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화”… 현대 중국의 뿌리를 파헤치다
“5000년 중국·단일중화민족 등 개념
100년전 새롭게 만들어졌다” 주장
쑨원·황준헌 등 中엘리트·혁명가
주권·국토 등 사고 각색 과정 짚어
저자는 이를 위해 자료 조사를 통해서 쑨원을 비롯해 중국 엘리트와 혁명가들이 중국이라는 개념부터 시작해 한족과 중화민족, 주권과 영토 등의 사상들을 어떻게 채택하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이들 지식인들과 혁명가들이 해외로부터 어떤 핵심 개념을 빌려서 5000년 역사의 중국과 중화민족의 신화로 각색했는지 차근차근 따져 나간다.
“존 러셀 영=왜 차이나는 영토를 규정하지 않습니까.
“영=근대에, 그리고 일반적으로 문명화가 된 지금 시대에 조공국과 같은 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국을 공고히 하고 자국 영토의 정확한 경계를 전 세계에 알려 낭패를 피해야 합니다.
이홍장=수세기 동안 중국과 멀리 있는 다른 국가 간에 맺어 왔던 관계를 왜 외부 국가가 파괴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영은 근대적 주권이나 영토 등의 개념에 입각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이홍장은 서구적 주권이나 영토 개념의 의미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처럼 19세기 후반까지 중국인들에게 타국의 내정간섭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주권이나 국토 등의 개념이 본명하게 확립돼 있지 않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5000년 중국’, ‘단일한 중화 민족’, 주권, 영토 등의 개념은 3000년 동안 중국에서 간헐적으로 사용됐지만, 19세기 후반 이후 황준헌과 량치차오, 방방린, 쑨원 등 중국의 엘리트와 개혁가들에 의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고 주장한다. 즉,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구성하여 각각 다른 일화를 연결짓고, 중국이 영구적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역사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곳이 있었고, 중국인이라는 사람들이 5000년 동안 계속해서 존재했다는 믿음은 20세기 전환기에나 탄생하였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정치적 망명자들의 마음속에서 탄생했다.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기 위해서는 먼저 옛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역사적 신화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현대 중국의 행동 동인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맞지만, 역사적 사실의 서술로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럽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유럽 역시 1848년부터 1945년까지 민족국가에 관한 질문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는 등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민족주의적 충동을 희석시키기 위해 초국가적 구조를 형성하기로 하고 연방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다만, 책은 나름 다양한 자료에 기반한 학술서 성격도 있지만, 만연한 반중 정서와 혐중 흐름에 편승한 저술이라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왜냐하면 세계 시민들은 혐오와 대결이 아닌, 혼돈의 시대를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을 담은 번역서를 희망할 것이기에.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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