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한국의 미래’ 만들었다고? [Books]
헝가리 출신 천재 폰 노이만
수학·물리학·화학 종횡무진
핵폭탄 개발에 결정적 역할
디지털 컴퓨터 처음 만들어
틀 깨는 천재적 발상에 감탄
인간적인 면모 확인도 재미
인류 역사의 천재 가운데서도, 이 남자는 정말 특별하다. 존 폰 노이만(1903~1957)은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인 동시에, 21세기를 설계한 사람이었다. ‘네이터’ 선임 편집자를 역임한 과학 전문작가인 아난요 바타차리야는 노이만에 대한 지적 탐구를 시도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3년을 취재·연구해 집필한 이 책은 2021년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책에 뽑혔다.
20세기 초, 아름다움 불꽃의 도시,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노이만은 어린 시절부터 ‘인간 계산기’라 불렸다. 6세부터 8자리 곱셈을 했고 8세에 미적분을 마스터했다. 악기 연주는 젬병이었고, 운동도 관심없었다. 법률가 출신 은행 투자가인 아버지 믹사는 어느 부동산 재벌에게 도서관을 통째로 사들였다. 주거용 아파트 바닥부터 천장까지가 책으로 차 있었는데, 이 곳에서 노이만 형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정교육을 받았다. 매일 새 주제를 선택해 의견을 발표하는 토론을 벌였다.
독일식 학제를 따르는 엄격한 규율의 김나지움에서는 기계적 암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가르쳤다. 이 곳에서 배운 ‘귀납적 추론’은 향후 그의 삶의 핵심이 된다. 17세의 노이만을 가르치는 건 교사들에게도 역사적 과업이었다. 이 때 쓴, 직교 다항식을 주제로 한 그의 첫 논문은 복잡한 기하학을 순수한 논리 문제로 변환시켰다. 미국 수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그는 이 세상 모든 문제를 수학적 논리 문제로 변환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간적인 면모도 충실하게 그려낸다. 주변인들은 그를 냉소적인 과학자이자 자상한 남자라고 회고하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했지만 조지프 매카시의 좌익 사냥에는 분개했고, 소련에 대한 선제 공격을 주장했지만 나중에 철회했다. 오펜하이머가 공산주의자로 몰려 처벌을 앞두고 있을 때는 오펜하이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과학자들을 불러모았고, 재판에서는 배심원 앞에서 적극적으로 그를 변호하기도 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폰 노이만만큼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과학자나 지식인은 없다”라고 첨언한다. 기술 혁명의 수혜자인 한국은 노이만의 유산 아래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EDVAC을 만든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다. 실제로 오늘의 거의 모든 최신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폰 노이만 아키텍처로 작동한다. 1945년 노이만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채택된 저장 프로그램 컴퓨터의 청사진을 설명했고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이다. 특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 결정은 디지털 혁명을 촉발시켰고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싹을 틔웠다. 그가 발명한 게임이론은 구글과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근간이 됐을 뿐 아니라, 냉전시대 지정학과 현대 경제 이론의 기초를 세우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이 책을 읽는 건 고등수학이나 물리학을 공부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는 놀라운 실력으로 노이만을 중심으로 쿠르트 괴델, 에르빈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등이 교류했던 20세기 과학기술의 ‘벨에포크(아름다운 시대)’를 눈이 부시게 그려낸다. 빛나는 별들의 중심이었던 노이만의 삶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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