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다시 뭉친 친문 '근황 토크'…"尹 비판 신랄 이유는?"

신진환 2023. 9.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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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미국서 연쇄 양자회담…외교 강행군
北, 항저우 아시안게임 고위급 인사 파견 여부 주목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그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에 다시 뭉친 친문 인사들, 尹 저격

-지난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처음으로 상경했다지.

-맞아. 그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 학술토론회가 열렸어.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 김도균 전 남북군사회담 대표,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등 전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요직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이해찬 상임고문 등 야권 핵심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어. 지난 18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은 최강욱 전 의원도 밝은 표정으로 등장했어. 문 전 대통령과 뜨겁게 포옹하더라고.

-행사 전 윤석열 정부를 향한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 비판 수위 강도가 높다는 얘기가 미리 돌았다며.

-맞아. 예상대로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강했지. "'안보·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며 전임 정부가 현 정부보다 외교, 경제 성과가 좋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신 강조하더라고. 특히 '조작된 신화'라는 표현이 귀에 확 꽂혔어. 최근 감사원의 전임 정부 통계 조작 의혹 수사에 따른 '맞불' 발언으로 보여.

박능후(왼쪽부터)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평화의 힘 평화의 길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며.

-이낙연·정세균 등 전 국무총리들은 토론회 축사에 나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어. 특히 이 전 총리는 "5년 전 우리가 다짐했던 평화의 길이 아쉽게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지금은 국가의 생존과 평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폭주하는 이 정부에서 국민들의 지혜로 고삐를 채워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라며 우려했어. 정 전 총리 역시 "윤석열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외면한 채, 오히려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더라고.

-행사 분위기는 어땠어.

-다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지 무척 화기애애했어. 과거 정부에서 함께 호흡했던 사람들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얼마나 높겠어. 인사를 나누면서 '요즘 어떻게 지내시냐', '내년 선거 나가려고 한다', '당에서 어떤 직책을 맡게 됐다' 등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더라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앉은 자리에서 대화하면서 서로 크게 웃곤 하더라고. 특히 5시 행사 시작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행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한껏 고무된 모습을 보였어. 문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마자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지. 문 전 대통령 기념사에는 박수만 8차례가 나왔어. 2019년 남북정상회담 영상이 틀어졌을 당시에는 김 여사가 울컥하는 모습도 보이더라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9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했다. 이번 방미 기간 40개여국 정상과 만났다. 사진은 스리랑카, 산마리노, 브룬디, 체코, 몬테네그로, 투르크메니스탄, 세인트루시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덴마크 정상(상단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기념촬영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尹 대통령, 닷새간 40개국과 회담..."첩보작전 방불"?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돌아와. 강행군을 소화했다고?

-주요 일정인 기조연설과 디지털비전 포럼, 각국 정상들과의 오·만찬을 제외하고도, 다수의 양자 회담을 열었어. 뉴욕에 도착한 18일(현지시간) 7시간 만에 9개국 정상과 만났어. 다음 날에도 8개국과 양자회담을 고, 20일과 21일에도 각각 11개국 정상과 만났어. 22일 출국 전까지 총 40개국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야. 회담 간격이 짧게는 30분일 정도로 일정이 빽빽하게 진행됐어.

-이름부터 낯선 국가들도 많았어. 수교 이래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한 국가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산마리노, 북마케도니아, 부룬디, 모리타니, 에스와티니, 네팔, 아이티 등 9개나 됐어.

-대통령실이 회담 국가를 선정한 기준이 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세계박람회 유치 투표에서) 현재 우리 편인 것 같은데 더 확실히 해야 될 나라, 현재 분명히 저쪽 편인 것 같은데 말하면 올 수 있을 것 같은 나라, 아직 고민하고 있는데 확실히 보여줘야 될 것 같은 나라, 이렇게 세 가지 중에 골랐다"면서 "작고 평소에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 힘든 나라를 마침 여기에 와 있으니까 이 기회에 정상회담을 하면 훨씬 좋겠다 하는 나라들이 상당수 섞여 있다"고 설명했어.

-대통령실은 각 정상과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양자 회담' 방식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호소할 수 있는 강력한 외교 수단이라고 보고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고 해. 개최지 선정을 두 달 앞두고 지지를 최대한 끌어오기 위해 회담 상대국을 선정하고 맞춤형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어.

대통령실은 다수의 양자 회담 개최를 두고 치밀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파라과이 정상 오찬에서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부부에게 한국 전통주인 안동소주를 설명하는 모습. /뉴시스

-또 유엔총회가 열리는 유엔본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주유엔 대표부 건물을 양자 회담 베이스캠프로 뒀어. 이곳 회담장에 '부산 엑스포' 대형 백드롭을 설치하고 부산 관련 사진도 벽에 걸어두는 등 엑스포 홍보관처럼 꾸몄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연속해서 개최되는 회담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의전 요원들이 유엔본부 일대에 파견돼 상대국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 오는 첩보작전을 하루 종일 수행했다"고 말했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양자 회담이 열리다 보니, 취재진 사이에선 "효과가 오히려 반감되는 거 아닌가" 등의 반응도 나왔어. 참모들도 일정이 많다면서 만류했는데, 유엔 총회 계기에 많은 정상들을 만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2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건강 괜찮으시냐, 어떻게 감당하냐, 그랬더니 '그래도 해야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전했어.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 전까지 총 58개국 정상과 99차례의 양자 회담을 가졌어. 특히 이달 들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20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마쳤어. 이번 유엔 총회 일정까지 합하면 한 달 만에 60개국과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 셈이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한 달 동안 60개의 양자 회담, 10개 이상의 다자 회담을 치른 대통령은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방미 전 브리핑에서 "한 달 안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대통령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었어. 다만 이후 현지에서 "정치, 외교, 정무 문제는 기네스북에 등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실제로는 신청하지 않는다고 밝혔어. 기네스북에 올릴 정도로 외교 강행군을 펼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였다는 거야.

윤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뉴시스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리려 신청한 기록에 대한 증거와 증명 자료를 수집해서 제출하면 돼. 기네스 세계기록팀이 이를 확인하고 승인하면 당사자에게 공식 인증서가 발급돼.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을 '양자 회담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이라고 등재 신청할 순 있어. 하지만 등재에 따른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기록을 위해 회담을 불필요하게 개최했다는 오해까지 살 수 있으니 할 필요가 없는 거지.

-기네스북에 오른 국가 정상도 있어?

-신청하지 않아도 저절로 등재되는 경우야. 주로 부정적인 기록들이야. 기네스북 누리집에서 찾아봤는데, 대표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세의 나이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세계 최연소 국가수반(The youngest Head of State in the World today)'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어. 또 가장 오래 집권한 국가 지도자(Longest serving non-royal head of state ever)로는 '49년 3일' 동안 집권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올라와 있었어.

북한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했다. 사진은 북한 선수단이 21일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경기장으로 향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北,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인사' 파견할까

-북한도 23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거지?

-맞아. 북한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했어.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올림픽위원회 대표단이 1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어. 아시안게임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 따르면 북한 선수단 규모와 명단은 190명 전후에서 계속 변하고 있다고 해. 참고로 우리나라는 39개 종목에 역대 최다인 1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어.

-가장 많은 북한 선수가 등록한 종목이 뭐래?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아시안게임에 가장 많은 북한 선수가 등록한 종목은 축구야. 남자 22명, 여자 44명 선수가 등록했대. 북한 남자 축구는 20일 예선 F조 1차전에서 타이완을 2-0으로 꺾으며 기분 좋은 복귀전을 치르기도 했어. 여자 축구 경기는 오는 24일 싱가포르와 예선 C조에서 첫 승부를 가릴 예정이야.

-축구 다음으로 많은 북한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용선'이야. 용선은 10명의 패들러와 키잡이, 드러머(북 치는 선수) 등 12명의 선수(후보 선수 1명 별도)가 한 팀을 이뤄 경쟁하는 종목인데, 남녀 28명의 선수가 등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용선 경기는 내달 4~6일 원저우 용선센터에서 열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1일 항저우에서 북한과 체육회담이나 실무접촉을 타진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북한 선수가 같은 날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선수촌 북한 선수단 숙소에 머무는 모습. /뉴시스

-북한 아시안게임에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고?

-바로 고위급 인사의 파견 여부야. 최근 러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지.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북중러 3국 공조가 강화하는 상황이지. 북한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을 따로 보내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어.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북한이 국제 스포츠 행사에 고위급 인사를 보낸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 2018년 평창올림픽 등이야. 모두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북한 의전 서열 2위로 우리나라의 국회의장급으로 이해하면 돼.

-우리 정부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어?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고위급이 갈지 가지 않을지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그동안 전례를 고려해 보면 별도의 고위급보다는 체육상이 대표해 인솔해 갔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 이때 체육상이 단장으로 다수 갔다"면서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둬 갑자기 폐막식 때 특사단이 방문한 것"이라고도 했어. 인천 아시안게임 때 북한 선수들이 종합 7위에 오르자 황병서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당 비서 등 '최고 실세' 3인방이 전격 파견됐었거든. 이 당국자는 항저우에서 북한과 체육회담이나 실무접촉을 타진할 계획에 대해 "현재로선 없다"고 답했어.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는 국가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곤 했어.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만 해도 남북은 여자 농구, 카누 드래건보트(용선), 조정 등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도 했었지. 분단의 현실이 엄연하지만 남북한이 본래 한 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알릴 기회였는데 이번 아시안 게임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네. 되레 사회주의 진영 간 연대를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건 아쉬운 일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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