 치닫는다. 연규는 조직에서 익힌 그릇된 ‘어른의 세계’에 적응해가며 폭력의 일부가 되어 간다. 비참함의 연속, 절망의 향연이다.
어떤 장르든 작은 영화의 힘은 ‘신선함’에서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것은 신예의 용감하고도 발칙한 에너지에서 나오지만, 아쉽게도 ‘화란’은 그렇지 못하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에 이야기의 힘은 미약하다. 인규가 발을 들인, 치건이 빠져버린 이 폭력의 세계에서 캐릭터들도 대부분 도구적으로 활용될 뿐, 나열된 에피소드들도 진부하다.
사채를 빌렸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노예가 돼버린 오토바이 배달 기사, 기구한 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조직원들, 그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동화되가는 인규, 그 수렁에서 마침내 자신만의 극단적 방식으로 사슬을 끊어내는 치건까지. 상대적 ‘어른’은 있을지언정, 누구 하나 공감할 만한 몰입될 만한 인물은 없다.
그럼에도 대사보단 눈빛과 분위기로 모든 걸 표현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특히 ‘연규’로 분한 신예 홍사빈의 얼굴은 새롭고, 연기는 강렬하다. 김형서(비비)와의 케미도 좋다. 김형서는 자유로운 본능적 연기를 무난하게 펼쳐낸다.
송중기는 서늘한 얼굴로 등장해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과한 멋부림으로 그 매력이 반감된다. 특히 공감 불가 엔딩은 깬다. 오글스럽다. 그로 인한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 또한 매끄럽게 와닿질 못한다. 불친절함의 미학이나 날것의 에너지가 아닌 구멍난 서사, 깨진 흡입력, 부족한 개연성이다.
‘나 누아르야!’라고 무한 외치며 오로지 분위기로 밀고 간다. 그렇게 버티는 124분은 길고도 험난하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이 엔딩을 보려고 내가?’ 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손익분기점은 약 100만명이다. 오는 10월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추신, 자꾸 송중기 노개런티 강조하는데 티켓은 무료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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