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사고 빈발… 재활시설, 중증환자 1%만 수용
지난달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와 최근 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아들 모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정신 질환 병력자로 드러났다. 정신 질환자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전국의 정신 재활 시설을 이용해 정신 질환자의 사회 적응과 복귀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전국 정신 재활 시설은 중증 정신 질환자의 1%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정신 재활 시설은 조현병, 기분 장애 등으로 치료받아 받아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환자 10~20명이 모여 대인 관계와 직업 훈련 등을 받으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곳이다. 전국에 349곳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자를 영원히 병원에나 요양 시설에 둘 수는 없다”며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선 정신 재활 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정부·여당이 많이 거론하는 정신 질환 대책은 ‘격리 정책’이다. 판사 판단으로 중증 정신 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사법 입원제가 대표적이다. 상태가 호전되면 사회 복귀를 돕는 ‘수용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런 사회 수용의 핵심이 정신 재활 시설 확충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정신 재활 시설을 전국에 100여 개 더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설은 주로 대도시에 몰려 있다. 전국 시·군·구(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103곳(46%)엔 아직 정신 재활 시설이 없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주민 반대가 심해 예산이 있어도 시설을 지을 수가 없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충남 아산의 정신 재활 시설인 ‘가온누리’다. 10년 전 설립된 이곳은 ‘모범 시설’ 사례로 자주 거론됐다. 시설 입소자들이 동네 독거노인 등을 상대로 봉사 활동을 하며 주민들과 잘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시설이 협소해 2021년 인근 마을로 이전해 건물을 새로 지으려 하자, 주민들이 “정신 병력자들이 오는 게 싫다”고 들고 일어났다. 지금까지 공사 시작도 못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정신 재활 시설은 좁고 낡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매년 5~6건의 신·증축 요구가 들어오지만 손쓸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했다.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도 재활 시설 확대의 장애물이다. 현행법상 정신 재활 시설의 신·증축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지만 운영비는 지자체 몫이다. 또 정신 재활 시설 입소자는 10~20명 정도로 소수인데, 반대하는 주민은 수백에서 수천 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자체장 입장에선 ‘돈만 들고 선거에서 표는 안 되는’ 정신 재활 시설 건립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정신 재활 시설은 포화 상태다. 현재 전국 정신 재활 시설의 수용 인원은 6900명 정도다. 중증 정신 질환자(65만명)의 1%만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입소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 알코올중독에 빠진 김모(42)씨는 “2년 전 재활 시설에 대기를 걸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고 했다. 그는 별다른 직업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고 있다.
복지부는 지자체가 부담하던 시설 운영비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재원 마련이 숙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국 59개 정신 요양 시설의 운영비로 매년 국비 1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정신 재활 시설은 숫자가 6배 많다”며 “매년 수천억 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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