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리더십' 이재명 가결 이끌었다? [여의도 속풀이]

박기범 기자 2023. 9.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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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자극 않고 분위기 조성…교섭단체연설 이재명 언급 안해
한덕수 해임안 표결 참여…체포안 표결 당일 '말바꾸기' 비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9.2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 사상 첫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란 정치적 이슈만큼 그 이유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분석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부결'을 호소한 이 대표의 '말 바꾸기'를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거듭된 '사법리스크'로 인한 야당 내부 피로감도 그 이유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조용한 전략'도 주목된다. 야당 자극을 최소화하고 '가결'을 고민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고민 지점을 적절히 공략해 '가결'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인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가짜 인터뷰' 논란과 전임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을 비판했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비판 속에서도 '이재명'이란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야당을 향한 비판도 '민주주의 위기'라는 담론을 꺼내들기 위한 소재로 사용했을 뿐 야당을 향한 직접적인 자극은 최대한 지양했다.

이는 '의회정치 복원'을 강조한 윤 원내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다음날 있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겨냥해 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조치란 분석도 나온다. 야당을 자극할 경우 야당 내 '가결'을 주장하는 이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야당 자극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윤 원내대표 연설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들리지 않았다.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 18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해임과 내각 총사퇴 등을 요구하자 여야 의원간 고성이 오간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일 윤 원내대표 행보도 가결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윤 원내대표는 표결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대표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명분없는 단식을 하더니 결국 자신이 약속했던 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해서 말을 바꿨다"며 이 대표의 '말 바꾸기'를 직격했다.

윤 원내대표는 짧은 발언 이후 의총에서 영상도 상영했는데, 영상은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야당 내에서 이 대표의 '말 바꾸기'에 대한 비토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이 부분을 집중 제기한 것이다.

백미는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 참여다. 당초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이 명분이 없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의총을 통해 건의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해임건의안) 투표에 참여하기로 했다"면서도, 참여하기로 한 배경에 대한 질문에 웃음과 함께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투표에 참여안할 때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본회의는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 △이재명 체포동의안 순서로 의사일정이 진행됐다. 윤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이석해 야당을 자극하거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반영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역 의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고, 일찌감치 당론으로 '가결'을 결정하면서 당력을 집중한 것도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필요한 찬성 148표보다 단 1표 많은, 재석 295명 중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됐다.

당 관계자는 "야당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해임건의안 표결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에 집중했다"며 "윤 원내대표의 전략, 승부수가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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