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켜달라”…입당 러시 속 ‘이재명 일극체제’ 가속화하나

엄지원 2023. 9.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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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민주당의 길][이재명 수사·재판]이 대표 “굽힘없이 정진하겠다”
새 원내대표도 친명계로 돌아갈 듯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박광온 원내대표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하루 만인 22일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져 리더십이 도전받자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표결 결과에 격분한 친이재명계가 엄호에 나서고 지지층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면서, 체포동의안 가결이 ‘이재명 일극체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국민을 믿고 굽힘없이 정진하겠다”고 밝혀,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 또한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이 무너지면 검찰독재의 폭압은 더 거세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울 정치집단은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의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주시라”고도 호소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에 격앙된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자 ‘민주당에 입당해 당을 바꿔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며 세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체포동의안 가결 뒤 탈당한 당원은 이날 낮 2시30분 기준 4848명에 이른다.

이 대표는 이어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강물은 똑바로 가지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되면서도 늘 전진했다. 결국 국민이 승리했다”며 “국민을 믿고 굽힘없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지지자들과 함께 정국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친이재명계와 강성지지층도 ‘이재명을 지키자’며 입당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리 화가 나시고 절망스럽더라도 탈당하지 마시고 이재명 대표의 든든한 힘이 되고, 울타리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 민주주의 이름하에 입당 러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 지지층은 엑스(옛 트위터) 등에서 “비주류들의 해당 행위를 공천 경선을 통해 걸러낼 수 있는 찬스”, “껍데기를 털어내고 이재명이 중심 된 야당을 구축할 절호의 기회”라며 줄지어 입당을 인증하고 있다. 하루 사이 입당한 당원은 1만2605명으로, 탈당자의 2.5배 수준이다. 지난해 대선 전후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지지층이 대거 입당하며 이재명 일극체제를 지원했는데, 체포동의안 가결이 되레 이 대표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17개 시·도당은 이날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재판부에 보낼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연서명에 나섰다.

당내 전략통들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이 더 견고해질 거라고 점쳐왔다. ‘당대표를 검찰에 넘겨줬다’는 명분 아래 비주류를 향한 공격이 손쉽게 용인될 뿐 아니라, ‘이재명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으로 주류가 결집할 수밖에 없다고 봐서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원내대표단과 사의를 표명한 사무총장 이하 지도부 역시 친명계 일색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오는 26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비주류에선 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책임질 사람(이재명)이 아닌 박광온이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게 된 것”(이원욱 의원)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곧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선 친명계를 자처하는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의원들이 표결 결과에 격분한 감정을 수습하기도 전에 치러질 선거여서, 130표가 넘는 ‘부결 민심’이 쏠릴 수밖에 없단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 4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광온 의원과 경쟁한 홍익표·박범계·김두관 의원이 후보로 거론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비명계인 박광온이 물러날 수밖에 없고, 그럼 비명계에겐 손해라는 걸 당내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다”며 “결과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이제는 루비콘강을 건넌 꼴”이라며 “비주류와는 함께 가기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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