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엔 왜 삼성전자·현대차가 없을까

이창환 금융부장 2023. 9. 2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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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70위권.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낡은 규제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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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70위권.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다. 영국의 금융전문지 ‘더뱅커’는 해마다 세계 1000대 은행 순위를 발표한다. 국내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위를 보면 KB금융 60위, 신한금융 63위, 하나금융 76위, 우리금융 96위였다. 10년째 큰 변동 없이 제자리걸음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합산 당기순이익이 15조8506억원으로 전년보다 9% 증가했다. 특히 예대금리차(대출과 예금금리 차이)가 벌어지며 이자이익이 급증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전년보다 20% 급증했다. 올해도 순탄하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금융지주의 사업 구조가 지나치게 이자이익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영업이익 48조4038억원 가운데 82%가 이자이익이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8조7249억원으로 전년보다 25.3% 감소했다.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미국의 주요 4대 금융그룹의 2021년 실적을 보면 이자이익 비율은 48%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업 구조에서 개인고객 예금·대출 서비스 등 소비자 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38.6%에 불과했다. 대신 글로벌 자산·투자 관리(22%), 글로벌 뱅킹(22%), 글로벌 마켓(18.1%) 등 글로벌 부문에서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컸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금리 상승기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 하지만 이자이익은 기준금리 수준이나 경기에 따라 출렁거린다.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연초 은행의 돈 잔치 비판이 거세지면서 금융 당국은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4개월의 논의 끝에 개선안을 내놨지만 용두사미였다. 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을 시중으로 전환한다는 게 그나마 눈에 띄는 대목이었지만, 과연 대구은행이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4대 금융그룹을 참고해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국내 금융지주도 영업 다각화와 해외 사업 확장에 힘써오긴 했지만 뚜렸한 실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이자이익 중심의 은행 의존도를 줄이고 비은행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데 걸림돌은 역시 규제다. 지난 2000년 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으로 인해 금융지주의 새로운 산업 진출 자체가 막혀 있다.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고, 은행도 다른 회사의 지분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이 척박하다 보니 아무리 ‘메기’를 풀어도 효과가 없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낡은 규제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금융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규제부터 과감히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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