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올스톱,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 우려
이재명 체포안 가결 후폭풍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정국 상황과 관련해 “당장 정기국회가 멈춰 서게 생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껏 호흡을 맞춰온 상대 원내 지도부가 일거에 공백 상태가 돼버렸다. 당장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어떻게 협의해 나가야 할지 걱정”이라며 난감해했다.
실제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후폭풍에 향후 국회 일정조차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당장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잠정 합의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퇴임하는 만큼 국민의힘은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오는 25일 인준안 처리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임명동의안 처리도 추석 연휴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임명 동의 투표가 진행되더라도 통과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따라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해야 해 대법원장 공백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후 35년 만의 사례가 된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도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이 재산 공개 문제로 사퇴한 이후 30년간 없던 일이다.
전날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 머그샷 공개법과 음주운전 방지 장치 의무화법, 보호출산제법 등 민생 관련 법안 또한 민주당 새 원내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 중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일정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실제로 구속되면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비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은 새로 들어설 민주당 원내 지도부에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한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절대적으로 의원 숫자가 부족한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며 “민주당 새 원내 지도부가 구성되면 민심을 토대로 설득하며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방탄이란 족쇄를 벗고 당대표 개인을 위한 사당에서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올 기회”라며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재명 변수’가 해소된 게 총선엔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도 표 계산하지 않고 내년 예산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선거 유불리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만 보며 정도를 뚜벅뚜벅 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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