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국난을 기록한 육십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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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서 유생 이범석이 태어난 해(1862년)는 지방관들의 탐학에 지친 진주 농민들이 흰 두건을 쓰고 봉기를 일으킨 진주민란이 발생한 해였다.
그가 태어난 해가 세도정치와 삼정 문란에 농민들이 저항하는 민란의 해라는 건 어두운 암시였을까.
그런 점에서 그의 기록들은 우리가 어떻게 생존을 도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혜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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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고 좁은 나라에서 태어나 좋지 않은 운수를 만나 온갖 어려움을 다 겪고 마침내 차마 당하지 않아야 할 일을 직접 보았으니 이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경란록’·1926)
충남 아산에서 유생 이범석이 태어난 해(1862년)는 지방관들의 탐학에 지친 진주 농민들이 흰 두건을 쓰고 봉기를 일으킨 진주민란이 발생한 해였다. 그가 태어난 해가 세도정치와 삼정 문란에 농민들이 저항하는 민란의 해라는 건 어두운 암시였을까. 그의 평생은 왕조가 망국으로 향하는, 우리 역사상 가장 기박하고 치욕스러운 시기였다.
‘대한제국 수난사’는 이범석의 ‘경란록’을 뼈대로 개항기, 국권상실로 이어지는 시기를 재구성한 교양역사서다. 이 시기 기록으로 ‘매천야록’(황현), ‘한국통사’(박은식) 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지방의 한미한 지식인 이범석이 일생을 연(年) 단위로 23편으로 묶어 놓은‘경란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원군의 섭정, 강화도조약 체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국권상실과 3·1운동 등 일대 사건들을 지식인의 눈으로 꼼꼼히 기록하고 논평한 ‘경란록’은 사료적 가치만 있지 않다. 열강이 세력 다툼을 하는 우리의 지정학적 환경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기록들은 우리가 어떻게 생존을 도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혜안을 제시한다. 예컨대 근린 일본과는 강화를 맺지 않으면 전쟁을 하게 되는 것은 형세상 당연한 일이라며 화친하되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이범석의 주문은 반면교사다.
저자 함기수(67)는 은퇴한 관료로, 역사 비전공자다. 하지만 역사서를 기반으로 각종 신문, 잡지 자료 등의 정보를 덧붙여 읽는 재미를 더하는 능력자임을 증명한다. 그는 “왜란을 ‘징비록’으로 잊지 않고 있는 것처럼 대한제국의 멸망을 ‘경란록’으로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왕구 문화부장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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