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宋 인권위원장의 선택적 인권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7일 일부 언론을 통해 최근 인권위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긴급 구제 신청을 기각한 것을 두고 유감을 표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 7월 민간인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한 인물로, 수사 결과 이첩과 관련해 항명 등의 혐의로 현재 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송 위원장은 “내부 사정으로 순탄하지 못한 점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해 인권위원장이 뒤늦게 의견을 표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욱 특이했던 것은 송 위원장이 일부 인권위 상임위원 등에 대한 저격성 발언까지 했다는 점이다. 그는 인권위원의 자격을 언급하며 “인권위가 좌파의 소굴이라거나 한쪽의 이야기만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이 가리킨 이가 박 전 단장의 긴급 구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상임위에 불참한 김용원 상임위원과 이충상 상임위원이었음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송 위원장의 발언들은 그간 인권위가 북한과 관련된 우리 국민들의 진정 사안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해 온 것과는 매우 상반된다. 인권위는 지난 6월 말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조치가 적절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변호사 단체의 진정을 각하했다. 2020년 진정을 1차로 각하한 이후 법원이 각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인권위는 다시 한번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인권위 업무 보고에서 송 위원장은 “영상이나 실물 보도를 보면 전반적으로 인권 침해 결과를 낳은 것은 맞는다”면서도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한 자료가 부족해 각하했다는 식의 이상한 논리를 내놨다.
인권위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들이 이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낸 진정에 대해서도 지난해부터 줄줄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려왔다. “근무시간에 뻘짓했다” 등의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인권위는 진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나 이번에 송 위원장의 ‘유감’ 발언이 나온 것은 일부 야당 친화적 언론을 통해서였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고 진상 규명 특검법’을 발의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인권위 측은 “일부 매체가 위원장 면담을 요청해 차담회를 겸해 현안 질문에 답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인권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했지만 인권에 대한 그의 선택적 입장 표명이야말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 아닐까. 송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남은 1년 동안 송 위원장의 선택적 인권관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그 사실이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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