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업계, 美 반도체 가드레일 최종안에 "선방했다"

장하나 2023. 9. 2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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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반도체 확장 기준 5%→10% 확대 요구는 반영 안돼
웨이퍼 투입량 측정 기준 변경·구축 설비 예외 인정 등은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미국 상무부가 22일(현지시간)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 확장 범위를 초안대로 5%로 확정한 것과 관련,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세부 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CG)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최종 규정을 공개했다.

가드레일은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허용치 이상으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보조금 수령 시점부터 10년간 웨이퍼 기준으로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하의 생산능력 확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28나노 이전 세대의 범용(레거시) 반도체는 10% 미만까지 허용된다.

[그래픽]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안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김민지 기자 =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수혜 기업을 상대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범위를 초안대로 5%로 유지하기로 확정했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이번 최종안이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 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생산능력 측정 기준(웨이퍼 투입량)을 월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바꾸고, 상무부와 협의시 구축 중인 설비를 가드레일 제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점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자료를 내고 "업계의 일반적인 경영 환경을 반영하고 국가 안보 우려가 없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은 보장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5% 초과 확장시 투자 금액 제한(기존 10만달러 기준)을 기업과 협약을 통해 정하도록 변경한 것도 안도감을 주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일단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국 화웨이 신형 폰에서 SK하이닉스 제품이 나온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가 더 세게 나갈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선방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 스마트폰 부품에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경위 파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나 러먼도 美 상무장관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아직 유불리를 따지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가드레일 조항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이행해서는 안 된다"며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의 기준을 기존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사실상 이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3월 공개한 안과 크게 다른 게 없다는 점에서는 선방했지만, 불리할 것도 유리할 것도 없어 보인다"며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최종 규정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래픽] 국내기업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에서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한편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역시 미국이 통제하고 있어 여전히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막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1년간 수출 통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줬다.

유예 기간이 다음 달로 끝나는 만큼 양국은 유예 기간 추가 연장과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있는 특정 장비 지정 방안 등을 놓고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지난 21일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내 반입 금지 조치와 관련,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합법적인 사업은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에서 낸드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과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에서 각각 D램 생산량의 40%와 낸드 생산량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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