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찾는 국힘… 黨핵심·친윤들 당선 쉬운 ‘텃밭’만 노린다
내년 4·10 총선이 23일로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한 야당의 내분이 총선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선거의 승부처인 수도권 도전자는 보이지 않고, 무난하게 당선될 수 있는 서울 강남과 영남권 등 텃밭에만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총선을 200일 남겨둔 시점에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나 험지 출마, 그리고 전략 지역에 투입할 인재 발굴 등을 통해 변화의 시동을 걸었지만 현재 여권에는 이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그만큼의 절박함을 보이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재명 대표 문제가 일단락돼 민주당이 체제를 정비하고 본격적 혁신 드라이브를 걸 경우에 대비한 여권의 맞불 카드도 마땅히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反)이재명 성향의 중도층이 다시 민주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당정의 기조 자체가 올 하반기까지 국정 운영에 집중하고 연말 이후부터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라 현 시점에서 총선 준비 상황을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당에 대한 여론 동향이 우세하지 않고 의석수가 적어, 야당보다 먼저 준비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권이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고 했다. 현재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모두 여당 우세 지역인 영남과 강원 출신이다. 여기에 일부 최고위원들도 부산과 대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여권에선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한 수준이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8년 전 이맘때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이었던 김태호 최고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됐고, 여기에 자극받은 민주당 내에서는 운동권 출신들을 향한 ‘적지(敵地) 출마론’까지 나왔다”며 “그때와 비교해보면 현재 여당 의원들은 복지부동하면서 서로 눈치만 보는 형국”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참모 수십 명이 총선 출마 대상으로 꼽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영남 등 여당 우세 지역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먼저 나서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받들어 험지나 접전지에서 싸우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총선 200일을 앞두고도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여권 핵심들이 좋은 지역구에 ‘낙하산’으로 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을 200여 일 앞둔 2019년 9월에는 당시 여권에서 의원 겸직 장관 4명(유은혜·김현미·진영·박영선)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중량급 인사들의 불출마와 험지 출마로 생긴 여력을 바탕으로 이른바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며 물갈이에 나섰다. 오세훈, 나경원 등 당시 야권의 ‘빅샷’들이 출마한 지역에는 고민정, 이수진 등 정치 신인들을 배치하는 전략을 가동했다.
반면 현재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전략 지역에 출마를 자처하는 인사들을 찾기 힘들다. 여권 관계자는 “정청래, 안민석 의원 등 상징적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에 전략 공천을 하더라도 준비가 없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서는 “새로운 인재 영입에 앞서 기존 여권에 있는 유력 인사들과 화합하고 통합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후로 친윤 주류와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사이에 깊어진 감정의 골부터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총선은 결국 중도층을 어떻게 포섭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데, 친윤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자꾸 뺄셈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인지도와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 대부분이 텃밭으로 몰리다 보니 취약 지역인 수도권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어렵게 발굴해도 당선이 보장되지 않으면 출마를 꺼린다”고 말했다. 실제 야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동북권의 경우 김병민(41) 최고위원, 김재섭(36) 전 비대위원, 이승환(40)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재영(48) 전 의원 등 정치 신인들이나 40대 이하들이 포진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작 여권 핵심들이나 중진은 양지만 찾아다니니 ‘수도권 위기론’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험지 출마나 불출마 선언, 인재 영입, 당 쇄신책 등도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 이후부터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하면 계획한 일정에 맞춰 하나둘씩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총선에서 중요한 건 당이 바뀌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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