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한겨레 보도에 '차단' '삭제' 명령 시대 도래했다

금준경 기자 2023. 9. 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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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현재도 과잉규제 논란 있는데 되레 권한 확대
통신심의 통해 포털에 기사 삭제 요구 전망… 정작 강제성 없어
정보통신망법으로 언론 심의 전례 없어, "법 체계 무너뜨린 과잉해석"
뉴스타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로 심의 가능, 중복규제 문제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시도하지 않은 인터넷언론 심의를 강행한다. 인터넷신문뿐 아니라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포털에 기사를 송고하는 사실상 모든 언론이 심의 대상이 된다. 행정기구가 신문을 심의하는 제도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는 찾기 힘들고 근거도 불분명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1일 '가짜뉴스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의 인터뷰 조작 사건을 비롯해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라며 인터넷 언론 영상과 기사 등에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유해정보 심의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언론 심의 어떻게 진행하나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언론에 적용하는 심의는 '통신'(인터넷)심의다. 심의는 '방송'과 '통신'으로 나뉘는데, 통신심의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불법·유해정보가 담긴 인터넷 게시물이나 사이트를 차단·삭제 요청하는 심의를 말한다.

방통심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심의를 하겠다는 사실만 밝혔고 방법과 절차, 근거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관련 질문에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홍보팀을 통해 문의하라”고 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나온 이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심의 상황을 가정해보면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 정보통신 심의규정 가운데 '사회질서 위반'과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질서 위반' 조항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한해 심의한다. 천안함 사건 음모론, 사드 음모론, 코로나19 음모론 등을 해당 조항으로 심의해왔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언론'을 심의한다고 밝혔지만 언론사의 인터넷 보도 전체를 심의하게 된다. 조선일보, 한겨레 등 일간지의 온라인 보도도 심의 대상이다.

언론 대상 심의를 진행할 경우 안건 논의 후 '콘텐츠 삭제', '사이트 차단' 등을 결정할 수 있다. 국내 사업자 심의의 경우 우울증갤러리 게시물 삭제를 DC인사이드에 요청한 것처럼 통상 사이트 관리자에게 시정요구를 한다. 직접 요청이 어려운 해외사업자의 경우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통신사에 차단 요청한다.

주목할 점은 통신심의 '시정요구'는 사업자에 요청을 하는 것이지 강제성은 없다는 사실이다. 사업자들이 사실상의 행정기구인 방통심의위의 시정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기에 국내에선 규제처럼 여겨진다. 반면 구글 등 해외사업자는 국내 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협조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는 상황이다.

방통심의위 통신자문특별위원인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시정요구는 따를 의무가 없으니 언론사가 자사 보도 삭제 요청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포털에 조치하라고 요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포털이 언론사와 관계가 있으니 함부로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시정요구로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불법정보는 방통위의 정보취급거부 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정상적 취재를 한 언론보도에 이 명령까지 내려진다면 부당하다고 보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고려하면 언제든 심의 불복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심의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언론 심의 '권한' 논란

방통심의위의 인터넷언론 심의가 가능한지도 논란이다. 정보통신망법을 표면적으로 해석하면 언론 보도가 포함될 여지는 있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부호, 문자, 음성, 영상, 음향 등의 형식을 정보로 규정한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언론을 형식적 측면에서 규제 대상 정보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와 인터넷신문사는 신문법·언론중재법 등을 적용받는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방통심의위는 언론의 인터넷 보도는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홈페이지에 규정했고, 관련 민원이 제기될 경우 '언론중재위 소관'이라고 안내해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언론사 심의를 하지 않았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는 “언론 관련 내용은 이미 언론중재법 등이 규정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후에 언론을 제외한 인터넷 정보를 다루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신문이 인터넷상의 정보이니 통신심의 대상이라고 보는 건 독단적인 견해”라고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손지원 변호사 역시 “기존의 언론 규제를 전복시키고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며 “기존의 언론 법 체계가 있는 상황에서 추후에 정보통신망법이 들어온 것이다. 규제를 이원화해 통신심의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뉴스타파 심의 사각지대 주장은 허위
선관위·언론중재위와 이중 규제 우려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를 '규제 사각지대'라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언론중재법에 따라 인터넷신문도 언론중재 대상이고,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기간 언론의 인터넷 보도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담당한다. 가짜뉴스를 규제한다고 나섰지만, 뉴스타파가 심의 사각지대였다는 주장부터가 허위인 셈이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대선 기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심의 내역을 확인한 결과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심의 신청 내역은 없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후보자측 신고를 바탕으로 심의를 해 '정정보도' '반론보도' '경고문 게재' 등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추후 소송을 거쳐 제재가 취소되긴 했지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2016년 뉴스타파 보도에 '주의' 제재를 한 적도 있다.

▲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 선거 관련 허위 보도에 대한 규제 장치가 있다.

이는 신문과 인터넷신문에 정착된 자율규제기구를 무력화하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현재 신문사의 지면 및 온라인 보도는 신문윤리위원회가, 인터넷신문사의 보도는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자율규제 심의를 전담하고 있다. 이들 자율규제기구는 신문이 행정기구로부터 내용 심의를 받지 않는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한 언론사의 임원급 관계자는 “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방송협회 등 단체들이 통합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싸인까지 한 상황”이라며 “가짜뉴스가 문제라면 오히려 언론의 자율규제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2021년 언론계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안으로 통합 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했다. 기존 자율규제기구와 달리 실효성을 갖춘 기구 논의였으나 정부와 정치권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해외 전례 찾기 힘든 과잉 규제 논의
국가 주도 가짜뉴스 심의의 위험성

현재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추진하는 규제는 해외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과잉규제다. 다른 언론사 임원급 관계자는 “월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언론 보도가 허위인지 다투는 건 재판에서도 몇 년씩 걸리는 문제인데, 어떻게 긴급심의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이상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문과 방송은 규제의 틀 자체가 다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신문 매체를 행정기관이 심의하는 사례는 민주화 이후 사라진 것이고, 민주 국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방송에 행정심의를 하는 이유는 방송의 공공성과 영향력을 고려한 것인데 이마저도 변해가는 매체 환경을 고려하면 심의 수준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되레 인터넷언론을 심의하겠다는 건 매체 환경에도 맞지 않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국가가 허위정보 규정과 제재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손지원 변호사는 “허위 판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론으로 정한 것을 진실이라고 프레이밍해서 허위보도를 규제할 가능성이 높아 민주국가에서 도외시되는 방식”이라며 “대통령이 연관된 사건을 계기로 가짜뉴스 규제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반정부적 정보에 대한 검열을 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했다. 방통심의위는 민간독립기구로 불리지만 대통령이 위원 임명권을 갖고 정부여당이 위원 다수를 추천하는 사실상 행정기구다. 방통심의위를 행정기구로 본 판례도 있다.

한국은 오히려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이례적으로 표현물 규제가 강하다. 방송과 인터넷게시물을 모두 심의하는 민주주의 국가 자체가 드물다. 여기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이례적으로 형사처벌하고 선거 기간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은 물론 비방 게시물까지 삭제한다. 선거 관련 언론 심의기구도 있다. 언론연대는 22일 논평을 통해 “국제표준에 어긋나는 과잉규제로 인해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적용이 어려워지고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가짜뉴스 대응 대표 사례로 프랑스에서 선거 관련 허위정보를 삭제하는 정보조작대처법과 독일의 불법정보 삭제 의무 제도인 네트워크시행법이 있다. 프랑스 사례는 한국의 선관위 게시물 삭제 제도와 유사하지만, 오히려 신고가 미미하다. 독일의 경우 '불법정보'에 한해 규정하고 있고 언론의 권력 비판성 오보를 제재하진 않는다. 손지원 변호사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정보의 허위성만 갖고 불법으로 치부하는 경우는 없다. 불법성이 있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점 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방통심의위에 인터넷언론 심의 해외 유사사례가 있는지, 과잉 규제라고 보는 견해에 어떻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21일 전화 및 서면으로 질문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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