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친명 “내부의 적” “차도살인”…“반드시 책임 묻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전날 밤 원내 지도부와 함께 사퇴했음에도 친명계는 여전히 극도로 격앙된 채 가결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예고하며 비명계를 향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당내 혼란 등 후폭풍은 이미 예고돼 있었지만, 당 지도부가 '비명계 때리기'를 주도하며 내홍을 오히려 더 키우는 모습이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대여 비판이나 공세보다는 사실상 비명계를 성토하는 자리였다.
회의를 주재한 정청래 최고위원부터 박찬대, 서은숙 최고위원까지 원색적이고 거친 표현을 쓰며 '반란파'를 향해 날 선 비난을 퍼부었다.
정 최고위원은 "제나라 국민이 제나라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의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건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최고위원은 "배신과 협잡의 구태 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는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 역시 "배신자, 독재 부역자들은 암적 존재"라며 "자신이 해당 행위 한 것을 공개하고 큰소리친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들과 이 대표 강성 지지층도 가세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SNS에 "자기 정치생명을 이어가려고 검찰에 당 대표를 팔아먹는 저열하고 비루한 배신과 협잡이 일어났다"며 "반드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적었다.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에서 "어제 그 상황은 가결파의 차도살인"이라며 "국민의힘을 빌어 이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강성 당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명계 명단을 공유하며 '문자 폭탄' 공격에 나섰다. 당 홈페이지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 전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 청원도 올라왔다.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과 응원성 입당 러시도 이어졌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오늘 오전 8시 30분 현재 탈당은 4천231명, 입당은 7천176명"이라며 "아무리 화가 나도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달라"고 했다.
친문(친문재인), 친낙(친이낙연) 등 비명계는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의 분노가 자신을 향한 만큼 일단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지도부 사퇴 요구를 자제하며 공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가 하면 자신은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다며 '부결표' 인증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강성 당원들의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나는 (체포 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졌다. 이런 말을 한들 믿어주시겠느냐"고 했다.
이어 "당원의 지지로 탄생한 최고 위원이 당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는 건 이미 신임을 잃은 것이다. 당원 판단에 따르겠다"라고도 했다.
비명계 최고위원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아예 회의에 나오지 않았고, 이병훈·조오섭 의원 등은 소셜 미디어에 '부결에 투표했다'고 알렸다.
김종민 의원 정도만 현 지도부를 배제하고 혼란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 "지금 지도부는 초선 의원도 많고 한목소리로 돼 있다. 여러 의견을 모아낼 수 있고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 의원 협의체라도 만들자"며 "전화위복의 리더십을 현재의 공식 지도부 말고 다른 중진 의원들과 모색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러한 비명계의 '자제 모드'로 당내 계파 갈등은 아직 본격적으로 점화하지 않고 있지만, 오는 26일로 정해진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주류인 친명계가 재차 헤게모니를 잡고 당 수습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영장이 발부되면 당권 교체를 요구하는 비명계와 현 지도부를 유지하려는 친명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내분 양상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분위기가 워낙 과열돼 '로 키'로 가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만약 구속되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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